국내 공모 회사채 발행시장이 만기 2~3년의 단기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자 기관투자가들이 기회 손실을 회피하기 위해 5년 이상의 중·장기물을 외면하고 단기물만 선호하고 있는 결과다.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기관투자가들은 지난 30일 진행된 한진의 회사채 수요예측(사전 청약)에서 단기물에 많은 주문을 쏟아냈다. 2년물 300억원, 3년물 400억원 등 총 700억원 규모 회사채 모집에 1160억원이 몰렸다. ‘BBB급’ 비우량 채권이지만 단기물로 회사채를 구성한 게 좋은 효과를 냈다는 평가다.

4년 만에 공모채 시장에 등장한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는 2년 만기 단일물로 회사채를 구성했다. 지난 20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500억원 모집에 1020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지난해 4월 이후 처음으로 공모채 시장에 복귀한 해태제과식품도 3년 만기 단일물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공모채를 통해 500억원의 운영자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달 들어 중·장기물 없이 단기물로만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는 게 IB업계의 설명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초우량 기업이 아니면 5년 만기 이상의 장기 회사채 발행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며 “AA급 우량기업들도 상대적으로 풍부한 단기물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3년 만기 이하로 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등급이 AA+인 현대백화점이 대표적이다. 현대백화점은 지난 18일 3년 만기 단기물 2000억원에 대한 수요예측을 진행했다. 기관투자가가 몰리면서 모집 규모의 4배가량인 9800억원의 주문을 받았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금리 인상으로 기관 수요가 전반적으로 단기물에 몰리고 있어 장기 자금 조달이 필요한 기업들에는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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