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이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4.8%로 집계됐다. 1~2월 인프라 투자 확대가 3월부터 전국에 확산한 봉쇄 여파를 상쇄했다는 분석이다. 소매판매가 19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하는 등 주요 경제지표가 3월부터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2분기 성적표는 악화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소비는 3월부터 마이너스로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1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7조178억위안(약 5219조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4.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로이터통신 전문가 설문 예상치인 4.4%를 큰 폭으로 웃돌았다.

중국의 지난해 1~4분기 분기별 성장률은 각각 18.3%, 7.9%, 4.9%, 4.0%로 하향세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중국 GDP의 25%가량을 차지하는 부동산시장 침체가 깊어지면서 경기가 둔화됐다. 올 1분기도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하고 3월에는 오미크론 변이 유입에 따른 코로나19 확산과 이를 차단하기 위한 봉쇄 조치들로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국가통계국은 인프라와 제조업 투자 확대가 성장을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1분기 인프라 투자는 8.5%, 제조업은 15.6% 늘어났다. 중국은 올해 인프라 투자용 지방정부 특수목적채권 발행 한도를 작년과 같은 3조6500억위안으로 설정했다. 작년 12월에는 올해 몫 1조4600위안어치를 미리 집행하도록 했고, 올해 들어선 수익성을 따지지 말고 투자하라는 지침도 내렸다. 1분기 한도 소진율은 34%로 작년 0.7%보다 대폭 상승했다.

3월 주요 경제지표는 하락세를 나타냈다.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소매판매 증가율(전년 동월 대비)은 -3.5%로 2020년 4월의 -7.5% 이후 23개월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로나19 사태 여파가 지속되던 2020년 중국의 소매판매는 7월까지 마이너스가 이어졌다. 올 1~2월에는 6.7%로 반등했으나 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가 유입된 3월 전국 곳곳에서 이동제한 조치가 발령하면서 소비심리가 악화됐다.

인프라와 제조업, 부동산 등을 종합한 고정자산투자 증가율도 1~2월 12.2%에서 3월에는 9.3%로 떨어졌다. 제조업 부문의 월간 GDP 성격인 산업생산도 같은 기간 7.5%에서 5%로 내려갔다.

"더 강력한 부양책 필요"

상하이 등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충격은 2분기 실적부터 본격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콩중문대는 중국 내 트럭 이동 자료를 기반으로 3월말부터 시작된 상하이 봉쇄로 인해 중국의 4월 GDP가 2.5~3%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상하이의 트럭 물동량은 봉쇄가 본격화되기 전인 3월에 이미 평소보다 40%가량 줄었으며, 이달 들어선 감소율이 54%로 커졌다.

상하이와 지린성 등 전면 봉쇄에 들어갔던 지역들이 통제 완화 및 생산 재개 계획을 내놓고 있으나 완전 정상화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중국 자동차업계에선 5월 중 전국 완성차 공장이 부품 조달 차질로 가동을 중단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코로나19를 차단하기 위한 통제 조치는 상하이 인근 장쑤성과 저장성에 이어 북서부 시안, 중부 정저우 등 주요 도시들로 확산하고 있다.

바클레이스는 중국의 성장률이 2분기에는 3%, 연간으로는 4.2%가 될 것으로 관측했다. 중국 정부가 내놓은 연간 목표치인 5.5%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노무라, 골드만삭스, UBS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대부분 연간 4%대를 예상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지난 15일 지급준비율을 0.25%포인트 인하해 5300억위안 규모의 장기 유동성을 공급하기로 했다. 핀포인트자산운용은 중국 당국이 더 강력한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 2분기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마이너스로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전분기 대비 1분기 성장률은 1.3%로 작년 4분기(1.4%)보다 소폭 내려갔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