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만전자’의 늪에 빠진 삼성전자와 달리 삼성그룹 전체 계열사에 분산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은 선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지난 석 달간 10% 넘게 하락할 때 ETF는 운용사에 따라 최대 4%대 수익을 냈다.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일기획 등 15개 삼성 계열사에 시가총액 비중만큼 나눠 투자하는 ‘KINDEX 삼성그룹섹터가중 ETF’의 지난 석 달(2월 7일~5월 6일) 수익률은 3.3%였다. 계열사에 같은 비중으로 투자하는 ‘KINDEX 삼성그룹동일가중 ETF’의 수익률 역시 3.7%로 양호했다.

삼성그룹 관련 ETF 중 운용 규모가 가장 큰 ‘KODEX 삼성그룹 ETF’의 수익률은 1.4%, ‘KODEX 삼성그룹밸류 ETF’의 수익률은 4.4%였다. ‘TIGER 삼성그룹펀더멘털 ETF’ 역시 1.3%로 플러스 수익을 거뒀다. 지난 한 달간 삼성그룹에 나눠 투자하는 5개의 ETF 모두 짭짤한 수익을 낸 것이다.

같은 기간 삼성그룹의 간판 기업인 삼성전자 주가는 10.1% 하락했다. 지난 3월 6만전자가 된 이후 특별한 반등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삼성그룹 ETF와 삼성전자 주가 사이에 희비가 엇갈린 것은 ‘분산 투자 효과’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그룹은 계열사들이 특정 사업 분야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 진출해 ETF의 분산 투자 효과가 상대적으로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 삼성그룹 ETF는 정보기술(IT, 삼성전자)뿐 아니라 바이오(삼성바이오로직스), 중공업(삼성중공업), 금융(삼성증권·삼성생명·삼성화재·삼성카드)까지 거의 모든 사업 부문 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지난 석 달 삼성SDI는 8.6%, 삼성카드는 5.4% 올랐다. 삼성바이오로직스(5.3%), 삼성생명(1.9%) 등도 마찬가지다. ETF에 속한 이들 기업의 주가가 뛰면서 삼성전자 하락세를 보완했다.

임태혁 삼성자산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삼성그룹의 경우 거의 전 사업 분야에 계열사가 있기 때문에 ETF의 분산 효과 역시 다른 그룹보다 큰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안정적 투자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삼성전자에 대한 저가 매수의 기회로 볼 수도 있는 만큼 투자성향에 따라 판단은 갈릴 수 있다”고 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