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직을 고사하면서 안랩 주가가 급락했다. 주가가 급등하는 동안 공매도에 나섰던 증권사들은 큰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30일 안랩은 11.72% 내린 12만2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23일 상한가를 기록하며 17만58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주일 만에 30% 넘게 떨어졌다.
이날 오전 안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새 정부에서 총리직을 맡지 않겠다고 밝혔다. 안랩 주가는 지분의 18.6%를 보유한 안 위원장이 총리 후보로 거론되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안 위원장이 총리를 맡으면 주식을 금융회사에 백지신탁해야 하고, 백지신탁한 주식은 60일 이내에 처분해야 한다.
증권업계에선 안 위원장이 최대주주에서 내려오면 새로운 투자자가 최대주주로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는 추측이 나왔다. 이런 기대감에 힘입어 대통령 선거(3월 9일) 직전 7만800원이었던 안랩 주가는 지난 24일 장중 21만8500원까지 급등했다.
주가를 끌어올린 것은 외국인이다. 14일부터 29일까지 외국인은 1거래일을 제외하고 안랩을 매일 순매수했다. 순매수액이 1507억원어치에 달한다.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퍼스트트러스트가 지분 14.96%를 사들이며 2대주주로 올라섰다. 퍼스트트러스트의 매수단가는 10만1162~17만1448원이다. 주가가 하락세를 지속하면 수백억원대 손실이 예상된다.
공매도 투자자와 ‘단타족’은 큰 수익이 예상된다. JP모간은 최근 지분 4.59%를 처분하면서 100억원대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안랩의 공매도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605억원이다. 이달 초 대비 네 배 이상 늘었다. 최근 1주일간 한국투자증권, 타이거자산운용, 바클레이즈캐피털, 메릴린치인터내셔널이 ‘공매도 대량 보유자’로 등록됐다. 공매도 대량 보유자란 개별 종목 주식 총수의 0.5% 이상을 공매도 잔액으로 보유한 투자자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0일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경기지사 출마설에 대해서도 “지방선거에 관심 없다”고 일축했다. 안 위원장은 다만 “당의 지지 기반을 넓히는 일에 공헌하겠다”며 당권 도전 가능성을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안 위원장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원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당선인께 본인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드리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저는 인수위원장으로서 다음 정부에 대한 청사진을 좋게 그려드린 뒤 직접 내각에 참여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당선인이 생각하는 전체적인 국정 운영 방향을 잡는 데 더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고 덧붙였다.그는 그동안 국무총리 후보군으로 지속적으로 거론됐다. 하지만 전날 윤석열 당선인을 직접 만나 총리직에 뜻이 없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안 위원장은 경기지사 출마설에 대해서도 “지방선거에 대한 생각은 없다”며 출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정치권에선 그가 총리직으로 가거나 혹은 경기지사직을 위해 지방선거에 출마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안 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당의 개혁” “당의 지지 기반 확대” 등 당권 도전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발언을 반복했다. 특히 “당내 개혁의 가장 큰 힘은 국민이고, 정말로 중요한 것은 민심”이라며 “현재 양쪽 정당에 대한 실망감이 굉장히 큰 상황이고, 그 부분을 불식시키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안 위원장은 “거대 양당 모두 민생 문제를 최우선으로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대중정당의 모습을 갖추는 게 필요하다”며 “더불어민주당은 민주당대로 지난 5년 동안 집권하면서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고, 국민의힘 역시 국민의힘대로 일부 기득권을 옹호하는 그런 정당으로 인식돼 있었는데 그런 인식뿐 아니라 행동까지도 바꾸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그는 ‘당권 도전을 생각하는 것인가’라는 직접적인 질문에는 “이준석 대표의 임기가 내년까지니 지금 당장 그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1년 뒤면 한참 뒤고, 그동안 여러 가지 많은 일이 생길 것”이라며 “그건 그때 가서 판단할 생각”이라고 말했다.