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이 유동성을 회수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 2년과 같은 상승장을 기대하긴 어렵다. 실적이 탄탄하고 저평가된 종목을 선별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최근 박스권 장세에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조언하는 말이다. 하지만 정보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가 개별 종목을 고르는 것은 쉽지 않다. 올해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카카오 등 대형주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기관과 외국인은 저평가된 종목을 사들이며 상대적으로 나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중소형주를 전문으로 분석하는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어떤 기업을 유망하다고 보고 있을까. 24일 한국경제신문은 9개 증권사의 스몰캡 애널리스트로부터 올해 주가 재평가 가능성이 높은 중소형주 28개를 추천받았다.
박스권 뚫고 날아오른다…이제는 중소형株의 시간

복수 추천받은 인터로조

두 곳 이상 증권사가 유망하다고 꼽은 종목은 인터로조가 유일했다. KB증권과 하이투자증권이 추천한 인터로조는 국내 1위 콘택트렌즈 제조업체다. 국내에서 자체 브랜드로 클라렌을 운영하고, 해외 고객사를 대상으로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사업을 하고 있다.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수혜와 더불어 신제품 출시, 해외 진출 확대 등으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성현동 KB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세계 4대 콘택트렌즈 업체를 신규 ODM 고객사로 확보하면서 해외 매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인터로조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는 전년 대비 38.7% 증가한 391억원이다. 1개월 전 추정치(371억원) 대비 5.4% 상향 조정됐다.

인터로조 외에도 리오프닝 수혜주가 추천 목록에 다수 포함됐다. NH투자증권은 호텔과 복합쇼핑몰을 운영하는 서부T&D를 유망 종목으로 꼽았다. 이 회사의 주력 사업장인 서울 드래곤시티호텔의 객실 점유율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해외 관광객이 유입되면 점유율 추가 상승이 기대된다. 내년부터 이 호텔에 그랜드코리아레저(GKL) 카지노 시설이 입점하기 때문에 10년간 추가 임대수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신증권은 미용의료기기 업체인 루트로닉을 추천했다. 한경래 대신증권 연구원은 “루트로닉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 주로 수출하고 있어 리오프닝의 직접적 수혜를 받고 있다”며 “통상 1분기가 비수기임에도 올해 1분기는 작년 최성수기인 4분기와 맞먹을 정도로 높은 수준의 실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의도 큰손이 주목한 종목

스몰캡 애널리스트들이 추천한 종목 가운데 ‘여의도 큰손’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곳도 여럿 있었다. NH투자증권이 추천한 현대이지웰은 ‘가치투자 명가’ VIP자산운용이 지분 5.33%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이지웰은 국내 최대 기업복지몰을 운영한다. 작년 3월 현대백화점그룹에 인수되면서 범현대 계열사 수주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NH투자증권은 국내 1위 온라인 종합결제사업자인 NHN한국사이버결제도 추천했다.

전자담배 기기를 생산하는 이엠텍이랜텍은 작년부터 증권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중소형주로 꼽힌다. 두 회사는 각각 대신증권과 하나금융투자의 추천을 받았다. 이엠텍과 이랜텍 주가는 최근 1년 새 각각 97.59%, 194.75% 급등했다. 이엠텍은 KT&G에 전자담배 기기인 릴하이브리드 2.0을 공급한다. 이랜텍은 릴솔리드 2.0을 주력으로 생산한다. 증권가에서는 담배 시장의 패러다임이 일반 궐련담배에서 전자담배 중심으로 바뀔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자담배 기기를 생산하는 두 업체의 성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엠텍과 이랜텍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10.7배와 9.6배로, 글로벌 경쟁사인 스웨덴의 놀라토(15.9배) 대비 저평가돼 있다.

동방선기·서부T&D ‘실적 턴어라운드’

증권사 한 곳 이상의 실적 추정치가 있는 24개 종목 가운데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전년 대비)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은 동방선기다. 작년 5억원이던 영업이익이 올해 40억원으로 716.3%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회사는 선박용 배관을 주로 생산하는 조선기자재 업체다. 이 회사를 추천한 오현진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선박 수주 증가로 조선사의 기자재 발주가 늘어나고 있다”며 “건설 등으로 전방산업이 확대되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라온테크(140.2%) 이랜텍(137.9%) TYM(113.8%) 넥스틴(113.0%) 해성디에스(101.4%) 등도 올해 영업이익 증가율이 세 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서부T&D는 작년 53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 221억원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증권사들은 보고 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