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 전경.  롯데지주 제공
롯데정밀화학 울산공장 전경. 롯데지주 제공
롯데케미칼이 최근 반년 동안 자회사인 롯데정밀화학 주식을 1000억원어치 넘게 사 모았다. 작년 11월과 올해 2월, 5월에 석 달 주기로 꾸준하게 매입을 이어가고 있다. 앞으로도 매입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만큼 이 회사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책임경영' 차원에서 자회사 주식을 사 모았다고 밝혔지만, 롯데정밀화학을 흡수 합병하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작년 11월 16일부터 이달 12일까지 롯데정밀화학 지분 5.08%(주식수 131만218주)를 1023억원에 매입했다. 주당 매입가격은 7만8094원으로 전날 종가(7만8900원)보다 706억원가량 낮다.롯데케미칼은 주식 매입에 따라 롯데정밀화학 보유 지분이 31.13%(803만1190주)에서 36.21%(934만1408주)로 불었다.

이 회사는 2016년 2월 삼성그룹으로부터 롯데정밀화학(당시 삼성정밀화학) 지분 31.13%(803만1190주)를 매입하면서 경영권을 확보했다. 보유 지분을 그대로 유지해오다 작년 11월부터 롯데정밀화학 주식을 사들이기 시작했다. 작년 11월에 226억원어치, 올해 2월에는 652억원어치, 이달에는 145억원어치를 각각 매입했다. 롯데케미칼은 관계자는 석 달 마다 주기적으로 자회사 주식을 사들이는 데 대해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들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이 롯데정밀화학을 흡수합병하기 위한 포석의 하나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흡수합병 과정에서 합병을 반대하는 롯데정밀화학 주주들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롯데케미칼에 롯데정밀화학 주식을 일정 가격에 사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이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커질 경우 흡수합병이 무산될 수 있다. 롯데케미칼은 2009년 KP케미칼을 흡수합병하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주식매수청구권에 합병을 포기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이 주식매수청구권 규모를 줄이기 위해 롯데정밀화학 주식을 사들인다는 평가도 있다. 원활한 흡수합병을 위해 앞으로 주식을 추가 매입하면 그만큼 롯데정밀화학 주가에 호재로 작용한다.

롯데케미칼이 흡수합병을 추진하는 배경에 대해 여러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국내 1위 석유화학기업인 LG화학 매출·자산규모를 따라잡기 위한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도 내놓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케미칼은 과거부터 LG화학에 대해 경쟁의식이 강했다"며 "경영진들이 매출 등 부문에서 LG화학을 넘어서야 한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