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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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시장의 '대어' 주택도시기금 운용기관 선정 경쟁에 기업 6곳이 몰린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사 리그는 4파전 구도가 확정됐고 운용사 리그는 단독 응찰이 이뤄졌다.

OCIO 제도란 최고투자책임자(CIO)의 역할을 아웃소싱한다는 의미로 연기금과 국가기관, 법인 등이 자금을 외부 투자전문가에게 일임해 운용하는 체계를 일컫는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청약저축·국민주택채권을 통해 조성된 여유자금을 OCIO 등을 통해 운용하고 있다. 4년마다 전담 운용사를 재선정한다. 앞서 주택도시기금은 지난 16일 43조원 규모 여유자금 전담운용기관 선정을 위한 제안요청서를 공고하고 입찰에 들어갔다. 기금은 예년과 같이 증권사 리그와 운용사 리그로 나눠 1곳씩 선정할 방침이다.

23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은 다음 달 1일 여유자금 전담 운용사 선정을 위한 제안서 기술평가(프레젠테이션)를 진행한다. 당초 3월 23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조달청 측의 사정으로 한 주가량 미뤄졌다. 이번 기술평가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을 비롯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가 참여한다.

증권사 리그는 박빙 접전이 예상된다. 2018년 입찰 당시에도 이 4곳의 증권사가 입찰에 응했는데, 막판까지 경합을 벌이다 NH투자증권이 기존 1기 전담 운용사였던 한국투자증권을 제치고 선정됐다. 업계는 한국투자증권이 NH투자증권에 빼앗긴 전담 운용사 자리를 다시 되찾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다만 4년 사이 KB증권이 OCIO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한 점은 변수다. 작년 2000억원 규모 장애인고용기금·임금채권보장기금 주간사 자리를 따낸 KB증권은 이번 선정 경쟁의 다크호스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운용사 리그는 2018년 상황과 완전히 오버랩된다. 미래에셋자산운용만 단독 응찰을 한 것이다. 유력 경쟁자인 삼성자산운용뿐 아니라 배재규 대표 취임 이후 OCIO 사업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던 한국투자신탁운용마저 포기했다. 지난 입찰 당시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삼성자산운용의 불참 속에 단독 응찰했고 이후 진행된 재입찰마저 유찰돼 수의계약 방식으로 운용사 자리를 지켜냈다. 통상 조달청을 통한 공공계약에선 재입찰도 유찰되는 경우 단독 응찰한 기업을 낙찰한다.

지난 입찰과 다른 점이라면 재입찰은 없다는 점이다. 재입찰이 의무는 아니어서 발주기관이 공고 당시 적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이번에 국토교통부는 재입찰 없이 일회성 입찰을 통해 계약을 맺는 것으로 공고를 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입찰 진행이 더뎌지자 작년부터 조달청은 한시적으로 일회성 입찰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보다 손쉽게 전담 운용사 자리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OCIO 시장을 골고루 나눠갖는 모습을 보이면서 다른 운용사들의 진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까지 치달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운용은 산재보험기금과 연기금투자풀, 미래에셋운용은 주택도시기금과 연기금투자풀 등 각각 대형기금 2개씩을 전담하고 있지 않느냐. 인력의 한계가 있어 그 이상을 맡기가 힘든 만큼 두 회사가 암암리에 서로의 영역을 건드리지 않겠다는 이른바 '신사협정'을 한 셈"이라며 "내년 산재보험기금 선정 땐 미래에셋운용이 불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두 회사가 막강한 '양강 구도' 양상을 보이니 사실상 다른 운용사들은 낙찰을 기대하고 입찰에 참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으로서도 경쟁사가 있어야 운용 프로세스와 조직이 보다 나은 방향으로 개선될 텐데 이번처럼 단독 체제가 유지되니 제도의 발전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입찰 경쟁에서 최종 전담 운용기관으로 선정된 2개사는 오는 7월 1일부터 2026년 6월 말까지 4년간 42조6797억원가량의 주택도시기금운용을 맡게 된다. 예상 위탁운용규모는 운용사가 22조8942억원, 증권사가 19조7855억원이다.

추정 보수율은 4.8bp(0.048%) 수준이다. 전담 운용사로 선정된 기업들은 하위 운용사 풀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에서 남는 장사는 아니다. 하지만 OCIO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수십조원 규모 정부자금 운용 사업자 지위를 따내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도 없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