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중앙은행이 사실상의 기준금리인 대출우대금리(LPR)를 두 달 연속 동결했다. 경기 부양 요구가 커지는 한편 미국의 금리 인하로 외환 유출 우려가 제기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공개시장운영 등을 통해 유동성 공급을 소폭 늘리고 있다.

인민은행은 3월 1년 만기 LPR이 1월과 같은 3.7%로 집계됐다고 21일 발표했다. 5년 만기 LPR도 4.6%로 전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LPR 1년 만기는 일반 대출에서, 5년 만기는 주택담보대출에서 기준으로 활용된다.

인민은행은 작년 12월 1년 만기 LPR을 0.05%포인트 내린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1년 만기를 0.1%포인트, 5년 만기를 0.05%포인트 낮췄다. 중국이 LPR를 인하한 것은 코로나19 대유행 초기이던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에 처음이었다. 주요국들이 인플레이션 우려에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가운데 중국이 반대로 간 건 그만큼 경기 부양이 시급한 상황이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후 중국은 지난달과 이달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동결하며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근 중국 당국의 행보를 보면 금리 대신 다른 수단을 동원해 경기 반등을 시도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이 올해 7차례 금리 인상을 공식화하면서 두 나라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 달러가 빠르게 유출될 수 있다는 부담에 금리 인하 카드는 자제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LPR은 명목상으로는 18개 주요 은행의 최우량고객 대출 금리의 평균치다. 인민은행이 각종 통화정책 도구와 정책 지도를 활용해 사실상 결정한다. LPR은 보통 매달 20일(공휴일인 경우 다음날) 발표되며, 인민은행은 이보다 5일 전후 먼저 시중 은행에 공급하는 정책자금인 1년 만기 중기유동성지원창구(MLF) 금리와 규모를 결정한다.

인민은행은 MLF와 1주일 만기의 단기자금인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으로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공개시장운영을 한다. 지난 1월에는 MLF 금리를 21개월 만에 인하한 직후 기준금리를 내렸다. 2월과 3월에는 MLF 금리도 동결(연 2.95%)했다. 지난 15일에는 만기가 돌아온 1000억위안을 회수하고 2000억위안을 공급했다. 또 지난주부터 이날까지 6영업일 동안 역RP로 1100억위안을 공급했다. 이를 통한 순공급 규모는 총 2100억위안이다.

인민은행이 조만간 LPR 대신 지급준비율을 인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국무원 금융안정발전위원회는 지난 16일 자본시장 안정을 위한 10대 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 '통화정책은 신규 대출을 능동적이며 적정하게 유지할 것'이라는 문구가 들어갔다. 인민은행은 이 방안이 나온 직후 "금융시장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실물경제 발전을 확고히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국무원 소속의 부처 중 하나로 서열상 금융안정발전위원회 아래에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책사로 불리는 류허 부총리가 금융발전위원회를 주재하며, 궈수칭 인민은행 당위원회 서기 겸 부총재는 이 위원회의 위원 중 하나다.

최근 금융안정발전위원회가 시장 활성화 지원 방침을 내놓은 뒤 인민은행이 지급준비율을 내린 사례가 반복됐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7월과 12월 지준율을 각각 0.5%포인트씩 인하했다. 지준율을 0.5%포인트 내리면 1조위안 이상의 유동성 공급 효과가 발생한다고 인민은행은 보고 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