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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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주주총회에서도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는 안건이 적지 않게 통과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이사 자리서 물러나면서 임원 퇴직 위로금을 상향조정하거나,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임원이 바뀌면 퇴직금의 20배에 달하는 보상금을 줘야한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식이다. 투자자들은 여전히 주주를 무시하는 한국기업이 적지 않다며 보다 주주친화적인 미국 투자가 더 낫다고 토로하고 있다.

지난 25일 가온미디어는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신규 대표이사 선임안과 임원 퇴직금 규정 개정안 등을 통과시켰다. 이에따라 최대주주인 임화섭 대표이사 사장이 물러나고 그 아들인 임동연 사장이 그 자리를 잇는다. 임동연 사장은 1997년생으로 지난해 1월 가온미디어에 입사했다. 가온미디어는 또 특별 공로가 있는 임원이 퇴임하면 퇴직금과 별도로 작년도 보수 총액의 3배까지 위로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도 규정을 개정했다. 올 1월부터 소급적용되는 규정이라 임화섭 전 사장은 약 120억원의 위로금을 받을 수 있다. 작년 영업이익(284억원)의 3분의 1을 넘어서는 규모다. 상장사가 입사 1년 된 20대 아들에게 회사를 버젓이 물려주고 또 과도한 퇴직금 규정까지 만들어내자 투자자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라파스는 같은날 주주총회를 열고 적대적 M&A로 인해 사내·사외이사가 해임되면 퇴직금의 20배에 달하는 퇴직보상금을 추가 지급해야한다는 정관변경안을 통과시켰다. 경영권 보호장치인 '황금낙하산'을 도입한 것이다. 주주의 반대로 황금낙하산 도입이 무산된 곳도 있다. 아이센스는 적대적 M&A로 인해 대표이사가 해임될 경우 50억원의 퇴직보상금을 추가 지급해야한다는 정관변경안을 올렸지만 주주들의 반발로 부결됐다.

시장에서는 소액주주들을 존중 않는 기업들의 처사에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분 일부를 가진 대주주들이 대다수의 지분을 가진 소액주주의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한국증시보다 주주친화적인 미국증시에 투자하는 게 더 낫다는 자조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환경·사회·가버넌스(ESG)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졌다곤 하나 중소기업에겐 여전히 먼 얘기"라며 "소액주주를 등한시하는 기업이 적지 않은 탓에 한국의 주식시장은 미국의 주식시장보다 언제나 저평가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