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자산운용사들의 실적과 운용자산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 말 운용자산 규모가 4위였던 KB자산운용은 한화자산운용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미국 ETF 운용사 글로벌엑스(Global X)를 인수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한화운용 4위로 밀려

'ETF 영토확장'에 운용사 희비 갈렸다
3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KB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125조2636억원이었다. 2020년 12월 말(92조원) 대비 33조원 급증하며 한화자산운용을 밀어내고 3위로 올라섰다.

2020년 말 104조6423억원이었던 한화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104조2557억원으로 줄었다. 6~10위권도 순위가 변하지 않았다. 10위권 내에서 순위가 바뀐 운용사는 KB자산운용이 유일하다.

KB자산운용은 ETF를 집중 공략하며 ‘톱3’ 진입을 노렸다. 작년 초 KB자산운용은 지수형 ETF 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추고 글로벌데이터센터리츠, 글로벌메타버스 등 특색 있는 ETF를 출시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했다.

이에 힘입어 작년에만 2조원 이상의 투자금이 KB자산운용 ETF로 유입됐다. ETF 점유율은 7.6%까지 확대됐다. 삼성자산운용은 41.3%, 미래에셋자산운용은 37.1%를 기록했다. 톱3가 차지하는 비중은 86%로 2020년 말 83.7%에서 소폭 증가했다. ETF 시장 대응에 실기한 한화자산운용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운용자산 규모가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줄었다. KB자산운용의 ETF 순자산총액은 5조55827억원인 반면 한화자산운용은 1조6498억원에 그쳤다.

○줄어든 ‘투톱’ 격차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 ‘투톱’ 간의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28일 기준 삼성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은 292조2664억원으로 2020년 12월 말 대비 15조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32조479억원에서 168조7171억원으로 36조원 늘었다. 삼성자산운용의 운용자산이 5.62% 증가하는 동안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8% 급증했다.

해외 운용자산을 합치면 격차는 더 줄어든다. 지난달 말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해외 운용자산은 97조원인데, 이를 합하면 운용자산은 265조원으로 불어난다.

운용자산이 급증한 것은 2018년 인수한 글로벌엑스 덕분이다. 인수 당시 100억달러(약 12조원) 수준이던 글로벌엑스 운용자산은 430억달러(약 52조원)까지 증가했다. KB자산운용도 미래에셋자산운용처럼 해외 ETF 운용사 인수를 검토 중이다.

○실적도 미래·KB 약진

ETF 운용에 적극적인 운용사가 실적도 좋았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3968억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전년(2473억원) 대비 60% 이상 증가했다. 계열사로 있는 미래에셋캐피탈, 미래에셋생명 지분법이익(1000억원 추정)을 제외해도 순이익이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KB자산운용의 순이익은 2020년 550억원에서 지난해 778억원으로 증가했다. 운용사 가운데 세 번째로 많은 순이익을 기록했다. 삼성자산운용의 순이익은 705억원에서 755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순위는 2위에서 5위로 밀렸다. 삼성자산운용 순이익이 운용자산에 비해 작은 것은 관계사(삼성생명)로부터 받은 저보수 물량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수익성에서는 사모자산운용사들이 종합운용사를 앞섰다. 부동산 전문 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은 순이익이 867억원으로 2위를 기록했다. ‘은둔의 투자가’ 장덕수 회장이 운용하는 디에스자산운용은 4위(769억원), 가치투자 명가 VIP자산운용은 6위(661억원)에 올랐다.

국내 1위 사모운용사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은 550억원으로 7위, 부동산 전문운용사 마스턴운용은 509억원으로 8위에 올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