국민의힘에선 안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사실상 당권 도전의 뜻을 밝힌 것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 후 당권을 얻고, 이후 당을 개혁하겠다’는 의미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 중진 의원은 “안 대표의 성격상 오늘 발언은 사실상 ‘내년 당대표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라며 “2024년 총선의 공천권을 가지고 있는 내년 당대표 자리를 통해 당 혁신을 꿈꾸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총리가 된다면 정권 초기 예상치 못한 잘못 등을 책임지고 물러날 위험이 있고, 실권 없는 총리가 될 수도 있다”며 “정당에 남는 게 더 나은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안랩 주가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국무총리를 맡을 의사가 없다는 뜻을 밝히면서다. 안 위원장의 총리설을 업고 주가 상승 랠리가 이어지길 바랐던 개미들로선 날벼락 같은 소식이다.이런 가운데 증권가는 안랩이 정치 테마주라는 굴레를 벗어나 사이버 보안주로서 부각되기 시작했다고 진단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자료를 보면 안랩과 관련한 증권가 리포트는 2011년 10월 이후 없는 상태다. 햇수로 12년이 되도록 분석 자료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은 그만큼 안랩이 정치 테마주로서의 인식이 강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에 편입되면서 보안주로서 존재감을 키울지 주목된다. 다만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주가 고평가 현상이 우려되는 만큼 매매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12시48분 안랩은 전일 대비 1만5000원(10.78%) 떨어진 12만41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저가는 12만1700원이다.안랩 주가의 극심한 롤러코스터 장세는 현재 진행형이다. 주가는 안 위원장의 총리설이 부각되면서 지난 17일부터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지난 23일에는 10년 만의 역대 최고가인 17만5800만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무려 101%에 달한다.하지만 주가는 이튿날부터 고꾸라졌다. 24일 17.52% 하락→25일 6.41% 하락→28일 1.62% 하락 등 연일 떨어지며 상승분의 상당부분을 뱉어냈다. 24일의 경우 장 초반에는 21만8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줄곧 매도 우위를 보여온 개인들도 이날 만큼은 222억원 순매수하기도 했다. 이어서 주가는 전일인 29일 사흘 만에 반등에 성공했지만 안 위원장의 총리 고사 소식이 전해지며 이날 다시 급락세를 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락분을 반영하더라도 주가는 지난 14일부터 12거래일 동안 무려 60.81%가 뛰었다. 지난 18일까지만 해도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50위권 밖에 있던 안랩은 29일 기준 시총 36위로 껑충 뛰어 올랐다. 사실상 기업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아닌 '소문'만으로 며칠 사이 시총 순위 수십계단이 오락가락하는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 것이다.이날 각종 안랩 종목 토론실에선 개인 투자자들의 격양된 반응이 쏟아졌다. '총리할 듯이 간 보고 주식으로 배 불린 거냐', '개미들만 죽어나갔다', '총리설로 상한가 갔으니 안 한다면 최소 오른 만큼은 빠지지 않겠나' 등이다. 일각에선 '이제는 정말 기업의 가치로 가자' '당장은 총리를 안 하더라도 더 멀리 보면 테마주로서도 가치가 있다' 등 상반된 여론도 눈에 띄었다.안랩 주가를 지지하는 주된 동력인 외국인 투자자는 여전히 매수에 열을 올리는 상황이다. 오전 9시30분 기준 안랩은 카카오게임즈에 이어 코스닥시장 내 외국인 순매도 상위 5위(27억8800만원 순매도)에 올랐지만 오전 11시10분 들어선 23억7500만원 순매수로 전환하며 순매수 상위 8위에 자리했다. 앞서 지난 14일부터 전일까지의 기간 중 하루를 뺀 11거래일 동안 외국은 '매수 우위'를 보인 바 있다.앞으로 안랩 주가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안 위원장이 총리직을 공식 고사하면서 대형 모멘텀을 잃은 만큼, 당분간 반등을 꾀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갖고 "윤 당선인께 국정운영에 대한 본인의 뜻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열어드리는 게 더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며 "인수위에서 차기 정부에 대한 청사진만 그려드린 뒤 내각에는 직접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윤 당선인에게) 전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안랩이 정치 테마주에서 보안 테마주로 옮겨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마침 전일 미 ETF 운용사 퍼스트트러스트는 안랩 주식을 149만7711주(지분율 14.96%)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퍼스트트러스트는 지분 18.6%를 가진 창업주 겸 최대주주 안 위원장에 이어 안랩 2대 주주에 올랐다. 