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청산·숏커버…애플도 연일 폭락, 암흑 속 피어나는 반등 희망

12일(미 동부 시간) 뉴욕 증시 개장을 앞두고 곳곳에서 악재가 전해졌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에서는 달러 페그제가 깨지면서 폭락한 테라 사태 여파로 인해 대표 스테이블코인 테더까지 1달러 선이 무너져 공포가 커졌습니다. '암호화폐 시장의 리먼 모멘트'라는 말도 나왔습니다. 비트코인은 이날 새벽 한때 2만5402.04달러까지 급락해 2020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에 2만6000달러 아래로 추락했습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모두 2000억 달러의 자산 가치가 암호화폐 시장에서 증발했습니다. 블룸버그는 달러 페그제를 채택해온 테라가 실패하면서 기존 금융시스템에서도 비슷한 구조인 ETF 등에서도 불안이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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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소프트뱅크는 지난해(~3월) 비전 펀드에서 260억 달러 손실을 본 것으로 보고했습니다. 월가 일부에서는 비전 펀드에서 투자한 주식이 쿠팡 우버 등 수익성이 없는 고성장주인만큼 어려움이 커지면서 유동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중국에서는 베이징에서 누적 감염자가 1000명에 육박하면서 완전 봉쇄에 대한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또 중국 3위 부동산 개발사 수낙(Sunac)이 달러화 채권 이자 2950만 달러를 내지 못해 결국 디폴트(채무 불이행)에 빠졌습니다.
-유럽에서는 핀란드가 나토 가입을 공식화하자, 러시아는 "보복할 수밖에 없다"라며 발트해에 핵무기와 극초음속 미사일을 배치할 것이라고 위협했습니다. 러시아는 또 유럽의 천연가스 공급망 기업들을 제재했고, 러시아 국영 가스프롬은 가스 공급 중단에 나섰습니다.
-미국의 전주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이전보다 1000건 증가한 20만3000건으로 집계됐습니다. 월가 예상 19만4000명을 웃돌았습니다. 여전히 낮은 수치이긴 하지만 미 중앙은행(Fed) 긴축 여파로 앞으로는 계속 증가할 것이란 관측입니다.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1년 전보다 11%, 전월보다 0.5% 상승했습니다. 3월(11.5%, 1.6%)보다 낮아졌지만, 월가 예상(10.7%, 0.5%)보다는 높았습니다. 기본적으로 11%대는 여전히 사상 최고 수준입니다. 물가 상승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할 수 있다는 신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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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악재들은 그렇지 않아도 전날 4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덜 떨어지면서 침체 우려에 휩싸인 뉴욕 금융시장을 압박했습니다.

금리부터 또다시 추가 하락했습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지요.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전날 2.918%에서 이날 2.848%로 하락해 4거래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습니다. 채권 수익률과 가격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침체 우려 탓에 떨어진다면 증시에도 좋지 않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스태그플레이션 1단계(금리 상승+주가 하락)에서 2단계(금리 하락+주가 하락)으로 이동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습니다. 오후 1시에 발표된 30년물 국채 입찰(220억 달러)에서도 수요가 확인됐습니다. 응찰률이 2.382배로 최근 6개월 평균(2.306배)보다 높았고, 낙찰 금리는 연 2.997%로 발행 당시 시장금리인 3.006%보다 훨씬 낮게 결정됐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청산·숏커버…애플도 연일 폭락, 암흑 속 피어나는 반등 희망

