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JP모건 "연준과 싸우지 마라, 저성장이 Fed 원하는 것"

전날 4% 넘게 급락해 3923으로 거래를 마쳤던 S&P500 지수는 19일(미 동부시간) 종일 3876~3945 사이를 맴돌았습니다. 지난주 목요일 기록한 최근 올해 저점 3858.87보다 살짝 높은 수준입니다. 제대로 반등하지 못한 채 지난주 최저점 위에서 오락가락한 것입니다. 14개월 저점인 이 수준이 깨진다면 기술적으로 급격한 내림세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짧은 기간에 엄청난 폭락세를 겪으면서 주가가 많이 내려갔죠. 전반적 시장 추세가 좋지 않고 "싸다"라고 매수하기엔 불안하지만, 워낙 급히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언제든 5~10% 반등한다 해도 이상한 건 아닙니다. 그러니 투자자들이 사지도 팔지도 못하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전형적인 전술적 안개 상태"라고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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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 타겟이 망친 좋지 않은 시장 분위기는 이어졌습니다. 이날 아침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백화점 체인인 콜스는 매출은 37억2000만 달러로 예상을 웃돌았지만 1년 전의 38억9000만 달러와 비교하면 감소했습니다. 특히 주당순이익(EPS)이 11센트로 예상치 70센트에 크게 미달했습니다. 콜스는 타겟, 월마트가 한 얘기를 반복했습니다. 물류비 인건비 등이 수익을 잠식했고, 우유부터 운동복까지 모든 상품 값이 오르자 소비자가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죠. 콜스는 "인플레이션이 심화하면서 4월 매출이 상당히 약해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동복 짐보리 등을 판매하는 칠스런스플레이스(children's place), 베스앤드바디웍스(Bath & Body Works)도 작년보다 나쁜 실적을 내놓은 뒤 가이던스를 낮췄습니다. 장 마감 뒤 1분기 실적을 공개한 로스는 매출 43억3000만 달러(예상 45억3000만 달러), EPS 0.97달러(예상 1.02달러)가 예상보다 조금씩 밑돌았습니다. 시간 외에서 주가는 20% 가까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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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업 모두가 나쁜 건 아닙니다. 주택사업자 고객이 많은 홈디포와 중산층 이상이 고객인 회원제 할인점 BJ홀세일, 캐나다구스 등은 좋은 실적을 내놓았습니다. 캐나다구스는 올해 실적 전망치도 높였습니다. 상류층은 건강하고 중산층은 버티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칠스런스플레이스 측은 "전례 없는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지속하면서 현저하게 높은 휘발유와 식품 가격으로 인해 저소득층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본다"라고 밝혔습니다. 타겟은 전날 콘퍼런스콜에서 하반기 총마진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이에 대해 증권사 스티펠은 "타겟 측의 가정은 매출과 고객 트래픽이 계속되고 소비자 지출이 감소하지 않을 것이란 걸 전제로 하지만, 그건 확실하지 않다"라며 투자등급을 '중립'으로, 목표가는 기존 270달러에서 185달러로 낮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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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지표도 좋지 않았습니다. 뜨거웠던 주택경기도 냉각되고 있습니다. 4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는 561만 건(연율)으로 전월보다 2.4% 감소했습니다. 2020년 6월 이후 최저로, 월가 예상 564만 건을 밑돌았습니다. 연초 3%대였던 모기지 금리가 5.5%까지 급등한 게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습니다. 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로렌스 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높은 집값과 급격히 높아진 모기지 금리가 매수자들의 활동을 위축시켰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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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14일로 끝난 한 주간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전주보다 2만1000명 증가한 21만8000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치 20만6000건을 웃돌았습니다. 네드데이비스 리서치는 "청구 건수 증가 및 그 추세는 노동 수요가 어느 정도 완화되었다는 징후"라고 설명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미국 1, 2위 고용주인 월마트와 아마존이 1분기 실적 발표에서 동시에 '과잉 인력'(overstaffed) 문제를 지적한 데 대해 "노동 공급 부족 사태는 끝났다"(The end of the labor shortage)라고 주장했습니다. 제조업 수치도 비슷합니다. 5월 필라델피아 제조업 지수는 2.6으로 전월 17.6보다 크게 하락했습니다. 특히 향후 6개월 전망을 나타내는 미래 활동 지수는 전날보다 5.7포인트 감소한 2.5를 기록해 2008년 12월 이후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하는 4월 경기선행지수(LEI)는 0.3% 감소한 119.2로 3개월 만에 처음 하락했습니다. 콘퍼런스보드는 "소비자 기대와 주거용 건축 허가 감소로 인해 크게 내렸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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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등 시도가 이어졌지만, 경제 지표와 기업 실적이 모두 좋지 않다 보니 결국 주가는 내림세로 마감했습니다. 다우는 0.75%, S&P500 지수는 0.58% 떨어졌고 나스닥은 0.26% 내린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S&P500지수는 1월 고점 대비 19.05% 떨어져 약세장 진입을 눈앞에 뒀습니다.

