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09년 9월 이후 최저치로 쪼그라들었다. 원·달러 환율이 1240원대를 넘어서고 국내 기업의 실적 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탓이다. 증권가에서는 환율 상승세가 잦아들고 기업 실적 전망치가 뒷받침될 때 외국인 매수세가 다시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지분율 13년 만에 최저…'셀 코리아' 언제쯤 잦아들까

외국인 지분율, 금융위기 이후 최저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지분율은 31.12%를 기록했다. 2009년 9월 8일(31.08%) 이후 가장 낮다. 작년 초까지만 해도 외국인 지분율은 36~37%대에서 움직였다.

올해 외국인의 유가증권시장 순매도액은 이날 10조원을 넘어섰다.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먼저 달러 강세에 따른 원·달러 환율 상승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전날 원·달러 환율은 2년여 만에 장중 1250원을 돌파했다. 주요 6개 통화에 대한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작년 말 95.593에서 전날 101.769까지 치솟았다. 통상 달러 강세는 신흥국 증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신흥국 중 한국 증시에 대한 매도세가 뚜렷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티커명 EWY)’의 발행 좌수(펀드의 기준단위)는 지난달부터 감소세에 접어들었다. 발행 좌수가 감소한다는 것은 해당 ETF에 대한 환매가 일어나고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다른 신흥국 ETF인 ‘아이셰어즈 MSCI 이머징마켓(EEM)’, ‘아이셰어즈 MSCI 차이나(MCHI)’ 등은 같은 기간 발행 좌수가 증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자재 수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커진 반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통화정책 완화와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행 좌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환율 안정·실적 개선 뒷받침돼야”

외국인 자금 이탈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글로벌 공급난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공급난→인플레이션 심화→미국 중앙은행(Fed)의 긴축 가속화→달러 강세(원·달러 환율 상승)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은 결과적인 것이고, 문제의 기저에는 공급난과 인플레이션이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완화되고 금리 상승세가 진정돼야 외국인이 국내 증시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환율이 내리지 않고 박스권을 형성하기만 해도 외국인 자금 수급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국인 지분율이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던 2009년 4월과 2016년 1월에도 원·달러 환율이 횡보하는 동시에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했다.

증권가에서는 외국인 매도세가 잦아들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 연구원은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박스권 횡보만 하더라도 추가적인 변동성은 제한되기 때문에 외국인의 매수 유인이 될 수 있다”며 “최근 1분기 실적 시즌에 국내 주요 기업이 잇따른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기대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했다.

김 센터장은 “경제활동 재개로 공급난이 완화되면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가 꺾이고 미국의 금리도 안정될 것”이라며 “2분기 말에서 3분기 초쯤에 기술적 반등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