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회복기에 특히 주목받는 그룹이 있다. 롯데그룹이다. 그룹 주력 사업이 유통과 화학 업종이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특수한 변수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진 화학 업종 수익성은 좋지 않다. 대신 코로나19가 지속된 2년 동안 직격탄을 맞은 주류·유통 업종이 날개를 펴고 있다.

실적에 자산 가치까지 부각

롯데그룹株, 뭘 담아도 리오프닝 호재 듬뿍
3월 들어 롯데그룹주가 외부 변수와 개별 호재가 맞물리며 고공행진했다. 지난 한 달간 롯데렌탈(15.39%), 롯데쇼핑(12.31%), 롯데칠성(10.64%) 등 그룹 내 주요 기업 주가가 골고루 상승했다. 롯데지주도 이 기간 11.53% 올랐다.

그중에서도 주목받고 있는 회사는 롯데칠성이다. 31일 5.81% 오른 18만2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52주 신고가다. 리오프닝 시점을 맞아 실적 전망이 좋아지는 데다 자산 가치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서울시의 개발 규제 완화로 ‘금싸라기땅’이라 불리던 서초동 롯데칠성 부지 개발에도 속도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다. 롯데칠성이 보유한 서초동 부지 면적은 4만2312㎡에 달한다.

실적 전망도 좋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폭 조정되면서 음료와 주류 양쪽 시장을 동시에 잡을 수 있는 기회가 왔기 때문이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 전망치(427억원)는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오프라인 강자엔 기회

롯데쇼핑도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수록 혜택을 보는 기업이다. 롯데백화점, 롯데아울렛, 롯데마트, 롯데슈퍼 등을 운영하고 있는데, 온라인 채널보다는 오프라인 채널에 강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기간엔 온라인 전환이 늦어지면서 주가가 타격을 받았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소비자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롯데쇼핑의 할인 오프라인 채널에는 오히려 기회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룹 내 핵심 식품 계열사인 롯데제과와 롯데푸드는 합병을 통해 매출 3조7000억원 규모의 국내 2위 종합식품기업으로 거듭날 계획이다. 롯데제과가 존속 법인으로 롯데푸드를 흡수합병하는 구조다. 합병을 통해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기대감에 글로벌 원가 상승으로 인한 우려에도 주가 타격이 제한적이었다.

롯데렌탈은 대기업의 중고차 B2C(기업 대 고객) 시장 진출 허용을 계기로 수혜주로 떠올랐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최근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롯데렌탈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한 중고차 B2C 플랫폼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했다. 롯데렌탈은 쏘카 지분 13.9%를 취득하기도 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셰어링 자회사 그린카와의 시너지 창출이 기대되고 중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자율주행 등 모빌리티 생태계를 함께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신동주 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주요 기업 지분을 팔고 나간 만큼 그룹 사업을 재편하고 주가를 부양하려는 의지도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