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스타트업 파두가 최대 2000억원 규모의 투자 자금 유치에 나선다. 이번 투자가 이뤄지면 국내 반도체 관련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에 등극하게 된다.

반도체 첫 유니콘 예약…파두 "몸값 최대 1.8조"
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파두는 자문사를 통해 해외 사모펀드(PEF)를 상대로 최대 2000억원 규모 투자금 유치 작업을 진행 중이다. 회사 측은 신주 발행을 통한 자금 유치를 구상하고 있다. 기존 주주들의 일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열어놨다. 회사 측은 올 하반기 투자 유치 작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파두는 이번 투자 유치 과정에서 1조2000억~1조8000억원의 기업가치를 염두에 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기존 주주를 대상으로 300억원 규모 투자금을 받으면서 평가받은 기업가치(9000억원)보다 1.4~2배 정도 오른 수준이다. 지난해 8월 투자유치 당시 몸값이 45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년 만에 몸값이 최대 네 배가량으로 불어나게 된 셈이다.

회사 측은 협업사인 SK하이닉스가 최근 미국 테크기업인 메타(옛 페이스북)에 기업용 SSD(저장장치)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을 계기로 향후 자사 수익성도 크게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두는 SSD에 들어가는 핵심 반도체인 비휘발성 인터페이스 메모리(NVMe) 컨트롤러를 개발해 SK하이닉스에 납품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몸값이 지나치게 높게 평가됐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파두는 지난해 매출 52억원, 영업손실 337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은 6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파두가 아직은 적자 상태인 데다 공급사도 한정적이어서 대규모 자금 베팅을 앞두고 망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파두는 이번 투자 유치를 성사시킨 뒤 당분간 회사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파두 측은 글로벌 사모펀드(PE)와 손잡고 공급망 다변화 등을 통해 회사 경쟁력을 끌어올릴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당초 계획했던 기업공개(IPO) 작업은 다소 늦춰질 것으로 예상된다. 당초 파두는 올 하반기 한국거래소에 상장 예비 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1분기 상장 작업을 완료하는 것을 목표로 잡았었다.

파두는 2015년 6월 서울대 공대 ‘메모리 및 스토리지 구조연구실’ 출신 연구원들이 설립했다. SK텔레콤 연구원 출신 남이현 대표(최대주주)와 베인&컴퍼니 출신 이지효 대표가 공동으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