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차 김앤장 변호사, 대체자산운용사 대표로 변신
"국내 부동산 대체투자에선 인허가뿐 아니라 세금부터 투자 구조까지 법률이 투자 성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유관식 와이앤피자산운용 대표(사진)는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산운용사에 로펌을 결합해 사모투자가들에게 차원 높은 투자운용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에서 부동산 전문 변호사로 20년간 근무한 유 대표는 2019년 회사를 나와 자산운용사를 설립했다.

와이앤피자산운용은 설립 후 3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물류센터 전문 자산운용사로 자리를 잡았다. 해외 투자자의 자금으로 두 개의 펀드를 설립해 물류센터 자산을 담았다. 이 가운데 한 개 펀드는 1년 남짓한 기간에 약 40%의 수익률로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했다. 유 대표는 "첫 펀드는 싱가포르 투자기관으로부터 30년짜리 장기 펀드의 자금을 유치해 경기 안성의 물류센터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안정성이 중요한 장기 펀드 자금을 신생 운용사에 투자한 건 유 대표를 믿었기 때문이다. 유 대표는 영국 체임버스앤드파트너스에서 한국 최고 부동산 변호사로 선정되는 등 법률 실력을 인정받았다. 유 대표는 2000년대 초반 싱가포르투자청(GIC)의 서울파이낸스센터 인수를 자문하던 시절부터 20여년 간 부동산 사모투자 업계에서 일해왔다. 현재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대체투자위원회 위원도 맡고 있다. 그는 "지금도 거래와 관련된 법률 쟁점을 직접 실무적으로 검토한다"며 "부동산과 관련해선 적용될 수 있는 법률의 범위가 매우 넓기 때문에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고객들과 쌓은 인간적인 신뢰도 큰 도움이 됐다. 유 대표는 “20년간 모은 업계 사람들의 명함이 4000장이 되더라"며 "변호사 시절 고객이 와이앤피운용사의 투자자가 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업계에서 안 좋은 소문을 몰고 다니는 상대는 조건이 좋아도 고객에게 피하라고 조언했고 정직한 사람은 도와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코치 역할을 하는 자문 변호사에서 선수 격인 운용사 대표로 성공적으로 변신한 것에 대해 유 대표는 "고객의 일을 자기 일로 여긴 경험 덕분" 이라며 "변호사 시절 절친한 해외 고객이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할 거냐'고 자주 물어봤고, 답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자산 매입·매각 뿐 아니라 관리에도 공을 들인다. 유 대표는 "변호사로서 분쟁을 자주 봤기 때문에 증권사·시행사 등 출신 대표와 달리 운용에도 무게를 둔다"며 "창업 후 수소문 끝에 미래에셋자산운용 출신의 운용본부장을 영입했고 인력도 비교적 많이 배치했다"고 설명했다.

유 대표는 최근엔 미국 사모펀드(PEF) KKR의 투자로 경기도에 15만㎡ 규모 물류센터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3호 펀드 설립을 진행 중이다. 동시에 국내 대기업과 손잡고 베트남에 저온 물류센터 투자도 검토하고 있다. 유 대표는 "베트남은 더운 날씨 탓에 변질해 버리는 식자재가 많다" 며 "베트남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해외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는 국내 투자 기관의 자금도 적극적으로 유치해 회사를 키울 방침이다. 유 대표는 "얼마전까진 신생 운용사인 탓에 과거 투자 이력이 부족해 국내 기관의 투자를 받을 수 없었다"며 "실적이 어느 정도 쌓인 지금부터는 적극적으로 국내 투자 기관들과 소통하고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