박승진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에 안랩을 새로 편입한 ETF의 경우 테마형 종목이기 때문에 애초에 지수(BM)을 만들 때부터 운용역 등의 종목 판단이 개입되는 경향이 짙다"며 "때문에 이번 ETF 편입은 유력 글로벌 운용사가 안랩의 보안사업의 펀더멘털을 낙관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이희철 한양증권 여의도PWM센터 이사는 "안 위원장의 총리 고사가 공식화된 만큼 추가적으로 확실한 모멘텀이 나오지 않는 한 당분간은 최근 급등락한 데 대한 '작용 반작용' 흐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오히려 투자자들은 새롭게 2대주주에 등극한 트러스트펀드가 안랩을 편입한 배경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ETF 편입을 계기로 주가 변동성은 더 심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패시브 ETF의 기계적 매수세가 집중될 경우 안랩 주가 역시 한순간에 급등락할 우려가 커져서다.안랩이 편입된 '퍼스트트러스트 나스닥 사이버보안 ETF'(CIBR)의 자산구성내역(PDF)을 살펴보면 이날 기준 안랩은 2.39%의 비교적 높은 비중으로 담겨 있다. 이 ETF는 보안업을 영위하는 기업 중 시총 약 3000억원 이상이면서 유동비율 20%가 이상인 종목들을 담고 있다. 더군다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사이버 보안 시장이 주목 받고 있는 만큼 수급이 몰릴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현재 이 ETF의 시가총액은 7조8276억원 수준이다. 결국 안랩에 몰릴 것으로 추정되는 패시브 자금은 1870억원에 달한다.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글로벌 ETF의 경우 방법론상의 요건만 충족하면 지역 배분의 측면에서 나라별 기업을 고루 담는 경향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시총 2000~3000억원 규모를 충족하는 보안기업 자체가 얼마 되지 않을 정도로 애초에 보안 분야 유니버스(종목군) 크기가 작기도 하다. 안랩은 여러모로 타이밍이 좋았다고 보는 게 맞다"고 했다.그러면서 "패시브 자금으로 안랩에 2000억원가량이 들어오는 셈이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 현상이 야기될 우려도 있다"며 "투자 시 주가가 상당히 고평가돼 있지는 않은지 고민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에 반발해온 여성단체들이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장과 30일 만났다.이날 한국여성단체연합, 여성유권자연맹, YWCA 연합회는 안 위원장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면담을 가졌다.안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여가부가 2001년 생긴 이래 참 많은 역할을 해왔다. 시대도 변하고 역할도 변하는 게 정부 조직"이라며 "인수위의 역할은 항상 새로운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정부 조직이) 그 시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바르게 작동하는지 제대로 점검하는 것이다. 오늘 여성단체 대표분들을 만나서 어떻게 역할을 잘 할 수 있을지 고견을 듣고자 면담을 청했다"고 말했다.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안 위원장에게 "구조적 성차별은 엄연한 현실"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심각한 위기에 직면한 여성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저희는 성평등을 담당할 독립 부처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분명히 드린다. 과거 퇴행이 아닌 미래지향적 변화로 함께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최분희 한국여성유권자연맹 중앙부회장은 "여가부 폐지를 보면 여성단체 입장에서 우려되는 점이 있지만, 효율적인 대안이 있다면 찬성한다"며 "앞으로 더 효율적인 대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고, 다른 여성단체들의 문의가 많이 오기 때문에 저희도 답을 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원영희 한국 YWCA 회장은 "YWCA가 올해로 창립 100주년을 맞았다. 여성들을 위한 노력을 100년간 지속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어려움이 있었을 거로 생각한다"며 "그런데 이때 지금 여성운동을 이끌어줄, 함께 협업해야 하는 여가부를 폐지한다는 공약을 내놓으신 윤 당선인이 과연 어떤 구체성을 갖고 있을지, 긍정적인 이야기인지, 아니면 여가부 폐지와 함께 성평등 운동의 제재를 얘기하는지 그런 부분이 답답했다"고 말했다.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