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 3000선에 육박했던 코스피가 2600선까지 주저앉았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적 통화정책,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주요도시 봉쇄 등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는 요인들이 나타나면서 국내외 주식시장의 주요 하락요인으로 작용했다.전문가들은 당분간 쉽지 않은 장세가 지속되겠지만 하반기에 다시 '삼천피(코스피지수 3000선)'를 탈환할 것이라고 점쳤다. 당분간 저성장, 고물가가 지속된다는 점에서 경기 방어형 및 마진 방어를 잘하는 업종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반기 삼천피 간다…"경제 연착륙 가능성↑"19일 한경닷컴이 국대 주요 5대 증권사(삼성증권·NH투자증권·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증권·KB증권) 리서치센터장을 대상으로 하반기 증시 전망 관련 설문조사를 한 결과 올 하반기는 남은 상반기보다 개선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많았다.주요 증권사들은 하반기에는 악재들이 다소 진정되면서 코스피가 3000선에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밴드를 2500~3000선으로 예상했다. KB증권은 2500~3100선을 제시해 삼천피 전망에 무게를 실었다. NH투자증권은 2500~2900선을 예상했고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예상밴드를 공개하지 않았다.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까지는 경기 경착륙 논쟁과 Fed 긴축 관련 정책 불확실성 확대가 시장 변동성 확대를 자극할 공산이 크다"며 "단, 2분기 이후 인플레이션 피크아웃 전환과 함께 약화됐던 경제 성장률의 점진적 회복, Fed 통화긴축 속도조절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는 "중국도 11월 시진핑 3연임과 함께 경기 바닥 통과와 정책 모멘텀 강화로 힘을 보탤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향후 2~3개월에 걸쳐 물가상승률 둔화가 확인된다면 이는 Fed의 긴축속도를 늦춰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을 높이는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반도체·2차전지 유망…리오프닝도 관심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54포인트(0.21%) 오른 2625.98에 마감했다. 외국인과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소폭 상승했다. 연초부터 지금까지 국내 증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에 대한 우려가 확대됐다. 에너지 가격 뿐만 아니라 금속, 농산물 등 원자재 전반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이는 생산자물가,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점증시켜 Fed의 긴축 속도가 더욱 빨라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초 수급적인 이벤트였던 대형 기업공개(IPO) 이후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전반적인 기대감과는 달리 앞서 언급한 이유들로 인해 코스피는 2600선을 하회하기도 하며 전반적인 지수 레벨이 낮아진 상황이다.그럼에도 리서치센터장들은 하반기 유망 업종은 '반도체'와 '2차전지'를 많이 꼽았다. 인터넷, 제약/바이오, 리오프닝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서철수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출 관련 업종보다는 경기 방어형 및 마진 방어를 잘하는 섹터가 상대적으로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혁신 테마 중에서는 실적이 확인되고 있고 중국 봉쇄 관련 반사이익을 얻고 있는 2차 전지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향후 물가상승률 하향안정을 예상하고 이때 성과가 좋을 주식을 고른다면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이 양호한 성장주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러한 기준에서는 인터넷, 제약/바이오 업종이 긍정적이라는 설명이다.오 본부장은 "인터넷 업종은 단기적으로 광고수입에 따른 업황의 부침은 있을 수 있으나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수 있다"며 "제약/바이오 업종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오랜 기간 시장에서 소외돼 가격부담이 적어졌다"고 말했다. 또 "엔데믹 전환 이후 리오프닝에 따라 업황이 개선될 유통, 의류, 엔터, 레저 업종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과도한 레버리지 자제…ETF 활용도 고려해야"하반기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개인 투자자들에게는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유동성 장세가 끝난 시장이므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사용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며 "실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낙폭 과대 종목에 대한 투자 정도는 가능하다"고 말했다.유승창 KB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개인투자자들 중 상당수가 2020년 이후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이때는 초저금리 시대였다는 점에서 지금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며 "대출을 통한 투자에 부담이 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과 인플레이션 경기 및 기업에 미치는 영향을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Fed의 긴축적 통화정책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주식시장 전반에 걸친 상승보다는 업종·종목 간 차별화가 나타날 공산이 크다. 이러한 시장에서는 개별기업을 분석하는데 뛰어난 능력이 필요하며 그렇지 못하다면 단기에 좋은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오 본부장은 "개별기업 분석을 통해 시장수익률을 상회하는 성과를 내려는 투자자라면 '향후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소비자들의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제품이나 서비스를 통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해 투자하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그는 "이러한 선별 과정이 쉽지 않으므로 보다 전문적인 투자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간접투자상품이나 시장 수익률을 복제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이용해 투자하는 방법을 권고한다"고 조언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
