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이 4일(현지시간) 정례회의를 열어 덜 매파(통화 긴축 선호)적인 모습을 보였으나 월가 전문가들은 지금보다 공격적인 통화 정책 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씨티그룹의 알렉산더 손더스 애널리스트는 “수십년만에 가장 빠른 긴축 사이클이 막 시작됐다”며 “향후 4번의 통화정책 회의에서 한 번에 50bp(0.5%포인트)씩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물가가 워낙 높기 때문에 증시가 크게 위축되더라도 ‘Fed 풋’(증시 부양을 위한 통화 완화 정책)이 나올 가능성은 낮다”며 “S&P500지수가 3800선까지 떨어져야 Fed가 공격적인 긴축을 재고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콧 마이너드 구겐하임파트너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기준금리가 향후 10년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며 “채권 강세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그는 “Fed가 계속 금리를 올린 뒤 미국 경제를 불황으로 내몰 것”이라며 “경기 침체 없이 2.5%포인트 이상 물가를 낮춘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Fed가 수요를 둔화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침체를 유발할 것이란 얘기다.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8.5%(작년 동기 대비) 급등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지난 3월 소비자물가지수는 8.5%(작년 동기 대비) 급등했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JP모간의 제이미 다이먼 회장은 “미국 경제는 탄탄하지만 연착륙할 확률은 33%에 지나지 않는다”며 “긴축이 이제 막 시작됐고 지금 경제 상황은 비정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긴축 조치보다 더 큰 위험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파장”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미국 가계와 기업은 매우 강한 상태”라며 “올 1분기 성장률(-1.4%)이 좋지 않았으나 내년엔 견조한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앞서 Fed는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20여년 만에 최대폭인 0.5%포인트의 금리 인상과 다음달 양적긴축 착수를 결정했다. 모두 시장 예상에 부합하는 조치였다.

FOMC 성명서 발표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제롬 파월 의장은 “한꺼번에 75bp 금리를 올리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미 경제는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