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에서 미 경제 및 증시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이 확산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논리가 골자다.

앨런 블린더 전 미 중앙은행(Fed) 부의장은 24일(현지시간) 외신 인터뷰에서 “내년에 미국 경제가 침체를 맞을 확률이 50~60%”라고 예상했다. 그는 “침체가 오더라도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며 “또 매우 느린 성장을 하더라도 투자자 입장에선 실제 침체처럼 느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블린더 전 부의장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때만 해도 Fed가 이런 상황을 다룬 경험이 부족했다”며 “지금은 이해의 폭이 훨씬 넓다”고 말했다.

‘투자의 대가’로 꼽히는 레이 달리오 브릿지워터 창업자는 “현금은 여전히 쓰레기이지만 주식은 더 쓰레기”라고 혹평했다. 모든 투자 주체가 주식을 팔고 있는데, 매수할 주체가 없다 보니 증시의 수급 문제는 갈수록 심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 시장이 급격히 식을 조짐이다. 미 중앙은행(Fed)이 2013년 강한 긴축을 예고하면서 빚어졌던 '테이퍼 탠트럼'과 비슷한 주식 매도세가 촉발됐다는 평가다.

미국에서 30년 만기 모기지 금리가 급등하면서 주택 시장이 급격히 식을 조짐이다. 미 중앙은행(Fed)이 2013년 강한 긴축을 예고하면서 빚어졌던 '테이퍼 탠트럼'과 비슷한 주식 매도세가 촉발됐다는 평가다.

달리오 창업자는 “지금은 글로벌하고 분산된 포트폴리오(자산 배분)를 짜는 게 중요하다”며 “부동산과 에너지, 인프라, 비트코인 등 실질 자산으로도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헤지펀드 퍼싱스퀘어의 빌 애크먼 창업자는 “인플레이션과 기대 인플레이션 모두 통제 불능 상태”라며 “시장은 물가 안정을 목표로 삼고 있는 Fed를 신뢰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물가가 8%를 넘고 실업률이 3.6%로 낮은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연 2~3%로 만들었을 때 인플레이션을 해결한 적이 과거에 있었느냐”고 반문했다.

애크먼 창업자는 “지금 상황에선 Fed가 초긴축에 나서거나 경제를 무너뜨릴 때만 인플레이션이 잡힐 것”이라고 비관했다.

로빈 브룩스 국제금융협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글로벌 침체가 임박했다”고 단언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유럽 경기 둔화 △중국 봉쇄로 2분기 국내총생산(GDP) 하락 △미국의 강한 긴축에 따른 주택시장 하강 등 3가지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
미국의 달러인덱스는 24일(현지시간) 102 밑으로 떨어졌다. 줄곧 강세를 보였던 미 달러화가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약세로 반전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달러인덱스는 24일(현지시간) 102 밑으로 떨어졌다. 줄곧 강세를 보였던 미 달러화가 경기 둔화 우려와 함께 약세로 반전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 주식을 공매도해 큰 돈을 벌어 ‘빅숏’으로 불리는 마이클 버리 사이온자산운용 창업자는 “지금 증시는 2008년의 재판”이라며 “마치 비행기가 추락하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다만 데이비드 루벤스타인 칼라일 창업자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 참석한 자리에서 “지금 기술주 하락세는 지나치다”고 반박했다. 2000년 닷컴 거품 붕괴 때만 해도 기업들이 매출이나 수익을 내지 못했으나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루벤스타인 창업자는 “넷플릭스만 해도 2억5000만 명에 달하는 유료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지 않으냐”며 “현재 주가보다 기업 가치가 훨씬 높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이 과잉 반응할 때 기회가 있다”며 “지금이 바닥에서 매수할 시점일 수 있다”고 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