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투자자들 집단소송 나서는데…권도형 "연 7% 수익 새 코인 만들 것"
가치가 폭락한 한국산 암호화폐 루나와 테라USD 투자자들이 발행업체 테라폼랩스의 권도형(30·사진)·신현성(36) 공동창업자를 상대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의 투자자 현황 등에 대한 긴급 점검에 나섰다.

17일 암호화폐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카페 ‘테라·루나 코인 피해자 모임’ 운영진은 “사기와 유사 수신행위 규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두 공동창업자를 고발하겠다”는 글을 올렸다. 운영진은 “두 사람이 루나 가격이 부진하던 지난해 초 연 20%에 달하는 고이자를 미끼로 스테이킹(예치) 상품을 내놔 가격을 끌어올린 뒤 고점에서 사기꾼들이 팔아치우면서 가격이 폭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루나 투자자 20명가량을 모아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업비트와 빗썸 등 국내 암호화폐거래소에 루나와 관련한 거래량, 루나와 테라를 보유한 투자자 수, 금액별 인원수, 100만원 이상 고액 투자자 수 등에 대한 자료를 요청했다. 테라 플랫폼을 감독할 법적 권한은 없지만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현황 파악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는 국내에서 루나 투자자가 28만 명이고 이들이 700억 개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루나 사태 후폭풍이 거센 가운데 권 대표는 테라 블록체인 부활을 위해 새로운 블록체인을 만들겠다는 제안을 내놨다. 그는 16일(현지시간) ‘테라 리서치 포럼’을 통해 “실패한 테라USD 코인을 없애고 테라 블록체인 코드를 복사해 새로운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권 대표는 “이전 체인은 ‘테라 클래식(토큰 루나클래식-LUNC)’으로 칭하고 새 블록체인은 ‘테라(토큰 루나-LUNA)’로 부른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새 블록체인은 연 7% 스테이킹 보상을 목표로 하고 네트워크 보안도 확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대부분 암호화폐 전문가는 권 대표의 계획을 희망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계 최대 암호화폐거래소이자 초기 테라 투자자였던 바이낸스의 자오창펑 최고경영자(CEO)는 테라 블록체인을 복사하자는 권 대표의 제안에 대해 “아무런 가치를 창조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김보형 기자 kph21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