상황이 나쁘다 보니 월가는 S&P500 목표치를 줄줄이 낮추고 있습니다. 이날 HSBC는 "심각한 성장 둔화의 위험"을 이유로 연말 목표주가를 4450포인트로 낮췄습니다. 그동안 5000이 넘는 높은 목표치를 고수해오던 곳들도 무릎을 꿇고 있습니다. 도이치방크는 이날 "매도세가 더 이어질 것"이라며 5250이던 연말 전망치를 4750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BMO는 전날 목표치를 5300에서 4700으로 바꿨고, 크레디스위스는 지난 5일 5200에서 4900으로 내렸죠. 또 골드만삭스는 지난주 4700에서 4300으로 낮췄습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하향 조정이었습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 4400에서 3900으로 내렸지요.

지난주 골드만삭스에 이어 JP모건은 어제 미국의 경제 성장률을 낮췄습니다. 올 하반기 성장률을 3%에서 2.4%로, 내년 상반기는 2.1%에서 1.5%로, 하반기는 1.4%에서 1%로 하향 조정한 것입니다. 마이클 페롤리 이코노미스트는 하향 이유로 세 가지를 제시했습니다.
① 연준(Fed)은 원하는 금융여건 긴축을 얻는 데 힘을 얻고 있다.
② 달러 강세, 낮은 주가, 높은 모기지 금리는 수요 성장에 부담을 줄 것이다.
③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수요 감소는 노동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그는 "Fed와 싸우지 말라. 저성장이 Fed가 원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냈습니다.

스티펠이 타겟의 목표가를 대거 떨어뜨린 것처럼 개별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이나 목표가도 줄줄이 하향 조정되고 있습니다. 대표적 기술 강세론자인 웨드부시의 댄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이날 테슬라의 목표주가를 기존 1400달러에서 1000달러로 낮춰 제시했습니다. 아이브스 애널리스트는 "장기적으로는 여전히 매우 밝게 본다"면서도 "중국 상하이의 봉쇄가 2분기 '대재앙'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이 여전히 전염병과 싸우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2분기 차량 인도 대수가 악화될 것이며, 하반기에도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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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건스탠리는 언더아머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낮췄고, 씨티는 철도주에 대한 투자의견을 무더기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CSX(목표가 45→35달러), 노퍽서던(345→260달러), 유니온퍼시픽(287 →235달러) 등에 대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씨티는 “철도주들은 지난 여섯 달 동안 주가 강세로 상대적 밸류에이션이 나아졌다”라며 “감속될 수요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주가 상승이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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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널리스트의 목표가 하향은 통상 해당 기업에 대한 EPS 추정치를 낮추면서 이뤄집니다. 그리고 이런 EPS 추정치 수정은 모여서 S&P500 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EPS 추정치가 낮아지는데, 주가가 유지된다면 P/E는 상승합니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P/E가 오를 수 있을까요? 주가가 EPS 추정치가 떨어진 만큼 내려가야 P/E가 유지됩니다. P/E까지 하락한다면 주가는 더 내려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야말로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죠. 지금 월가에서 매일 '바닥' 논쟁이 벌아지는 이유입니다. 지금까지는 3700선 안팎을 제시하는 금융사가 많았습니다. 그런데 지난주부터 침체 논란 속에 지수가 3858까지 떨어지다 보니 월가가 제시하는 바닥도 3400~3500 부근으로 낮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침체가 생길 경우 최하 3000까지 떨어질 것이란 주장이 나옵니다.

도이치뱅크는 S&P500 연말 전망치를 기존 5250에서 4750으로 낮춰 제시하면서 "시장은 침체가 임박했음을 선반영하며 급락하고 있다. 그러나 당사는 이러한 침체 우려는 당장 현실화하지 않으리라고 보며, 연말까지 지수가 연고점을 탈환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도이치뱅크는 "그러나 만약 경제가 즉각적인 침체에 진입한다면, 증시의 추가 35~40% 하락이 불가피하며 S&P500 지수 약 3000포인트까지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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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는 어젯밤 보고서를 내놓고 "경기 침체가 불가피한 게 아니지만, 뉴욕 증시의 매도세를 보면 투자자들이 최근 강한 경제 지표보다 경기 하강 가능성을 더 크게 보고 있음을 나타낸다"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12번의 경기 침체가 있었는데 S&P500 지수는 고점에서 저점까지 중앙값으로는 24%, 평균적으로는 30% 떨어졌다"라면서 "올해 1월 S&P500 지수의 최고점인 약 4800에서 24% 하락한다면 현 수준보다 11% 낮은 3650, 30% 하락한다면 지금보다 18% 떨어진 3360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높은 물가와 저성장 환경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에 대한 확률을 높이고 있다면서 '현실적인, 그리고 최악의 시나리오'에서 S&P500 지수가 3200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18% 더 내려갈 것이란 얘기입니다.

