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유가증권시장 입성을 추진했던 토종 앱스토어 원스토어와 골판지 원지 제조업체 태림페이퍼가 11일 상장을 철회했다. 지난 6일 보안전문업체 SK쉴더스를 포함해 올해 들어 상장을 철회한 회사는 다섯 개로 늘었다. 국내외 증시 침체 여파로 기업공개(IPO) 시장이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는 이날 금융감독원에 상장 철회 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 계획을 철회했다. 지난 9~10일 이틀 동안 진행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이 실패로 돌아가면서다. 수요예측이란 기관이 원하는 가격과 수량을 주문하면 이를 취합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절차를 말한다.
원스토어·태림페이퍼도 상장 접었다
원스토어는 전체 공모 주식 수의 75%인 499만5000주를 기관투자가에 배정했는데, 신청이 저조해 모집 수량을 채우지 못했다. 전날 국내외 증시가 급락한 데다 공모가가 높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기관이 희망공모가격(3만4300~4만1700원)의 하단보다 27% 낮은 2만5000원을 써냈다.

원스토어는 수요예측을 마감한 이후인 이날 오전 2만5000원 이하의 가격을 제시한 기관을 대상으로 추가 접수했으나 참여가 저조했다. 공모가 고평가 논란이 발목을 잡았다. 원스토어는 당초 비교기업으로 애플, 구글 알파벳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국내 앱마켓 시장에서 구글 점유율은 80%, 애플과 원스토어는 각각 10%에 불과하다. 논란이 일자 원스토어는 비교기업을 텐센트, 네이버, 카카오, 넥슨 등 4개사로 바꿨다. 하지만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그대로 유지했다.

이재환 원스토어 대표는 최근 IPO 간담회에서 “원스토어는 SK쉴더스와 다르다”며 “IPO를 철회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상장 강행을 점치기도 했다. 하지만 희망가격 아래로 상장하는 것보다 상장 시기를 연기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재무적 투자자(FI)의 투자금 회수 문제도 얽혀 있다. 원스토어의 지분 17.7%를 가진 SKS키움파이오니어는 이번 상장 때 구주매출로 193만5000주를 내놓을 예정이었다. SKS키움파이오니어는 2019년 11월 원스토어 주식 387만1352주를 주당 2만5185원에 샀다. 투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취득가보다 높은 가격에 상장해야 한다.

국내 1위 골판지 원지 생산업체 태림페이퍼도 수요예측 흥행 실패로 상장을 철회했다.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에서 희망 공모가 범위(주당 1만9000~2만2000원) 밑에서 투자하겠다는 기관이 대다수였다. 모회사인 글로벌세아그룹은 공모가 하향을 받아들이지 않고 다음 기회를 노리기로 했다.

태림페이퍼는 지난해 호실적이 코로나19 특수였다는 기관들의 의구심을 해소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글로벌세아그룹이 공모가를 낮춰 상장을 강행하지 않은 건 자체 판단한 가치보다 몸값을 낮추면서까지 상장을 서두를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태림페이퍼는 그룹 핵심 계열사인 세아상역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투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FI가 없어 제값을 받을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는 뜻이다.

태림페이퍼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8889억원, 영업이익 1172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9.6%, 영업이익은 58.8% 증가했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기관투자가들이 리오프닝 이후에도 지난해 같은 호실적이 지속될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였다”고 전했다.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가 연이어 상장 철회를 선택하면서 올해 들어서만 상장을 철회한 회사는 5곳이 됐다. 현대엔지니어링을 시작으로 보로노이, SK쉴더스에 이어 원스토어와 태림페이퍼가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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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예진/최석철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