한국 증시에 상장된 12월 결산법인들은 1분기 매출은 1년 전보다 크게 늘었지만, 수익성은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기업들의 매출은 1년 전과 비교해 개별 재무제표를 낸 701개 회사기 21.52%, 연결 재무제표를 낸 608개 회사가 24.18%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개별 기준 9.18%, 연결 기준 14.43% 증가했다. 순이익은 개별 기업들은 18.74%가 늘었지만, 연결 기업들은 13.79%가 줄었다.연결 매출액 비중이 11.77%인 삼성전자를 제외해도 매출 규모는 개별 기업이 20.76%, 연결 기업이 24.91% 커졌다. 반면 영업이익 규모는 개별 기준으로는 13.11% 줄었고, 연결 기준으로도 4.69% 증가하는 데 그쳤다.개별 기준 매출이 가장 크게 증가한 업종은 전년 동기 대비 49.47% 늘어난 운수창고업이다. 전기가스업(34.58%)과 화학(29.3%)업종이 뒤를 이었다.여결 기준 금융업 43개 회사의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1년 전에 비해 각각 5.61%와 5.71% 감소했다.코스닥에 상장된 1525개의 12월 결산법인들의 매출은 개별 기준으로 17.95%가, 연결 기준으로 20.89%가 각각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개별 기준으로 44.94%, 연결 기준으로 26.02% 늘었다. 다만 순이익 증가율은 개별 기준 13.16%, 연결 기준 2.87%로 영업이익 증가율보다 낮았다.업종 별로는 IT부품, 반도체, 의료·정밀기기, 제약업종이 실적 성장을 주도했다.거래소는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 금리 인상,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및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 증대에도 불구하고 진단키트 관련 제약업종의 약진과 배터리·반도체 업종이 실적 증가세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최근 국내 증시가 주요국의 통화 긴축과 인플레이션 및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올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환경 및 금리인상이 지속되며 경기는 둔화되겠지만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공포에서 벗어날 시간이라며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이라고 조언한다.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3.86포인트(0.92%) 오른 2620.44에 마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이 4620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개인은 3048억원, 외국인은 1574억원 순매도했다. 지수는 기관의 순매수세에 힘입어 1% 가까이 반등에 성공했지만 올해 들어 코스피는 12.32% 하락했다.앞서 지난 12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42.19포인트(1.63%) 내린 2550.08에 장을 마치며 종가 기준 2020년 11월 19일 이후 1년 반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다음 날인 13일 2% 넘게 오르며 2600선을 회복했으나 미국발 증시 불안에 따른 변동성에서 자유롭지는 못한 상태다.특히 지난 11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동기 대비 8.3% 급등해 시장 예상치(8.1%)를 뛰어넘은 것으로 발표되자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최근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자매 스테이블 코인 테라USD(UST)가 폭락을 거듭한 끝에 주요 거래소들에서 상장 폐지되는 등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이는 모습도 투자 심리 회복에 찬물을 끼얹었다.올 상반기 금융시장은 인플레이션→금리인상→수요 위축→경기침체로 이어지는 시나리오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했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반영하는 전형적인 시장의 모습이었다.미국 중앙은행(Fed)은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인상 속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는 현재와 같은 인플레이션 환경에서의 금리인상은 결국 경기에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돼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을 강화해도 경기는 둔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금융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이것이 상반기 금융 시장 변동성 확대의 주된 원인이다. 장현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인상 전망과 완만한 경기 둔화를 감안할 때 금리가 본격적으로 하락 전환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라며 "반면 인플레이션의 공포에서 점차 벗어나면서 주식은 낙폭의 일부를 되돌리는 성격의 반등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우크라이나 사태, 중국 봉쇄 등 우려 요인이 지속되고 있지만 기저효과에 인해 인플레이션은 정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하반기까지는 초과 저축 및 리오프닝에 힘입어 수요는 양호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이익도 당분간 견조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 환경 및 금리인상이 지속되며 경기는 둔화되겠지만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다.이러한 상황에서 전문가들은 미국과 한국 증시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주식시장은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및 연방시장공개위원회(FOMC) 회의 때마다 변동성이 확대되겠지만 낙폭과대의 일부 되돌림 장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서다.장 연구원은 "최근의 주가 급락에도 미국의 경기 및 기업의 체력은 견조하기 때문에 가치주 중심의 반등이 전망된다"며 "한국증시의 경우 밸류에이션 매력 및 이익 개선세에 힘입어 증시 되돌림 구간에서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가 예상된다"고 말했다.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