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엄의 ‘애드라리티(Adlarity)’가 도네페질 패치제로서 최초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를 통해 세계 최초로 도네페질 패치제를 승인받은 아이큐어도 미국 진출을 노리고 있다. 애드라리티보다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아이큐어의 설명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중추신경계(CNS) 치료제 개발 기업 코리엄은 지난 11일 회사의 경도, 중등도 또는 중증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애드라리티의 FDA 판매 허가를 받았다.

아이큐어는 주 2회 부착하는 도네페질 패치제의 미국 임상 1상 중이다. 코리엄과 마찬가지로 FDA의 개량신약 허가제도를 이용해 1상 결과를 바탕으로 허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후발주자지만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매 치료제 시장규모가 지난해 약 2조9000억원에 달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중 도네페질 치료제가 약 70%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절반이 넘는 59.7%의 점유율로 세계에서 가장 큰 도네페질 치료제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기업들이 편의성을 높인 패치 형태의 도네페질 치료제를 미국에서 출시하려는 이유다.

아이큐어, 하반기 美 1상 환자 투약 목표

지난해 기준 미국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는 약 620만명에 달한다. 시카고 러시대 건강노화연구소는 지난 6일(현지 시각) ‘신경학 저널’에 이 같이 발표했다. 2050년에는 138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도 전망했다. 세계적으로는 약 5500만명의 치매 환자 중 60~70%가 알츠하이머병을 앓고 있다.

도네페질은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약물이다. 그동안은 주로 먹는(경구용) 방식으로 처방돼왔다. 이 경우 소화기관에서 흡수돼 간과 위장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이들 장기에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돼왔다. 또 신경계질환 치료제는 맛이 역하다는 특징이 있다. 도네페질 역시 경구 투여 임상에서 구역감이나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이를 개선한 게 피부를 통해 혈관으로 약물을 투입시키는 패치제다.

FDA는 코리엄의 주 1회 도네페질 패치제 애드라리티 판매를 승인했다. 한 번 부착하면 7일간 별다른 조치 없이 치매 치료제를 체내에 흡수시킬 수 있다. 환자 또는 간병인이 환자의 등, 허벅지 또는 엉덩이에 부착한다.

애드라리티는 FDA의 의약품 허가제도 중 '505(b)(2)'로 승인을 받았다. 505(b)(2)는 개량신약 허가제도다. 기존 의약품의 복용 편의성 등을 높인 제품을 승인한다. 이를 위해 도네페질 성분의 경구용 치매 치료제 ‘아리셉트’와의 생물학적 동등성을 입증했다. 애드라리티는 올 가을께 출시될 예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큐어가 도네페질 패치제 미국 출시를 준비 중이다. 지난해 4월 미국 1상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올 하반기 임상시약 제조를 마치고 환자 투약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예상 환자 수는 20~40명이다. 임상 비용은 약 1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2024년 선진국 기준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cGMP) 실사를 마무리한 뒤, 2025년 출시가 목표다. 코리엄과 마찬가지로 1상 완료 후 FDA의 505(b)(2)를 통해 판매허가를 받겠다는 계획이다.

아이큐어의 도네페질 패치는 국내에 먼저 출시된다. 작년 11월 식약처의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현재 약가 협의를 신청한 상태다. 협의 완료는 올 상반기 중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반기에는 실제 투약이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다. 아이큐어는 2017년 셀트리온과 도네페질 패치의 국내 공동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큐어는 ‘도네시브 패취’, 셀트리온은 ‘도네리온 패취’라는 이름으로 판매할 계획이다.

독자 경쟁력으로 시장 점유율 확보할 것

경쟁사인 코리엄이 먼저 주 1회 패치로 미국에 데뷔했지만, 아이큐어는 이것이 오히려 회사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두업체를 통해 소비자 인식 개선 및 시장 확대 효과를 노린 뒤 차별화된 제품으로 진입해 점유율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아이큐어가 이 같은 자신감을 보이는 건 기술상의 차이 때문이다. 코리엄은 보유한 ‘코플렉스(Corplex)’ 기술을 적용해 애드라리티를 개발했다. 약물 방출량을 제어해 약물이 일정 시간 동안 지속적으로 나오도록 하는 기술이다. 아이큐어 도네페질 패취의 약물 방출 기술은 ‘나트릭스(Natrix)’다.

애드라리티는 총 6개의 층(레이어)으로 이뤄져 있다. 이 중에는 멤브레인(Membrane)이라는 막이 있다. 약물을 저장한 뒤 이를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 패치의 점착력을 높이기 위해 점착제와 붙임용 면(Overlay Backing)을 사용한다. 이렇게 필요한 요소가 많은 탓에 구조가 복잡하고 두꺼워 사용감이 떨어진다는 게 아이큐어의 판단이다.

아이큐어 측은 나트릭스 기술로 이 같은 한계를 보완했다고 했다. 나트릭스의 핵심은 약물층과 방출 조절층으로 이뤄진 장기 지속성 2중층 구조다. 약물층에는 고함량의 미세 나노결정형 약물이 들어있다. 방출 조절층은 피부와의 용해도 차이를 이용해 약물층의 고용량 약물을 경구제 유효농도 수준으로 피부에 침투시킨다. 이처럼 피부 투과도를 높인 덕에 애드라리티에 포함돼 있는 붙임용 면이나 멤브레인이 필요없다. 이로 인해 레이어 개수를 4개로 애드라리티의 6개보다 단순화해 사용감을 높였다는 설명이다.
아이큐어 도네페질 패치 구성 / 사진 제공=아이큐어
아이큐어 도네페질 패치 구성 / 사진 제공=아이큐어
아이큐어가 내세우는 강점은 패치의 크기다. 패치가 클 경우, 패치 뒤에 있는 이형필름을 제거한 후 피부에 붙이는 과정에서 패치끼리 달라붙을 확률이 높다. 이 경우 패치를 구성하는 점착층이 깨지면서 기존에 설계된 약물방출량에도 변화가 생긴다. 약물이 다량으로 방출되며 급성 약물중독을 유발할 수도 있다. 아이큐어는 약물의 피부 투과도를 높인 덕에 패치의 크기를 애드라리티 대비 3분의 1로 줄였다. 1일 약물 투여량 기준 5mg과 10mg짜리 패치 각각의 크기가 애드라리티는 89.64c㎡와 155.52c㎡, 도네페질 패취는 25c㎡, 50c㎡다.

주 2회의 아이큐어 제품이 주 1회의 코리엄보다 안전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이큐어 관계자는 “같은 제품을 일주일간 사용하면 피부 자극, 가려움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아이큐어도 초기에 주 1회용으로 제품을 개발했으나 이러한 불편함을 고려해 주 2회용으로 변경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관상 편의성도 높다. 아이큐어의 도네페질 패취는 실온(섭씨 1~30도) 보관이 가능한 반면, 애드라리티는 냉장보관이 필수라는 것이다.

아이큐어는 현재 도네페질 패치제 미국 임상 1상에 돌입했다. 하반기에 환자 투약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 밖에 국내 기업 중 대웅제약동아에스티, 보령제약 등이 도네페질 패치제를 개발하고 있다. 모두 국내 임상 1상 중이다.

이도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