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에 '실적 충격'
1분기 매출 2.4% 찔끔 증가
순이익은 25%나 쪼그라들어

저소득층 소비여력 줄고
가격 인상 발빠른 대응 못해
인건비도 늘어 수익성 악화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1분기(2~4월)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40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물가 탓이다. 월마트는 올해 순이익 증감률 전망치도 기존 전년 대비 3% 증가에서 1% 감소로 낮춰 잡았다. 실적 악화 소식이 전해지자 월마트 주가는 17일(현지시간) 3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급락했다.
삼중고 만난 월마트
월마트는 이날 1분기 매출이 1415억7000만달러(약 180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4%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월가 전망치(1389억4000만달러)를 웃돌았지만 수익성이 문제였다. 같은 기간 순이익은 20억5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5% 감소했다. 주당순이익(EPS)도 1.30달러로 시장 예상치(1.48달러)를 밑돌았다. 더그 맥밀런 월마트 최고경영자(CEO)는 1분기 실적과 관련해 “예상치 못한 결과”라며 “인플레이션 등 이례적인 환경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40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자 저소득층 등 월마트 주요 소비자의 소비 여력은 크게 줄었다. 이들은 마진이 큰 전자제품, 의류 등을 구입하는 대신 마진이 적은 계란, 빵 등 식료품 소비를 늘렸다고 CNBC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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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마트가 가격 인상을 통해 인플레이션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월마트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사들보다 느린 속도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며 “이는 월마트의 순이익 감소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맥밀런 CEO도 “식품과 연료의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더 많은 압력을 가했다”고 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월마트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1.38% 급락한 131.35달러에 마감했다. 소비재 종목은 변동성이 크지 않음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전날까지만 해도 월마트 주가는 올 들어 2.4% 상승하며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하지만 이날 발표된 1분기 실적과 가이던스가 주가에 반영되며 폭락 사태를 불렀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월마트가 뉴욕증시의 블랙먼데이(주가 대폭락 사건) 직전인 1987년 10월 16일 이후 하루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순이익 전망도 하향 조정
늘어난 인건비도 월마트에 부담이 됐다. 월마트는 지난해 말부터 코로나19 병가를 떠난 직원들을 대체할 인력을 추가 모집했다. 그런데 직원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사로 복귀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재고도 발목을 잡았다. 브렛 빅스 월마트 최고투자책임자(CFO)는 “일부 상품이 늦게 도착한 데다 서늘한 날씨로 인해 수영장 용품 등이 판매되지 않아 재고가 쌓였다”고 설명했다.

월마트는 미국 소비심리의 바로미터로 평가받는다. 월마트가 1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하자 미국 소비시장에 경고음이 켜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통상 인플레이션은 판매가를 높여 소비재 업체에 호재지만 인건비와 재고 증가, 연료비 상승 등이 월마트의 수익을 갉아먹었다”며 “미국 경제에 대한 경고 신호”라고 평가했다.

월마트는 올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월마트는 3% 성장을 예상했다. 지속되는 인플레이션 압력과 공급망 문제가 수익성을 떨어뜨릴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월마트 주가 폭락으로 창업주인 월턴가(家)의 자산은 하루 만에 190억달러(약 24조800억원)가량 증발했다. 월턴가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가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이들의 자산은 2120억달러(약 268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날 주가 하락으로 월마트 창업자 샘 월턴의 세 자녀가 총 150억달러 이상을 날렸다. 월턴의 며느리와 손주의 자산도 각각 8억7600만달러, 17억1000만달러 줄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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