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가 24년 만에 처음으로 ‘4%대 물가, 2%대 성장’을 경험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은행이 26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4.5%로 높이는 동시에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에서 2.7%로 낮추면서다.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 성장률 2.7%로 하향…점점 커지는 'S의 공포'
한은은 이날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7%로 낮췄다. 지난해 성장률(4.0%)과 비교하면 1.3%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한은은 중국의 봉쇄 조치,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여건 악화가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건설투자도 당분간 부진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민간소비는 코로나19 방역조치 완화 등에 힘입어 회복세를 이어가고, 설비투자도 향후 완만한 회복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봤다.

2%대 저성장과 4%대 고물가가 현실화되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이다. 당시 한국 경제는 -5.1%의 성장률과 7.5%의 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한은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엔 선을 그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2.7%라는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여전히 잠재 성장률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잠재 성장률을 2%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경제 전문가들 사이에선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9일 ‘2022 세계 경제·금융 콘퍼런스’에서 “한국도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전형적으로 공급 비용 상승의 충격이 유발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