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탁은행 BNY멜론의 투자자문사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허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정보를 기재한 혐의로 벌금 150만달러(약 18억원)를 부과받았다.

SEC는 23일(현지시간) “BNY멜론의 투자자문사가 운용하고 있는 뮤추얼펀드가 ESG 투자 지표를 잘못 기재하고 누락한 혐의가 확인됐다”며 150만달러 상당의 벌금을 매긴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SEC가 투자자문사의 ‘그린워싱(Greenwashing·위장환경주의)’을 규제한 첫 사례다. 그린워싱은 기업이 제품, 운영·서비스 등과 관련해 ESG 지표를 과장하거나 잘못 표현해 경제적 이익을 보는 마케팅 관행을 뜻한다.

BNY멜론은 세계 1위 수탁은행이다. 다른 금융회사의 자산을 보관·관리하고 자산운용자의 지시에 따라 실제 투자 업무를 집행한다. ESG 금융이 각광받은 이후엔 고객사인 금융회사들이 ESG 가치에 걸맞은 투자 활동을 하도록 돕는 서비스도 제공했다. BNY멜론 투자자문사는 자회사다. 지난 3월 기준 BNY멜론 투자자문사가 운용 중인 자산은 3800억달러가량이다.

그러나 BNY멜론 투자자문사가 ESG 금융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그린워싱 사례가 적발됐다. 2018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BNY멜론 투자자문사는 고객사들에 제공한 서류에서 “펀드가 집행한 모든 투자가 ESG 품질 검토를 거쳤다”고 안내했다. 그러나 SEC 조사 결과 일부 누락된 혐의가 포착됐다.

SEC는 “BNY멜론 투자자문사의 특정 펀드가 집행한 건은 투자 당시 ESG 품질심사 점수 자체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2019년 1월부터 2021년 3월까지 BNY멜론 투자자문사가 집행한 뮤추얼펀드의 투자 185건 중 ESG 품질심사 점수가 미달된 투자는 67건으로 확인됐다. 이는 투자액 규모로는 펀드 순자산의 25%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BNY멜론 측은 "SEC의 규제 대상이 된 뮤추얼펀드들은 BNY멜론 투자자문사가 운용 중인 지속가능성 펀드와는 별개의 펀드"라면서 "책임투자의 신뢰 받는 파트너가 되기 위해 ESG 투자 검토 절차의 수준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