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지수를 비롯해 원자재, 달러 등 주요 자산 가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펀드에 돈이 몰리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급등, 중국발 경기 둔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우려 등 온갖 악재에 휩싸인 증시가 당분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긴 쉽지 않을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원자재와 달러는 그동안 지나치게 가파르게 올랐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투자자들이 하락세에 돈을 걸고 나섰다.

주가지수 하락에 투자 몰린다

2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9일부터 26일까지 1주일간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된 펀드 유형은 인버스펀드였다. 이 기간 3633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여기에는 기관 자금과 개인 자금이 모두 섞여 있다. 연초 대비 인버스펀드 평균 수익률은 17.06%로, 유형별로 보면 해외특별자산(19.44%), 브라질주식(19.19%), 해외원자재(18.28%), 중남미주식(18.36%) 관련 펀드 다음으로 수익률이 높았다.
"주가·원자재 고점"…돈 몰리는 인버스펀드
인버스펀드 유형에 포함된 상품 중에서는 코스피200지수의 일일 등락폭을 -2배로 추종하는 ‘KODEX200선물인버스2X’(1660억원), 코스피200지수 일일 등락폭을 반대로 추종하는 ‘KODEX인버스’(553억원), 코스닥150지수를 반대로 따라가는 ‘KODEX코스닥150인버스’(359억원) 순으로 자금이 유입됐다.

김정현 신한자산운용 ETF운용센터장은 “지수가 반등했을 때 이를 ‘베어마켓 랠리’가 아니라 ‘기술적 반등’ 정도로 인식한 투자자들이 지수형 인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악재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시장에서 지수가 곧 다시 빠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관투자가들이 헤지(위험 회피) 목적으로 인버스 상품을 매수한 것도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채권 가격 하락(금리 상승)에 투자하는 ‘KBSTAR국고채3년선물인버스’에도 이 기간 300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KOSEF미국달러선물인버스2X’에도 소액 자금이 들어왔다. 달러지수는 이달 12일 104.85까지 올랐다가 26일 101.73 수준으로 하락한 상태다.

개미는 원유·천연가스 하락에 ‘베팅’

이달 들어 개인투자자는 원자재 선물 인버스 상품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했다. 원유 선물 인버스 ETF가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 종목에 포함됐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팀장은 “국제 유가가 배럴당 110달러대까지 올라온 만큼 이제는 하락할 때가 됐다고 판단한 개인투자자들이 강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제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하락의 2배를 따라가는 상장지수증권(ETN)도 개인 순매수 종목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의 수익률은 부진했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은 26일(현지시간) 기준 배럴당 114.09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달 들어서만 9% 올랐다. 천연가스 가격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미국 천연가스 선물 가격은 26일 기준 100만BTU(열량 단위)당 8.91달러로 이달 들어 22% 올랐다. 이 기간 ‘신한 인버스 2X 천연가스 ETN’은 44% 하락했다. 같은 지수를 추종하는 삼성증권 ETN은 조기 청산됐다.

원자재 관련 투자가 과열되면서 가격 하락에 대한 맹목적 투자는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가 원자재 시장의 목줄을 쥐고 있는 상황에서 에어컨이 가동되는 여름철을 앞두고 에너지 수요가 급증할 수 있다는 예상이 제기되고 있어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원자재 트레이딩업체 리터부시앤드어소시에이츠는 투자자들에게 메일을 보내 “천연가스 가격 하락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은 상황에서 천연가스 선물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를 경우 ‘숏 스퀴즈(급격한 공매도 청산에 따른 가격 급등)’가 발생해 원자재 가격을 더 끌어올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