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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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체 펄어비스는 중국에 출시한 게임이 흥행에 실패하면서 주가가 반 토막 났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해당 게임의 이름을 딴 ‘돌침대’를 출시하면서 주주들이 부글부글 끓고 있습니다.

12일 펄어비스는 5만8300원으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올해 들어 주가가 56.49% 급락했습니다. 지난달 26일 중국에 출시한 모바일 게임 '검은사막'이 흥행하지 못하자 매도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흥행 실패로 반 토막 난 주가. 사진=네이버
흥행 실패로 반 토막 난 주가. 사진=네이버
개미들은 게임이 대성공을 거둘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검은사막은 국내에서 성공한 검증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개인들이 연초 이후 펄어비스 주식 5501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행복회로’를 돌렸습니다.

출시 첫날 검은사막은 중국 앱스토어 인기 1순위에 올랐습니다. 성공을 확신한 개미들은 추가로 돈을 투입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순위가 20위권으로 밀렸고, 급기야 100위권 밖으로 사라졌습니다.
"주가 반토막인데 '돌침대' 출시라니…" 주주들 '부글부글'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키움증권에 따르면 개인들은 펄어비스로 평균 30.89%의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신용으로 투자했던 한 주주는 “반대매매를 당하면서 4600만원이 하루아침에 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주주는 “남편 권유로 110주를 샀다가 하루 만에 5%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검은사막 x 장수돌침대 ‘검은돌침대’ 출시. 사진=펄어비스
검은사막 x 장수돌침대 ‘검은돌침대’ 출시. 사진=펄어비스
손실보다 더 화나는 것은 회사의 행동입니다. 펄어비스는 지난 6일 장수돌침대와 콜라보를 통해 ‘검은돌침대’를 출시했습니다. 주주들은 “손실로 잠도 못 자고 있는데 염장을 지르는 것이냐”고 반발하고 있습니다.
"주가 반토막인데 '돌침대' 출시라니…" 주주들 '부글부글' [박의명의 불개미 구조대]
펄어비스는 콜라보에 진심인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작년에는 남성용 속옷 ‘검은사각’을 선보였습니다. 그 전에는 껌, 김, 샴푸 업체와 콜라보를 진행했습니다.
검은사각 팬티. 사진=펄어비스
검은사각 팬티. 사진=펄어비스
회사가 주가 하락을 방치한 것은 아닙니다. 지난 2일 펄어비스는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198만6645주의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시세로 1300억원에 해당하는 규모입니다.

그럼에도 불만은 누그러지지 않고 있습니다. 자사주 소각도 주가 하락을 막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자사주 소각 발표 당일 6만7800원이었던 주가는 12일 기준 5만8300원로 14% 떨어졌습니다.

제휴 마케팅은 게임업계에서 널리 쓰이는 홍보 수단입니다. 하지만 부업에 과도하게 몰두하는 회사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이 나옵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본업에 문제가 생긴 회사는 다른 사업으로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본업 대신 투자 활동에만 매진하거나, 사명을 이유없이 바꾸는 회사도 ‘경계 리스트’에 올려놔야 한다는 조언입니다.
여의도 증권가 소식과 개미들 이야기를 다룬 <불개미 구조대>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 아래 기자페이지를 구독하면 기사를 놓치지 않고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