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대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업체 TSMC 주가가 지난 3년여간 랠리를 뒤로하고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으로 인한 투자심리 변화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하지만 산업 자체 펀더멘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TSMC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다. 파운드리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UMC, 글로벌파운드리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최근에 혁신적인 칩으로 일컬어지는 애플의 M1, AMD의 에픽칩, 화웨이의 기린칩 등은 모두 TSMC의 선단공정에서 제조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회사의 선단공정 사업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면서 성장동력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현재 상황을 이해하려면 지난 20여년간 이 회사의 성장 동인을 살펴봐야 한다. TSMC는 5나노 선단공정부터, 8인치 웨이퍼로 만드는 1.5㎛ 이상의 레거시 공정을 모두 제공하고 있다. 주요 매출과 이익은 선단공정에서 나온다. 선단공정에서 주로 만드는 것은 PC와 서버용 중앙처리장치(CPU),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이다. 2000년대 초반 회사는 이 같은 종류의 칩을 수탁생산하며 성장했다.

2000년대 애플 아이폰의 성공으로 PC 수요를 넘어서는 스마트폰 시장이 생겨났다.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AP칩은 트랜지스터 수와 집적도 수준이 CPU를 넘어섰다. 기기의 연간 판매량도 PC의 5배가 넘는다. TSMC가 애플이나 퀄컴과 같은 AP칩 디자이너로부터 외주를 받은 배경이다.

2010년대 들어 또 한 번의 기회가 찾아왔다. 2000년대 초반 서버 CPU의 트랜지스터 수는 PC와 큰 차이가 없었다. 2015년께 인텔은 서버용 프로세서에 PC 대비 2배 이상의 트랜지스터를 넣기 시작했다. 최근 서버용 CPU는 PC 대비 10배에 가까운 트랜지스터를 탑재하고 있다. 이게 현재까지 이야기다.

향후 성장을 위해선 새로운 스마트기기 출현이 절실하다. 사물인터넷은 TSMC와 같은 회사에 도움이 안 된다. 사용하는 칩의 구조가 단순하기 때문이다. 자율주행 차량은 얘기가 다르다. 자율주행 차량은 서버 컴퓨터만큼 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의 성능이 높아야 한다. 하지만 자율주행 차량 도입은 스마트폰만큼 간단하지 않다.

완전한 자율주행의 보급은 사람의 안전과 직결된다. 국가별 규제 변화와 소비자의 인식 전환도 선결 과제다. 자율주행 차량 도입 속도가 느릴 것이라는 전망은 TSMC 주가에 긍정적일 수 없다. 이는 메모리 제품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에도 마찬가지다.

우건 매뉴라이프자산운용 매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