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의 시대에도 되레 설비투자에 적극 나선 기업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인플레이션 압박과 우크라이나 사태 등 겹악재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투자에 나선 것은 그만큼 향후 수요 확대에 대한 확신을 보여준다는 분석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설비 증설을 발표한 2차전지와 반도체,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로봇 관련주를 유망 종목으로 꼽고 있다.
은 지난달 말 1분기 실적 발표 자리에서 올해 설비투자 계획을 6조3000억원에서 7조원으로 상향 조정했다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과 엘앤에프는 7조원 규모의 양극재 거래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극재 업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를 위한 돈이 몰리면서 2차전지 업종 전반에 ‘온기’가 퍼지는 분위기다.
반도체 소재주 역시 설비투자 소식 덕분에 주가가 뛰고 있다. 지난달 595억원 규모의 증설 공시를 낸
가 대표적 사례다. 현대차는 21일 7조원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전용 공장과 배터리 모듈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2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면담한 이후 UAM과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분야에 6조3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 계획도 내놨다.
증권가에선 설비투자를 늘리는 종목과 업종을 지속적으로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박소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설비투자를 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만큼 성장성이 있다는 뜻”이라며 “결국 설비투자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반도체, 자동차, 2차전지 관련주가 향후 주도주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직접 서비스를 팔아본 경험이 벤처캐피털리스트로서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습니다.”김동수 LG테크놀로지벤처스 대표(CEO·사진)는 23일 인터뷰에서 “부티크(소형 투자회사)에서 영업하고 좌절감을 느끼며 배운 게 많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대표는 삼성벤처투자 법인장을 거쳐 2018년 5월부터 LG테크놀로지벤처스 CEO를 맡고 있는 실리콘밸리 기업형 벤처캐피털(CVC)업계 터줏대감이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미국에서 그룹 신사업 발굴의 첨병 역할을 하는 LG 핵심 계열사로 운용자산은 4억8000만달러 수준이다.김 대표의 첫 사회 경력은 연구원이었다. 미국 명문인 캘리포니아공과대(칼텍)에서 학사, 프린스턴대에서 공학 석·박사학위를 따고 1997년 삼성전자에 병역특례로 입사했다. 이후 벤처투자팀에 합류했다가 조직이 삼성벤처투자와 합쳐지면서 기획 담당으로 보직이 바뀌었다. 벤처투자 업무에 대한 열정을 버릴 수 없었던 김 대표는 2008년 삼성전자에 사표를 쓰고 부티크에 들어갔다.김 대표가 부티크에서 금융 서비스를 하는 철저한 ‘을(乙)’로서 일하며 체득한 교훈은 ‘상대방의 처지에서 생각해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투자하는 입장이지만 투자받는 스타트업의 어려움을 이해하려고 노력한다”며 “‘왜 이렇게 사업을 못해’가 아니라 ‘어떻게 도와줄까’를 고민하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하고 끝’이 아니라 투자한 회사를 함께 키우는 게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한 덕목이란 뜻이다.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로 상대방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업계에서 ‘경험, 노하우, 지식을 타인과 나누는 데 인색하지 않다’고 평가받는다. 업계 후배는 물론 실리콘밸리 진출을 모색하는 경쟁 기업 사람들의 미팅 요청도 흔쾌히 수락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먼저 손길을 내밀어야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 있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며 “‘공유’는 실리콘밸리의 훌륭한 문화”라고 설명했다.김 대표는 부티크 근무 이후 삼성벤처투자 실리콘밸리 법인에 영입됐다. 반도체 스타트업 투자로 숱한 성공사례를 만들며 이름을 날렸다. 그가 투자한 퓨어스토리지(데이터 저장장치 솔루션 전문), 인프리아(극자외선 노광장비용 포토레지스트 전문) 등의 업체는 한국 반도체 업체들과 협업하며 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프리아는 2019년 일본의 포토레지스트 수출 규제 때 한국 산업의 방패 역할도 했다.