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사모펀드와 공동 투자
한국투자공사(KIC)가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와 함께 미국 공장자동화 회사에 4억5000만달러(약 5700억원)를 투자한다.

29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KIC는 공장자동화 회사 듀라반트의 최대주주인 미국 PEF 워버그핀커스가 조성 중인 컨티뉴에이션 펀드에 출자하기로 하고 막바지 작업 중이다. 이번 거래에는 국내 PEF 운용사인 화이트웨일그룹(WWG)이 같이 참여한다. WWG는 진영욱 전 KIC 사장과 박제용 전 최고운영책임자(CIO) 등 KIC 출신 임원들이 2017년 설립한 회사다. 전체 투자금액 중 KIC가 1억5000만달러(약 1900억원), WWG가 3억달러(약 3800억원)를 투자한다.

이번 거래는 워버그핀커스가 자사 펀드의 포트폴리오 회사인 듀라반트를 장기 보유하기 위해 기관투자가(LP)를 교체하는 작업이다. 워버그핀커스는 2016년 듀라반트 경영권을 확보한 뒤 회사의 성장성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해 새로운 펀드(컨티뉴에이션 펀드) 결성에 나섰다.

듀라반트는 식품 가공, 포장, 운반 등 고객이 원하는 자동화 설비를 맞춤형으로 제작해 공급한다. 아마존, 코스트코, 월마트, 페덱스, 카길 등이 주요 고객사다.
"물류센터 성장·인건비 상승…공장 자동화 수요 커진다"
작년 상각전영업이익 4000억
한국투자공사(KIC)와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화이트웨일그룹(WWG)이 미국 자동화설비 회사인 듀라반트에 대규모 투자를 한 것은 e커머스 산업 성장, 인건비 상승, 노후화 장비 교체 등으로 공장 자동화 수요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예상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만큼 듀라반트의 성장성을 밝게 봤다는 얘기다.

미국 PEF인 워버그핀커스는 2016년 듀라반트를 인수한 뒤 관련 회사 10여 개를 추가로 사들여 규모를 키웠다. 2020년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듀라반트 매출은 지속적으로 늘었다. 2017년 매출 1조원 수준에서 지난해 약 1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영업으로 창출된 현금을 나타내는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지난해 약 4000억원에 달했다. 그 결과 듀라반트 몸값은 워버그핀커스가 인수했던 2016년 1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약 6조5000억원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워버그핀커스가 듀라반트를 장기 보유하기로 결정하고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통해 기관투자가(LP) 교체 작업에 나선 것은 수익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워버그핀커스는 작년 10월 보유하고 있던 지분 약 60% 중 20%를 미국 PEF 칼라일그룹에 매각하고 남은 지분 40%를 계속 보유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글로벌 인수합병(M&A) 시장에서는 글로벌 PEF들이 기존 펀드를 통해 갖고 있는 포트폴리오 회사를 계속 보유하기 위해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조성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는 과거엔 투자금 회수가 어려운 회사를 장기 보유하려는 ‘꼼수’로 활용한다는 부정적 인식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우량 회사를 대상으로 활발하게 조성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교직원공제회는 이달 3억9000만달러(약 5000억원)를 컨티뉴에이션 펀드에 출자하기로 해 주목을 끌었다. 이들은 미국 에너지 인프라 전문 운용사 ECP가 미국 신재생에너지 발전회사인 캘파인을 장기 보유하기 위해 조성하는 컨티뉴에이션 펀드에 참여하기로 했다.

국내 PEF 중에서는 한앤컴퍼니가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한앤컴퍼니는 2020년 에이치라인해운에 이어 최근 시멘트업체 쌍용C&E에 대해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결성했다.

김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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