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33% 하락한 미국 반도체업체 엔비디아의 주가가 추가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리오프닝(경제 활동 재개)과 이더리움의 암호화폐 채굴 방식 변경으로 게임용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를 찾는 수요가 계속 줄고 있어서다.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지난 21일 엔비디아를 둘러싼 경영 환경이 최근 바뀌었다며 이같이 분석했다.

잘 팔리던 GPU 남아돈다…엔비디아 '끝 모를 추락'
지난해 엔비디아 주가는 급등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자 GPU를 포함해 성능 좋은 컴퓨터를 찾는 이들이 늘었다. 엔비디아 제품은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잘 팔렸다. 전례 없는 수요에 엔비디아는 높은 가격의 제품을 내놨다. 지난해에는 1200달러가 넘는 GPU를 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 상황이 바뀌었다. 매진 행렬을 이어가던 엔비디아의 GPU가 남아돌기 시작했다. 일부 유통업체는 재고 소진을 위해 카드 할인 등의 혜택을 도입했다. 중고 제품 가격을 추적하는 카멜카멜카멜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최고가 GPU 중 하나인 RTX 3080 Ti 가격은 올해 들어서만 약 40% 급락했다.

반도체시장 전문 분석가인 존 페디는 “소비자들은 더 이상 1200달러짜리 GPU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며 “500~700달러 수준으로 가격이 내려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게이머들은 일반적으로 그래픽카드를 2~3년간 사용한다”며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기간 견조한 판매가 미래 수요를 대체했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더리움이 암호화폐 채굴 방식을 바꾼 것도 엔비디아 제품 수요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은 약 10년간 엔비디아 GPU를 애용했다. 이더리움 채굴에 엔비디아의 게임용 GPU를 사용하는 게 가장 좋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이더리움 재단은 오는 6월부터 고성능 GPU가 필요하지 않은 방식으로 채굴 방식을 바꿀 것이라고 발표했다. 배런스는 “암호화폐 채굴업자들의 중고 그래픽카드가 시장에 넘쳐나 공급 과잉을 일으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면서 엔비디아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33% 급락했다.

박주연 기자 grumpy_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