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비어있는 맨해튼의 롤렉스 매장 진열대. 뉴욕=강영연 기자
거의 비어있는 맨해튼의 롤렉스 매장 진열대. 뉴욕=강영연 기자
미국에서 롤렉스 시계를 사는 건 하늘의 별따기다. 매장에는 시계가 몇 개 진열돼 있지 않고, 보관된 상품은 전혀 없다. 한두가지 시계를 차볼 수는 있지만 구매는 불가능하다. 대기 리스트에 올릴 경우 1~2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수요가 넘치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이 스위스 시계 산업에 큰 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시계를 부를 과시하는 수단이 아닌 재테크의 수단으로 여기면서다. 25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시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며 "'블링'을 줄이고 '투자'는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팬데믹 기간에 야구 카드에서 빈티지 비디오 게임까지 모든 종류의 수집품에 대한 붐이 일었다. 사람들이 돈을 쓸 수 있는 시간은 늘어났지만 쓸 수 있는 곳이 없었다. 블룸버그는 "희소성이 있는 거의 모든 것이 투자로 간주하고 견고한 중고 시장이 형성됐다"며 "이런 흐름 속에 스위스 고급 시계 가격이 급등했다"고 분석했다.
시테크에 눈뜬 美…명품 시계 없어서 못산다
스위스 시계의 미국 수출 금액은 지난해 55% 급증한 30억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을 제치고 1위로 올라섰다. 유럽이 지정학적 위기를 겪고, 중국이 팬데믹에 어려움을 겪는 동안 미국 시장이 성장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발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보고 있다. 브랜드 컨설턴트인 룩스컨설트에 따르면 미국 명품 산업에서 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여기서 성장 속도도 빠르다. 스와치 그룹의 닉 하이예크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매출은 아시아의 3분의 1 수준이지만 지난 2년간 2배가 됐다"고 말했다.

시계에 대해서 잘 아는 사람들도 없어 정보가 제공되면 수요가 더 늘 것이란 기대도 있다. 하이예크는 "미국 소비자의 약 70% 가 기계식 시계(mechanical watches)가 무엇인지 모른다"며 "미국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수록 더 많은 잠재력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뉴욕=강영연 특파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