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인수를 보류한 결정을 놓고 “인수가를 낮추려는 작전”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 결정에 트위터 주가는 하루 새 10% 급락하면서 머스크가 당초 제안했던 인수가와 차이가 더 벌어졌다.

지난 13일 트위터 주가는 뉴욕증시에서 전일 대비 9.67% 하락한 40.72달러에 장을 마쳤다. 머스크가 트위터 인수를 선언한 후 연중 최고점을 찍었던 지난달 25일(51.70달러) 대비 21%나 빠졌다. 이날 머스크가 “트위터의 스팸, 가짜 계정 수가 사용자의 5% 미만이라는 트위터 측의 근거를 확보할 때까지 인수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여파다. 이후 머스크는 “여전히 인수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주가는 회복세 없이 장중 40~41달러선에 계속 머물렀다.

투자업계선 머스크의 인수 보류 결정이 의도된 전략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 투자사 번스타인의 토니 사코나기 수석 애널리스트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보류 결정은 협상 전술”이라며 “머스크가 협상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한 계책으로 실제 활성이용자 수를 명분으로 내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수가격을 낮추기 위해 트위터 가치에 일부러 흠집을 냈다는 얘기다. 머스크가 당초 제시한 트위터 인수가는 54.20달러. 이날 주가보다는 33%나 높다.

“트위터 계정 100개를 무작위로 추출한 뒤 스팸, 가짜 계정 여부를 확인하겠다”는 머스크의 계정 검증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스틴 모스코비츠 페이스북 공동 창업자는 트위터를 통해 “실제 무작위 추출 방식도 아닐뿐더러 샘플 수가 너무 적어 오류 여지가 크다”며 머스크의 검증 방식을 비판했다. 트위터 분석 서비스를 제공 중인 봇센티널의 크리스토퍼 부지 CEO는 “논의 중인 주제에 따라 가짜 계정의 수가 달라질 수 있다”며 “실제 취미 분야보다 정치, 암호화폐, 기후변화, 코로나19 등의 분야에서 가짜 계정이 더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인수를 포기하면 머스크가 짊어질 부담이 크다는 점도 이번 보류 결정이 인수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작전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준다. 머스크는 계약 파기 시 위약금 10억달러(약 1조2800억원)를 물어야 한다.

CNBC는 “트위터가 위약금과는 별도로 수십억 달러 규모의 손해 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도 지적했다. 2020년 프랑스 명품업체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가 미국 귀금속업체 티파니를 162억달러에 인수하려 할 때도 LVMH가 인수계약을 중단하려 하자 티파나가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당시 양사는 158억달러로 인수가를 낮추는 데 합의하고 소송전을 마무리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