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운임 지표, 올들어 18주만에 반등
"물동량 안 늘어도 운항거리 길어져"
"벌크선은 과거 발주 부진으로 공급 부족"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1분기 호실적에 힘입은 해운기업들의 주가가 해상운임 강세에 다시 한번 탄력을 받았다. 증권가에서는 공급망 차질을 극복하기 위해 더 먼 거리를 돌아서 운항해야 하는 해운업의 특징상 해상 운임이 쉽사리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HMM(25,250 -2.88%)은 직전 거래일 대비 4.98% 오른 3만16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는 11.44% 상승했다.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올해 들어 18주만에 처음으로 반등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 20일 발표된 SCFI는 직전주 대비 0.4% 상승한 4163을 기록했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컨테이너 해상 운임 하락이 이어지자 선사들이 공급 조절을 통해 운임 방어에 성공한 것”이라며 “오는 7월1일 미 서안 항만 노동자들의 임금 협상을 앞두고 물류 차질을 우려한 일부 화주들이 선제적으로 물량 송출을 진행한 것 또한 운임 반등에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SCFI의 정점(피크아웃) 우려는 작년 하반기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장기간 컨테이너 운임이 바닥을 기었고, 감염병 확산 사태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운임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들어 SCFI가 하락세를 타기 시작하자 HMM 주가도 덩달아 내렸지만, 실적 시즌 때마다 강하게 반등했다.

작년 연간 실적 발표(3월21일)를 앞둔 3월4일 HMM은 3만5400원에 마감돼 올해 들어 최고가를 찍었다. 이후 다시 주가가 하락했지만, 올해 1분기 실적 시즌에 돌입한 지난달 하순께부터 반등해 실적이 발표된 이달 13일3만1100원을 찍었다.

HMM은 작년 연간으로 7조3775억원의 영업이익을 남겼다.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업 중 삼성전자(51조6339억원), SK하이닉스(12조4103억원), POSCO홀딩스(9조2000억원)에 이은 4위였다. 올해 1분기에도 HMM은 3조148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호실적 행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팬데믹에서 시작된 글로벌 항만 적체와 물류대란이 피크를 지난 만큼 컨테이너선 운임이 다시 추세적으로 상승하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면서도 “일부의 우려와 다르게 운임 시황이 급락하지 않고 연착륙하고 있음이 더 중요하다. 현재 SCFI는 작년 평균보다 10% 높은 수준이고, 2020년의 3배 이상”이라고 말했다.

해상 컨테이너 운임이 버티는 배경으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같은 돌발 변수로 인한 공급망 차질이 지목됐다. 공급망 차질과 이로 인한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은 물동량 증가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동시에 운송 시장의 불확실성도 키우기 때문이다.

최고운 연구원은 “화물 스케쥴이 일정하지 않게 특정 시기에 몰리면서 재고 관리가 어려워졌고, 예전보다 더 먼 거리로 돌아가야 한다”며 “팬데믹 과정에서 충분한 인력 확보와 인프라 투자에 소홀해 지금처럼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논리는 건화물(벌크)선 운임 시장에 더 강하게 작용한다. 컨테이너선은 정해진 항로를 도는 ‘노선버스’와 비슷하지만, 벌크선은 화주에 따라 항로를 정하는 ‘전세버스’의 형태로 운항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주말 발표된 벌크선 운임 지표인 발틱건화물운임지수(BDI)는 3344포인트로 직전주 대비 7.7% 올랐다. 정연승 연구원은 “석탄의 장거리 수송이 증가하면서 비선호 노선이었던 아시아-유럽 노선 운임이 대서양 횡단 노선 운임을 웃돌았다”며 “운송거리 증가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BDI는 한 차례 출렁이기는 했지만 대체로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BDI 상승세에 힘입어 벌크선사인 팬오션(6,100 -1.29%)대한해운(2,670 -0.56%)도 이달 들어 주가가 각각 19.52%와 12.15% 올랐다.

벌크선 운임 시황인 컨테이너선보다 강한 배경은 선복(화물을 실을 선박 내 공간) 공급이 부족한 탓도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 수년간 제한적이었전 신조 발주 영향으로 올해 신조 건화물선 인도는 작년 대비 감소가 예상되는 가운데 노후선 폐산은 증가할 전망”이라며 “선복량 증가율은 작년 3.6%에서 올해 2.2%로 축소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 운항선대 대비 발주 잔량이 6.6%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몇 년간 건화물선 선복량 증가율은 연간 1~2%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