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만에 주식분할 나선 닌텐도…왜?
닌텐도(종목번호 7974)가 31년 만에 주식분할에 나선다. 일본 증시에서 세 번째로 비싼 ‘황제주’였으나 주가를 낮춰 투자자 저변을 확대하기로 했다. 실적 고점 논란에 시달리고 있는 닌텐도가 주식분할로 투자자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11일 도쿄증권거래소에서 닌텐도 주가는 3.25% 오른 5만8190엔에 마쳤다. 주식분할 소식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전날 장 마감 후 닌텐도는 1주를 10주로 분할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는 9월 30일 종가를 기준으로 분할하며, 10월 1일부터 분할된 주가로 거래된다. 닌텐도는 1991년에도 무상증자를 통해 1주를 1.35주로 분할한 적이 있다.

일본은 주식을 100주 단위로 매매해야 한다. 닌텐도는 주당 주가가 5만8000엔 정도라 한 번 거래하려면 최소 580만엔(약 5800만원)이 필요하다.

닌텐도 주가는 일본 상장기업 중에서 세 번째로 높다. 도쿄증권거래소는 활발한 거래가 이뤄지기 위해 주가가 5만엔에서 50만엔 미만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후루카와 슌타로 닌텐도 사장은 이번 주식분할에 대해 “투자자층과 주식 유동성을 확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주식분할 후엔 닌텐도 최소 거래금액이 58만엔(약 580만원) 수준으로 낮아지므로 더 많은 거래가 일어날 수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도요타자동차가 주당 1만엔이 넘었던 주식을 5 대 1로 분할, 2000엔 수준으로 낮춰 투자접근성을 개선한 바 있다.

한편 시장에선 닌텐도의 실적이 고점을 찍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주식분할이 발표된 날 함께 공개된 실적도 긍정적이지 않았다. 닌텐도는 지난해 4월~지난 3월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6% 감소한 5000억엔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예상 평균(6127억엔)을 밑돌았다.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라 닌텐도 스위치 판매량이 전년 대비 9% 감소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히트 게임이 나오지 않아 2년 연속 판매량이 줄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