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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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이후 최저치로 추락했다. 원·달러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서고 국내 기업의 실적 부진 우려가 커지자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대거 팔아치운 영향이다. 증권가에서는 환율이 안정되고 기업 실적 전망치가 높아져야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전날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11조773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지분율은 31.1%대까지 낮아졌다.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지분율이 31.1%대를 기록한 것은 2009년 9월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 연일 순매도…'Buy 코리아'는 언제쯤?
외국인의 한국에 대한 투자 유인이 낮아지고 있다는 점은 미국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코리아(티커명 EWY)’의 발행 좌수 감소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발행 좌수가 감소했다는 것은 해당 ETF에 대한 수요가 줄어 자금이 유출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다른 신흥국 ETF인 ‘아이셰어즈 MSCI 이머징마켓(EEM)’, ‘아이셰어즈 MSCI 차이나(MCHI’ 등은 발행 좌수가 증가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브라질,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등 원자재 수출국에 대한 투자 매력도가 높아진 반면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통화정책 완화와 경기부양에 대한 기대감으로 발행 좌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외국인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는 목소리가 컸다. 지난달 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이 러시아를 MSCI 신흥국지수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최대 4조원이 자금이 국내 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리밸런싱이 일어난 지난달 8일에도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450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국내 증시 귀환을 위한 조건으로 환율 안정과 실적 개선을 제시했다. 과거 유가증권시장 외국인 지분율이 역사적 저점을 기록했던 2009년 4월과 2016년 1월에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되기 시작한 공통적 유인은 원·달러 환율 안정과 국내 기업의 호실적이었다. 원·달러 환율이 박스권을 형성하며 환 변동성이 낮아진 상태에서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 추정치가 상향 조정되자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됐다는 분석이다.

한 연구원은 “지난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금리 인상에 대한 경계감이 높아진 상황에서 환율이 1200원 이하로 내려오는 것을 기대하긴 어렵다"면서도 “환율이 현재 수준에서 박스권 횡보만 하더라도 추가적인 변동성은 제한되므로 외국인의 매수 유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1분기 실적시즌에 국내 주요 기업이 잇따른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이익 모멘텀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