김 대표는 “업체의 기술력뿐만 아니라 시장의 성장성을 함께 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단점을 냉철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것도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중요한 자질”이라고 말했다. LG테크놀로지벤처스는 이달 초 창립 4주년을 맞았다. CEO로서의 고민은 조직 문화다. 김 대표는 “인재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실리콘밸리=황정수 특파원 hjs@hankyung.com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주목한 품목이면 뭐합니까. 정작 우리 정부는 투자를 안 하는데….”23일 만난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의 토로다. 정부와 민간이 10년간 3500억원을 투입해 반도체 고급 인력을 양성하는 사업의 예산이 계획보다 37.8%가량 깎인다는 소식에 그는 고개를 푹 숙였다.▶본지 5월 10일자 A3면 참조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민관 공동투자 반도체 고급 인력 양성사업’에 대해 제출안(3500억원)의 62.2% 수준인 2180억원으로 사업비를 확정하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하기로 했다. 이달 초 발표하려던 2100억원과 비교하면 예산이 80억원이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예산을 수십억원 늘린 것도 언론이 정부의 의지 부족을 집중적으로 지적한 데 따른 것”이라며 “이런 식으론 ‘반도체 초강대국’을 건설할 수 없다”고 말했다.이번 사업은 반도체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산업부와 반도체업계·학계가 함께 추진한 프로젝트다. 내년부터 2033년까지 10년간 정부 예산을 투입해 석·박사급 반도체 인력 3500명을 배출하는 게 목표다. 사업비 절반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이 투자한다. 이 프로젝트에 투입되는 순수 정부 예산은 1090억원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일각에선 정부가 산업 현장을 제대로 모른 채 ‘탁상행정’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산업부에 따르면 내년부터 2033년까지 국내 반도체업계에 최소 5565명의 석·박사 인력이 부족할 전망이다. ‘세계 최고’라는 명성을 유지하는 게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다.윤석열 대통령은 반도체산업을 과감히 지원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반도체 수출을 지난해 기준 1280억달러(약 162조1120억원)에서 2027년 1700억달러(약 215조3050억원)로 32.8% 확대한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과기정통부가 중앙정부의 큰 그림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한국 반도체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국가 단위 전략이 필요하다는 반도체업계 관계자들의 목소리가 오늘따라 무겁게 들린다.
최근 국내 증시가 혼조세를 보이면서 안정적인 배당수익을 거둘 수 있는 고배당주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고배당주도 순이익을 반드시 따져 투자할 것을 조언했다.23일 KB증권에 따르면 올해 배당수익률이 5%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보통주 종목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68개로 집계됐다. 전체 상장기업의 3% 수준이다. 이 가운데 32개가 금융주로 나타났다.우선주를 포함해 올해 예상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금호석유우(8.89%)였다. 이어 에쓰오일우(8.68%), 대신증권우(8.62%), 금호건설(8.61%), BNK금융지주(8.49%) 순서였다.그러나 배당수익률과 함께 순이익 성장률도 고려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배당의 재원인 순이익이 줄어들면 배당수익률이 높더라도 실질적인 배당금액 자체가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이를 고려하면 순이익 개선이 예상되는 종목 중 배당수익률이 가장 높은 종목은 에쓰오일우였다. 보통주 가운데에서는 BNK금융지주가 가장 배당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됐다.고배당주로 꼽혀왔던 증권사들은 올해 부진한 실적 탓에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증권사들의 배당수익률은 삼성증권 10.28%, NH투자증권 10.45%, 대신증권 8.70% 등으로 다른 업종에 비해 높은 편이었다.그러나 올해 투자심리 악화로 인한 위탁 수수료 수입 감소, 채권평가 손실 증가 등으로 증권사 상당수가 부진한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원은 “증권업은 부진한 실적 탓에 배당 축소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시가총액 5000억원을 넘는 비금융 고배당주 종목 중에선 한국가스공사, LX인터내셔널, 오리온홀딩스 등을 주목할 만하다”고 설명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