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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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탄소배출 제로 정책을 적극 추진하면서 지난해 기후펀드 자산 규모가 470억달러(약 59조원)를 돌파했다. 미국의 기후펀드 자산규모(310억달러)를 제치고 세계 2위를 달성하게 됐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닝스타를 인용해 중국의 지난해 기후펀드 규모가 전년에 비해 149% 증가한 47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보도했다. 2020년에 비해 투자액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 같은 기간 유럽연합(EU)는 3250억달러(약 414조원)로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미국은 310억달러(약 39조원)였다.

중국이 탄소중립 정책을 밀어붙이며 기후펀드 규모가 급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20년 9월 유엔총회에서 ‘2030년 전 탄소정점, 2060년 전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세계 최대 탄소배출국인 중국이 탄소중립을 약속하면서 중국 내 자본 역시 기후펀드로 유입됐다.

지난해 중국 투자자들은 지난해 113억달러(약 14조원)를 중국 기후펀드에 투자했다. 202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보야 왕 모닝스타 ESG 애널리스트는 “중국 자본은 정부 정책에 따라 움직인다”며 “정부 차원에서 탄소배출을 줄이려 하자 기후펀드 투자가 급증해/ㅅ다”고 설명했다.

중국 기후펀드 수익률도 투자자들을 끌어당기는 요소였다. 모닝스타 데이터에 따르면 중국 기후 펀드의 평균 수익률(작년 4월부터 지난달까지 12개월)은 15%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기후펀드가 7%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중국 당국이 정책적으로 지원하면서 수익률이 상승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탄소중립 정책을 이행하려 중국 정부가 녹색채권(Green bond)와 녹색대출 등 관련 상품을 대량 발행하며 투자를 유도했다. 에너지 기술주와 관련 펀드가 가장 큰 수혜를 봤다. 중국의 태양광 펀드가 중국의 가장 큰 기후펀드로 성장하는 데 단 18개월이 걸렸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정책 덕에 자산규모를 크게 늘렸지만 중국 기후펀드의 내실이 빈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모닝스타가 중국 내 106개의 기후펀드를 대상으로 지속가능성 수준을 평가한 결과 ‘보통’ 이상 등급을 받은 펀드는 11개에 불과했다. 중국 기후펀드는 유럽과 미국에 비해 운용 과정이 불투명하고 중국 정부 정책에 펀드 실적이 크게 좌우되는 등 위험 요인이 많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왕 애널리스트는 “청정 에너지 등 녹색기술이 시장에 정착하려면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자본이 유입돼야 한다”며 “중국 당국이 추진하는 저탄소 경제가 투자자들에게 장기 이익을 가져다 줄 지 의심스럽다”고 설명했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