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들이 잇따라 스위스 증권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퇴출 전망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과의 교류를 늘리려는 당국의 의도가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美증시 퇴출' 리스크에 사니重·러푸·궈쉬안 등 中기업, 스위스로 간다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사니중공업, 의료기기업체 러푸, 전기자동차 배터리 제조업체 궈쉬안 등 3개 기업이 지난 17~18일 스위스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니중공업은 상하이증시, 러푸와 궈쉬안은 선전증시에 상장돼 있다. 세 곳 모두 스위스증시에 2차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사니중공업은 대표적인 인프라 투자 수혜주로 꼽힌다. 세계 굴착기 시장점유율 약 15%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러푸는 심혈관 스텐트 중국 1위 기업이다. 궈쉬안은 중국 4위, 세계 8위 배터리 업체로 폭스바겐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3개사 모두 스위스증시 상장을 통해 해외시장 공략을 강화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중국 증권업계에선 이들 기업이 스위스증시에 상장을 신청한 시기가 지난 16일 중국 금융안정발전위원회가 기업들의 해외 상장을 독려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은 직후라는 점에서 당국과의 사전 협의를 거친 것으로 보고 있다. 위원회는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상장 유지, 빅테크 규제의 조속한 마무리 등을 담은 자본시장 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위원회가 미국 상장 유지를 위한 미 금융당국과의 협의에 진전이 있다고 밝혔지만 중국 기업들의 미국 증시 퇴출 리스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중국은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지면서 유럽 자본시장과의 교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2018년엔 상하이거래소와 영국 런던거래소 간 교차거래 시스템인 후룬퉁을 열었다. 이어 지난 2월에는 교차거래 대상을 스위스와 독일로 확대했다. 다만 교차거래 시스템을 통해 모든 상장사 주식을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국 거래소가 별도로 지정한 종목들만 거래 가능하다.

스위스거래소가 상장을 승인하면 유럽 등 글로벌 투자자가 해당 기업들의 주식을 더욱 쉽게 살 수 있게 된다. 또 중국 국내 투자자도 교차거래 시스템을 통해 스위스에 상장된 중국 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다.

2018년 후룬퉁 개설 이후 화타이증권 퍼시픽보험 창장전력 궈터우전력 등 네 곳의 상하이증시 상장사가 런던증시에 2차 상장했다. 기업공개(IPO)로 조달한 자금 규모는 총 58억달러에 달했다. 같은 해 하이얼스마트홈이 독일 프랑크푸르트거래소에 추가로 상장했다.

베이징=강현우 특파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