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세계 기업공개(IPO) 시장 조달액이 1년 전보다 70%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데다 물가까지 급등하면서 IPO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된다.

얼어붙은 세계 IPO 시장…1년새 70% 쪼그라들었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1분기 세계 기업들이 IPO를 통해 끌어들인 자금은 전년 동기(2193억달러)보다 약 70.4% 감소한 648억달러로 집계됐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이후 분기 기준으로 최저 수준이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공격적인 경기 부양책을 펴면서 지난해 IPO 시장은 사상 최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최근에는 금리 인상 기조가 강해지고,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치면서 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미국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VIX) 지수는 30을 넘어섰고, 올해 평균치는 26을 유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IPO 시장의 주목을 받는 거대 기업의 증시 상장은 VIX가 25보다 낮은 시기에 주로 성사됐다.

최근에는 당초 예정됐던 IPO조차 지연되는 분위기다. 인도생명보험공사(LIC)는 이달 말 매듭지을 계획이었던 6540억루피(약 10조원) 규모의 IPO 절차를 오는 5월 중순으로 미뤘다.

직상장에 비해 시간이 덜 걸리고 절차가 간단해 인기를 끌었던 스팩(SPAC) 상장 열기도 잦아들고 있다. 유동성이 대거 풀린 작년에 비해 기대 수익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스팩 관련 규제가 쏟아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도 급격히 줄었다. 투자 심리가 위축되고 일거리가 감소하자 조직 규모를 줄이는 투자은행(IB)도 등장했다. 블룸버그는 글로벌 UBS그룹은 이달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자본 시장에서 일부 직원을 해고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모든 IPO 시장이 쪼그라든 것은 아니다. 국제 유가가 오를수록 혜택을 받는 중동에서는 IPO 시장에 활력이 돌고 있다. 앤드리 차흐투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중동·북아프리카 IB 책임자는 “중동은 세계 주식발행시장에서 유일하게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원자재업체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 우려가 커지면서 원자재 가격 대부분이 치솟았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