연일 급락해온 증시는 반등을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또다시 무산됐습니다. 그리고 변동성은 여전히 매우 컸습니다.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롤러코스터 같았습니다. 나스닥은 1% 수준의 하락세로 출발한 뒤 10분 만에 하락 폭이 2.1%를 넘었습니다. 하지만 오전 11시께에는 1.7% 상승했습니다. 또 오후 2시 40분께에는 다시 2% 넘게 내리기도 했습니다. 장 막판 반등해 결국 나스닥은 0.06% 강보합세로 거래를 마쳤습니다. 다우는 0.33%, S&P500 지수는 0.13% 내렸습니다. 다우는 6거래일 연속 하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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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500 지수의 경우 이날 오전 3879.51을 찍은 뒤 급히 반등했습니다. 지난 1월 3일 최고치에서 19.5% 떨어진 수준입니다. 오후에는 3858.87까지 떨어졌다가 또다시 반등했습니다. 20% 베어마켓 진입 직전입니다. CNBC의 마이크 산톨리 주식평론가는 "지난 1990년, 1998년, 2011년 및 2018년에는 고가에서 19~20% 떨어진 뒤 조정을 끝내고 반등했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조정에선 베어마켓에 들어가진 않는다'라는 베팅이 유입된 셈입니다. S&P500 지수는 3930.08에 마감됐습니다.

이날 장 초반 반등은 고평가 기술주, 밈주식이 주도했습니다. 게임스톱과 AMC가 30% 이상 급등했고, 루시드도 12% 올랐습니다. 게임스톱의 거래는 몇 번이나 중단됐습니다. 월가에서는 공매도가 많았던 이들 주식이 갑자기 치솟자, 숏커버링이 발생하면서 이상 급등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합니다. 찰스 슈왑의 랜디 프레드릭 이사는 CNBC에 "이런 트레이딩은 밈주식에 많은 돈을 걸었던 일부 투자자가 큰 수익을 내기 위해 베팅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절박한 행동이고 도박, 복권이며 운이 좋을 수도 있지만 아마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게임스톱은 10.13%, AMC는 8% 오른 채 거래를 마쳤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청산·숏커버…애플도 연일 폭락, 암흑 속 피어나는 반등 희망

전날 5% 내렸던 애플은 이날 장중 5%대 내림세를 유지하다가 2.69% 내림세로 마감됐습니다. 52주 최고가에서 22% 급락한 것으로 대장주가 베어마켓에 돌입했습니다. 월가에서는 200일 이동평균선이 깨진 상황에서 2020년 후반 고점인 138달러를 지지선으로 봤는데, 이날 138.8달러를 찍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아리 왈드 분석가는 "이는 애플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문제다. 상대적으로 적게 떨어졌던 대형주가 더 떨어지고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애플뿐이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또다시 2% 하락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몇몇 펀드가 청산하면서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등 핵심 주식까지 다 쏟아내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정상적 상황이라면 애플 등 핵심 주식이 이렇게 많이 쏟아지기가 어렵겠지요. 데이터트랙 리서치의 닉 콜라스 설립자는 "든든한 피난처였던 애플의 주가는 무너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골치 아픈 징조"라며 "애플의 하락은 '위험 회피'라는 큰 추세의 일부"라고 말했습니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2개 주식의 지수 비중은 10%나 됩니다. 월가 관계자는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가 반등하기 전에는 함부로 지수 ETF를 사지 말아라"라고 조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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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도 주요 지수가 하락했지만 변동성 지수(VIX)는 전날보다 2.43% 떨어져 31.77로 마감됐습니다. 주가가 계속 하락하는데 상승해야 할 VIX가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와 관련, 세븐리포트의 톰 에세이 설립자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기관투자자의 청산이 현재 진행 중일 수 있으며 주식을 매각하는 사람은 더 하방 헤지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추정했습니다. 헤지는 보유 자산에 대해 필요합니다. 자산을 청산할 경우 헤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이는 옵션 시장을 통한 헤지 수요를 감소시킬 것이고, 이는 VIX 계산에 반영됩니다. 에세이는 "진행 중인 청산이 계속 체계적으로 주식에 압력을 가할 것이다. 이는 주식의 중기 전망에 좋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청산·숏커버…애플도 연일 폭락, 암흑 속 피어나는 반등 희망

