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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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선 목전까지 치솟았다. 환율을 밀어 올리는 배경으로 삼성전자를 비롯한 상장사와 한국바스프 등 외국계 회사의 배당금 송금이 거론된다. 이들 기업이 5조원에 육박하는 배당금을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해외투자자에게 송금하면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인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7원 30전 오른(원화 가치는 약세) 1272원 50전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이 달러당 1270원 선을 돌파한 것은 코로나19 초기 확산으로 금융시장이 충격에 빠졌던 2020년 3월 19일(1285원 70전) 이후 처음이다. 주요 상장사와 외국계 비상장 업체는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결산 배당 명목으로 4조8668억원을 해외에 송금한 것 환율 오름세의 배경으로 꼽힌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1조1186억원) KB금융(6316억원) SK하이닉스(5484억원) LG화학(3970억원) 기아(3969억원) 현대차(2913억원) 포스코홀딩스(2277억원) 네이버(462억원) 삼성SDI(313억원) 카카오(64억원) 등 국내 10대 상장사는 총 3조6954억원을 2021년 결산배당으로 외국인 투자자에게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한국바스프(2910억원)와 크레디트스위스(1650억원) JP모간(1595억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1473억원) 에르메스코리아(1050억원) 볼보그룹코리아(700억원) BMW코리아(700억원) 샤넬코리아(690억원)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540억원) 포르쉐코리아(405억원) 등 외국계 기업 10곳의 해외 본국 배당금액은 1조1714억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 투자자와 외국계 기업이 이들 기업으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달러로 환전해 본국에 송금하는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환율도 오름세(원화 가치는 하락)를 보이게 된다.

최근 달러가 강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원화를 보유한 외국인의 달러 환전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다음달 정책금리 0.5%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채권금리가 오르자, 미 채권을 사들이려는 외국인 자금 수요가 몰리고 덩달아 달러가치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여파도 안전자산인 달러화 가치를 부각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2021년 상장사의 결산배당이 마무리되는 다음달 초에 환율이 내림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