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테마주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 대표적

'유승민 테마주' 대신정보통신, 대선 이후 65%↑
안철수 총리직 고사 전부터, 한덕수·임종룡 테마주 '들썩'
사진=한경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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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지 한달여가 지났지만 정치 테마주 열기가 식지 않고 있다. 이번주(3월28일~4월1일)에도 차기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오는 6월1일 치러지는 지방선거의 경기지사 자리가 정치 테마주들을 들썩이게 했다.

정치 테마주는 관련 정치 이벤트 종료를 전후로 급락하지만, 이 전에 팔기만 하면 단기간에 큰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투자자들을 유혹한다. 하지만 정치 테마주의 주가 들썩임은 이슈가 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른바 '선수'들은 미리미리 테마주를 매집해오고 있다는 얘기다.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손실을 보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승민 테마주’로 꼽히는 대신정보통신(1,125 -2.60%)의 1일 종가는 2115원으로, 대선 직전인 지난달 8일 종가 1275원 대비 65.88% 상승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이 경기지사 출마 선언을 한 지난달 31일부터 주목됐다. 하지만 주가는 대선 직후부터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지난 1일에는 오히려 주가가 4.94% 하락했다. ‘소문에 사서 뉴스에 팔아라’는 증시 속설이 들어맞은 셈이다.

유 전 의원과 같은날 경기지사 출마 선언을 한 새로운물결 김동연 대표 관련주인 PN풍년(4,810 -0.82%)도 마찬가지였다. 회사의 최상훈 감사가 김 대표와 같은 덕수상고와 국제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김동연 테마주’로 엮인 PN풍년의 1일 종가는 6490원이다. 직전 거래일 대비 8.46% 하락했지만, 지난달 8일 종가(4130원)와 비교하면 57.14% 올랐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의 고사로 차기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 후보군이 한덕수 전 총리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까지 넓어졌지만, ‘한덕수 테마주’와 ‘임종룡 테마주’도 인물이 부각되기 전부터 꿈틀대고 있었다.

시공테크(5,220 +0.97%)는 오너인 박기석 회장이 2008년 한 전 총리와 함께 국민경제자문회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한덕수 테마주가 됐다. 안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총리직을 거절한 지난달 30일에 23.38% 급등했지만, 직전 거래일인 같은달 29일의 종가도 대선 직전과 비교하면 34.76% 상승해 있었다. 안 위원장이 차기정부 초대 총리를 맡는 게 확실시되던 분위기 속에서도 꾸준히 주가가 올랐다.

임 전 위원장과 조동길 한솔그룹 회장이 연세대 경제학과 동문이라는 점 때문에 임종룡 테마주가 된 한솔홀딩스(3,090 -1.75%)도 변동폭이 작을 뿐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지난달 18일 장중 상승폭이 8.41%까지 확대될 정도로 매수세가 몰린 뒤 완만한 상승세를 보이다가, 안 위원장이 총리직을 거절한 이튿날인 지난달 31일 급등했다.

정치 테마주는 상승 뿐만 아니라 하락의 시작도 종잡을 수 없었다. 안 위원장이 창업해 최대주주로 있는 안랩(88,100 -0.45%)의 급락은 장중 최고가(21만8500원)를 찍은 지난달 24일 시작됐다. 공식적으로 총리직을 고사하기 4거래일 전이다. 당시에는 윤석열 당선인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라디오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안 위원장의 국무총리 입각설을 견제한 게 이유로 꼽혔다.

하지만 권 의원의 라디오 인터뷰는 안랩이 종가 기준 사상 최고가를 찍은 지난달 23일 개장 전에 방송됐다. 권 의원의 견제와 안랩의 급락 사이의 개연성이 강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후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지난달 27일 종합편성채널 방송에 출연해 안 위원장에 대해 “총리를 하실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을 갖추신 분”이라며 지지발언을 내놓기도 했지만, 다음날 증시에서 안랩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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