S&P500 지수는 3930.08로 마감됐습니다. 내림세가 너무 빠르다 보니, 월가에서 기술적 저점으로 보는 3750~3850에 순식간에 근접했습니다. 이렇게 주가가 폭락하면 금융여건은 긴축되고 경기 둔화는 빨라집니다. 내년 3~4분기 경기 침체를 주장하고 있는 도이치뱅크는 "현 추세가 이어진다면 침체 시기가 빨라질 것 같다"라고 밝혔습니다. 한 월가 관계자는 "시장에서 연준이 긴축속도를 늦출 것이라는 관측이 많아지는 것 같다. 심지어 6월 1일부터 하기로 한 양적 긴축(QT)도 못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이야기도 나온다. 예상치 못하게 크립토 시장이 터지면서 금융여건이 엄청나게 긴축되고 있으니, 정말 연준이 속도를 조절할지도 모르겠다"라고 전했습니다. 최근 6월 1일 QT 실시 예고에도 장기 금리가 계속 하락하는 데는 이런 기대가 일부 작용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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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날 아침 상원 인준 투표에서 찬성 80, 반대 19의 압도적 표차로 인준된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장 마감 뒤 마켓플레이스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6, 7월에 50bp, 50bp 기준금리를 두 번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재확인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는 과정에서 약간의 고통이 따르겠지만, 궁극적으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우리가 이에 대처하지 못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서 뿌리내리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 "인플레이션이 예상보다 나빠지면 더 많이 올릴 준비가 되어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더 많이 75bp를 인상할 준비도 되었나'라는 질문에 "Fed는 들어오는 데이터와 바뀌는 전망에 적응해왔다. 그것이 우리가 계속할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아마도 우리가 기준금리를 조금 더 빨리 인상하는 것이 더 나았을 것"이라고도 말했습니다.

파월은 경기 연착륙에 대해 "세계에서 거대한 사건, 지정학적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 이는 내년께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연착륙을 실행할 수 있는지는 실제로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이 인터뷰 내용이 전해진 뒤 미 국채 10년물 금리는 다시 2.915%까지 회복했습니다. 또 주가지수선물은 살짝 하락하고 있습니다.

월가 대부분은 아직 주가가 바닥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JP모건의 가브리엘라 산토스 전략가는 불룸버그 인터뷰에서 "S&P500 지수가 거의 20% 떨어졌다. 현재 역사적 평균 밸류에이션에서 거래되고 있지만, 여전히 모든 불확실성이 유지되고 있으므로 이것이 끝이라고 믿는 투자자 확신은 매우 낮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바닥이 되려면) 성장 시나리오에 대한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주택 가격이 정점에 도달해야 하고,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정점에 도달해서 원자재 가격에 대해 더 안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경제 봉쇄가 정점을 찍고 떨어질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골드만삭스의 크리스티안 뮬러-글리스만 전략가는 "우리는 S&P500 지수의 거래 범위가 단기적으로 좀 더 오래 넓고 평평한 곳(in a fat and flat range) 머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상당한 변동성이 포지셔닝 되었고, 투자 심리는 약세를 보인다. 이는 기회를 창출하는 환경이지만 여전히 모멘텀이 필요하다. 좋은 투자는 항상 좋은 상승/하락의 비대칭성과 좋은 모멘텀을 기반으로 한다. 그리고 지금은 매우 선택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실물 자산에 집중해왔고 원자재는 꽤 높은 범위에 있다. 앞으로 6~12개월에 해야 하는 것은 실제로 위험을 추가하고 결국에는 경기 순환 관련 위험자산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단기적 반등은 가능하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청산매매 등으로 인해 떨어지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입니다. 댄 나일스 사토리펀드 설립자는 "전날 소비자물가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 달했다는 걸 보여줬지만 예상보다 높았다. 그래서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자리 잡을 것이란 공포를 지지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다른 펀드들의 커다란 손실에 따른 청산매매와 일부 숏커버링 등을 볼 때 S&P500 지수의 다음 5% 움직임은 상승 방향인 것 같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청산매매 등으로 인해 단기 과매도가 이뤄진 상황이라는 뜻이죠. 다만 "여전히 이는 베어마켓 랠리라고 믿는다. 경제가 침체에 들어가고 주가수익비율(P/E)는 합리적 수준까지 축소되면서 장기 바닥은 2023년에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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