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지난해 23조원 규모의 해외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9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후 최대 규모다. 가계 보유 금융자산 가운데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돌파했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1년 자금순환’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개인사업자·비영리단체 포함)가 순매수한 해외 주식 규모는 22조9000억원으로 나타났다. 2020년 20조6000억원어치 사들인 데 이어 역대 최대치다. 전체 투자 규모(잔액)는 77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불과 3년 전만 해도 가계의 해외 주식 취득 규모는 연 2조원 안팎에 머물렀다. 2019년에는 2조1000억원에 그쳤다. 이듬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내외 시장을 가리지 않고 주식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가계의 해외 주식 투자 규모는 전년 대비 10배로 확대됐다.

국내 주식 취득 규모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가계가 사들인 국내 주식은 87조6000억원어치로 집계됐다. 전체 투자 규모(잔액)는 944조6000억원이었다.

가계의 주식 투자가 늘면서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사상 처음으로 20%를 넘어섰다. 2019년 가계 금융자산 내 주식 비중은 15.3%였지만, 2년 만에 비중이 5.5%포인트 확대됐다. 국내 주식은 19.2%, 해외 주식은 1.6%로 각각 나타났다. 해외 주식이 가계 금융자산 비중에서 1%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연간으로는 주식투자가 확대됐으나 하반기 들어 금리 인상 가능성 등으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하면서 장기저축성예금 등 안전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상반기 가계의 주식 취득액은 80조9000억원이었지만, 하반기에는 29조6000억원에 그쳤다.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가장 많이 차지한 상품인 단기저축성 예금(41.0%)은 지난해 상반기 10조1000억원 줄었다가 하반기에 21조9000억원 늘어났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가운데 미국은 가계의 금융자산 내 주식 비중이 36.9%(2020년 기준)였다. 이어 프랑스 22.2%, 독일 11.4%, 일본 10.9%, 영국 10.4% 등 순이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