에버코어ISI에 따르면 지난 세 번의 불황이 아닌 약세장(2018년, 2011년, 1998년) 때는 평균 21.3%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세 번의 침체기 약세장(2000~2002년, 2007~2009년, 2020년) 때 평균 하락 폭은 47.9%에 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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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이번 약세장이 다른 때와 다른 건 'Fed 풋'이 없을 것이란 것입니다. 시장이 급락했을 때 Fed가 시장 지원에 나서는 것을 뜻합니다. 지난 20년간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 양적 완화 세트로 이뤄진 'Fed 풋'을 즐겼습니다. 사실상 Fed 풋이 지지선 역할을 했기 때문에 큰돈을 잃는다는 생각은 없었습니다. 2018년 12월이 대표적 사례입니다. S&P500 지수가 19.9%까지 급락하자, 제롬 파월 의장은 수건을 던졌습니다. 인상하던 금리를 동결했고, 6개월 뒤 금리를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2018년 4.38% 내렸던 S&P500 지수는 2019년에는 31.49% 급등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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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더 조지 캔자스시티 연방은행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투표권자입니다. 조지 총재는 이날 CNBC 인터뷰에서 "주식 시장이 힘든 한 주를 보냈다"라면서도 "연준이 긴축을 시작하고 있다는 사실과 세계적으로 금리 인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이런 변동성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시장이 이해할 수 있게 정책을 전달하려 하며, 긴축이 이뤄질 것이란 걸 예상해야 한다"면서 "긴축은 특별히 증시를 목표로 한 건 아니지만 더 긴축적 금융여건이 나타나는 경로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지 총재는 '시장이 나스닥은 30%, S&P500 지수는 18%나 내렸는데, 어느 정도 내리는 게 충분하다는 걸 알 수 있냐'(How do you know, when enough is enough?)라는 질문에 "나와 같은 Fed 정책 입안자가 충분한 것을 볼 때 초점을 맞추는 건 인플레이션 목표를 살펴보는 것"이라며 "지금 인플레이션은 너무 높고 우리는 이를 낮추기 위해 일련의 금리 조정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녀는 "나에게 더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 수준이 어느 지점에서 벗어나고 둔화하기 시작할 것인가"라고 덧붙였습니다. 정리하면 증시가 흔들린다고 해도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해 금리 인상 계획을 변경하지 않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Fed가 긴축 속도를 좀 줄이거나 늦추기 전에는 증시 바닥이 나타나기 어렵다"라고 말했습니다. Fed가 그렇게 하려면 인플레이션이 '좀' 낮아져야 합니다. 조지 총재의 말대로 모든 게 인플레이션에 달린 것입니다.

이날 미국의 휘발유 평균 가격은 사상 최고인 갤런당 4.589달러까지 올랐습니다. 이달 말부터는 휘발유 성수기인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됩니다. 휴가철이죠. 특히 본격적 경제 재개 이후 첫 여름입니다. JP모건은 드라이빙 시즌이 시작되면 휘발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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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가격도 큰 문제입니다. 세계 최대 곡창지대를 끼고 있는 우크라이나에서 전쟁이 벌어진 탓입니다. 이코노미스트지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 밀의 28%, 보리 29%, 옥수수 15%, 해바라기유 75%를 공급합니다. 벌써 밀과 옥수수 가격은 올해 들어 각각 약 60%와 30% 상승했습니다. 이런 상태가 유지된다면 수확 철인 올해 가을께 애그플레이션이 세계적 문제가 될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최근 시뮬레이션을 국제 식품 및 사료 가격이 이미 상승한 수준보다 8~22% 더 오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FAO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라고 가정한 뒤 시뮬레이션했는데, 유가가 더 오르면 상승 폭은 더 커집니다. 이날 브렌트유는 배럴당 2.7% 오른 112.04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인플레이션 전선에서도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월마트와 타겟, 콜스의 1분기 말 재고는 전년 대비 각각 32%와 43%, 40% 증가했습니다. 소비 패턴의 변화(상품→서비스)와 소비 둔화, 그리고 공급망 혼란 탓입니다. 이런 재고를 소화하려면 할인 판매를 해야 할 것입니다. 월가 관계자는 "그동안 심각했던 공급망 혼란 속에 많은 기업이 중복 주문을 했기 때문에 소비가 감소하면 많은 재고가 발생해 가격 할인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라며 "이는 디스인플레이션(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것)을 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봉쇄로 갇혔던 중국에서도 희망적 소식이 나오고 있습니다. 상하이시는 이날 상하이 항구의 처리량이 1년 전 수준의 약 90%로 회복되었다고 밝혔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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