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거래소를 정식 거래소로 등록해 규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4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대 로스쿨 주최로 열린 행사에 참석해 “암호화폐 플랫폼은 전통적인 증권거래소와 비슷하다”며 “암호화폐 투자자도 같은 방식으로 보호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투자자 보호가 이뤄져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봤다. 겐슬러는 SEC 직원들에게 관련 규제 방안을 연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암호화폐 거래의 99%가 거래소 다섯 곳에 집중돼 있다”며 “SEC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함께 암호화폐를 비롯한 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SEC는 암호화폐거래소가 이해상충을 일으킬 가능성을 문제 삼고 있다. 암호화폐거래소는 중개업체를 거치지 않고 고객의 자산을 보관하면서 시장을 조성하는 기능까지 수행한다. 별도 계좌에 고객 자산을 보관하는 증권거래소에서는 통용되지 않는 사업 방식이다. 이 때문에 SEC는 암호화폐거래소에서 시장 창출 역할을 분리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겐슬러 위원장은 암호화폐 발행사가 SEC에 등록하도록 하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발행사는 해당 자산에 대한 사항을 등록하는 한편 공시 요구사항 등을 충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발행사들은 SEC 등록에 반대하고 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