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인근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우회상장 신청서 기각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회원들이 20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인근에서 동원엔터프라이즈의 우회상장 신청서 기각 요구 집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수산물 수급에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수산주가 급등하고 있는 가운데 동원산업 투자자들은 그 기쁨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 최근 동원산업이 동원엔터프라이즈와 합병을 결정한 탓에 주가가 급락하고 있어서다. 개인 투자자들은 불공정 합병으로 회사가 개인을 등쳐먹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동원산업은 2000원(0.08%) 내린 24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들어서 동원산업 주가는 1.19% 하락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조치 등으로 수산물 수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수산주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하지만 동원산업은 이러한 호재에서 빗겨갔다. 신라에스지, 사조대림, CJ씨푸드 등이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각각 19.42%, 14.92%, 5.78% 상승한 것과 비교된다.

동원산업 주가가 맥을 못추고 있는 배경은 회사 합병 추진으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사고 있어서다. 특히 합병 과정에서 동원산업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낮게 산정돼 논란이 되고 있다.

앞서 동원산업은 지난 7일 동원엔터프라이즈를 흡수 합병하기로 했다고 공시하고 한국거래소에 우회상장 예비심사 신청서를 제출했다. 합병이 마무리되면 기존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에 흡수되고 동원산업이 동원그룹의 사업지주회사가 된다.

문제는 합병 비율이다. 동원산업 측은 양사의 기업가치 평가 과정에서 동원산업을 시가로 평가하며 최근 산술평균주가(24만8961원)를 적용했다. 하지만 주식시장에서 동원산업 주가는 저평가 상태였고 이를 토대로 시가평가하는 바람에 제대로 된 기업가치를 받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반면 동원엔터프라이즈 기업가치는 자본시장법에 따른 공정평가 방식에 따라 평가해 19만1130원로 산출했다. 동원산업에 1대5 액면분할까지 적용해 합병비율은 1대 3.838553으로 결정됐다.

소액 주주들은 동원산업 평가액이 순자산가치 대신 기준시가를 기준으로 평가돼 대주주만 유리하게 산정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지난 7일 장 마감 이후 발표된 합병 공시에 매매거래를 하루 쉬어간 동원산업은 다음 거래일인 11일 주가가 14% 넘게 폭락한 바 있다. 수산주 랠리 덕분에 주가가 소폭 오르긴 했지만 아직 합병 공시 이전 종가인 26만5000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동원산업 종목 토론방에서 한 투자자는 "다른 수산주들은 다 날아가는데 동원산업만 고꾸라지고 있다"며 최근 합병 이슈로 주가가 부진한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밖에도 "개미들 돈 발라먹는 기업 잘가라", "낚시꾼 회사라 소액주주들도 잘 낚는건가", "삼성물산, 제일모직 불법합병 시즌2다" 등의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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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뿐만 아니라 기관투자자들도 이번 합병에 대해 반대입장을 내고 본격적인 공동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일반 주주를 침탈하는 수준으로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게 정해졌다"며 회사의 자발적인 시정이 이어지지 않으면 다음달 초 소송에 나설 것이라고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양사의 합병 시너지가 불분명하다고 평가했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동원엔터프라이즈는 동원그룹의 비상장 지주사로 이번 합병으로 동원그룹 지주사가 증시에 상장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다만 비상장 지주사 합병 배경이나 효과에 대한 부분은 모호하다”고 말했다.

최남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금처럼 동원산업이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면 동원산업 주주들은 원래 가져야 할 몫을 동원엔터프라이즈 주주와 함께 나누는 셈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원산업이 현재 사업 회사의 형태에서 합병 이후 사업형 지주회사로 바뀌면서 지주사에 대한 평가가치가 할인되기 때문에 소액주주 입장에선 그만큼 피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에 대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동안 동원그룹은 지주회사인 동원엔터프라이즈가 동원산업을 비롯해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자회사 5개를 지배하고 중간 지배회사인 동원산업이 스타키스트·동원로엑스 등 종속회사 21개를 보유하는 다소 복잡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동원그룹은 "이번 합병을 통해 지배구조를 단순화해 빠르게 변화하는 외부 환경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한편 투자 활성화를 통해 경영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해 기업 가치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차은지 한경닷컴 기자 cha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