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관련주 주가가 급등했다.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낙점했다는 소식이 호재였다. 업계에서는 LG전자, 현대차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로봇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국내 로봇 업체 대부분이 적자 상태인 만큼 단기간 주가 변동성은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 로봇 진출에 관련주 급등

삼성이 '새 먹거리' 찍은 로봇株 일제히 질주
17일 자율주행 솔루션 업체 유진로봇은 16.67% 오른 59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에스피지(7.66%), 로보로보(3.18%), 에브리봇(3.09%) 등 다른 로봇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로보티즈로보스타는 장 초반 각각 10%, 15% 넘게 급등하다가 오후 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나오면서 하락 마감했다.

전날 삼성전자가 로봇을 신사업으로 적극 육성하겠다고 밝히면서 관련주에 매수세가 몰렸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주주총회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사업”이라며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 조직을 강화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로봇 업체들은 삼성전자의 로봇사업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그럼에도 로봇주 주가가 급등한 이유는 로봇산업의 높은 성장성과 인수합병(M&A) 기대감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세계 로봇산업은 2017년 241억달러에서 올해 756억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평균 성장률이 25.7%에 달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래에는 로봇이 가구당 최소 한 대씩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며 “로봇은 지금까지보다 앞으로의 성장성이 훨씬 큰 산업”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LG전자 등 주요 대기업도 일제히 로봇을 미래 먹거리로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국내 로봇업체 M&A 가능성을 두고는 전망이 엇갈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는 LG전자, 현대차, 네이버 등 경쟁사와 비교할 때 후발주자”라며 “과거 LG전자가 지분투자 등을 통해 로봇사업을 키운 것처럼 삼성전자도 M&A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노 센터장은 “국내 업체 중 삼성전자가 M&A에 나설 만한 수준의 기업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산업용 로봇보다는 가사·건강·교육 등 서비스형 로봇에 주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서비스형 로봇은 스스로 이동하면서 작업해야 하는 만큼 모빌리티 기능과 액추에이터가 중요하다. 액추에이터는 모터, 감속기, 제어기로 구성된 로봇 전용 구동장치다. 국내에서는 로보티즈가 액추에이터를 생산한다.

“단기 변동성 클 것”

전문가들은 국내 로봇주가 테마주 성격이 강한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로봇주는 작년 말 삼성전자가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을 때도 주가가 급등한 바 있다. 유진로봇은 작년 12월 중순부터 올 1월까지 주가가 두 배 넘게 급등했지만 이후 고점 대비 35%가량 조정받았다.

국내 로봇 관련주는 시가총액 1000억~3000억원 안팎의 중소형주가 대부분이다. 작년 기준 실적이 대부분 적자 상태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에스피지와 에브리봇은 작년에 흑자를 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티로보틱스, 유진로봇 등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주의 주가 변동성이 부담된다면 로봇에 들어가는 부품 업체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온다. 노 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 카메라 모듈, 2차전지, 반도체 업체에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