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값 폭등에 경상수지 적자
엔화 대신 달러 빌려 투자 늘어
"달러당 130엔까지 떨어질 수도"
지정학적 위기가 높아질 때 일본 엔화 가치는 상승하는 외환시장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빚어진 시장 불안 속에서도 엔화 가치는 5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환율 방어선인 ‘구로다 라인(달러당 125엔)’이 무너질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16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달러당 118.43엔까지 뛰었다. 엔화 가치는 5년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엔화 가치는 3.2% 하락했다. 주요국 통화 가운데 터키 리라화 다음으로 낙폭이 컸다.
그동안 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여겨졌다. 전쟁 등으로 투자자의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 어김없이 가치가 올랐다.
대외자산 30년째 세계 1위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엔화 환율은 4개월 만에 달러당 110엔대에서 80엔대로 떨어졌다(엔화 가치 상승). 2011년 동일본대지진 때는 환율이 75.32엔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까지 내려갔다.
‘안전자산 엔화’ 신화의 주역은 수출 제조업체들이었다. 도요타자동차와 소니 등 일본의 대표 제조업체들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막대한 외화를 팔고 엔화를 샀다. 경상수지 흑자가 쌓이면서 2020년 말 일본의 대외 순자산은 356조9700억엔(약 3746조5786억원)으로 30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전략가는 “지정학적 위기로 금융시장이 불안해도 엔화 가치는 일본의 경상흑자 덕분에 계속 오를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도 ‘위기 때는 엔화 매수’ 공식을 굳어지게 한 재료였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이자율이 거의 ‘제로(0)’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전략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위기가 발생하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고 엔화를 매수함으로써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체로 변신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존의 공식이 통하지 않는 것은 경상흑자와 엔 캐리 트레이드라는 양대 축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 제조업체들은 ‘엔고(高)’를 피해 해외로 나갔다. 일본의 수출 규모 역시 크게 줄었다. 반대로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자력발전 비중을 낮추기 위해 화력발전 의존도를 크게 높인 결과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급증했다. 일본 경제가 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에너지 동향에 취약한 체질로
올 들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일본의 경상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면서 엔화 가치 하락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 1월 일본의 경상수지 적자는 1조1887억엔으로 역대 두 번째로 많았다.
위기 때마다 엔화를 사들이던 엔 캐리 청산 수요도 예전 같지 않았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 등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제로 수준까지 낮추면서 엔화 대신 달러를 빌려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했다. 전문가들은 경상수지 적자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엔화 가치 하락이 다시 경상수지 적자 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달러당 125엔인 구로다 라인이 무너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구로다 라인은 달러당 엔화 가치가 125엔 가까이 급락했던 2015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엔저가 더 진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추가 하락을 막은 데서 나왔다. 이후 외환시장은 달러당 125엔을 일본은행의 환율 방어선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지정학적 위기가 높아질 때마다 엔화 가치가 오르던 외환시장의 공식이 무너지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엔화 가치가 5년여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일본은행의 환율 방어선인 '구로다 라인(125엔)'이 무너질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왔다.15일 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한때 118.45엔까지 올랐다. 엔화 가치가 5년2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한 지난달 24일 이후 엔화 가치는 3.2%(3.71엔) 하락했다. 주요국 통화 가운데 터키 리라 다음으로 낙폭이 컸다.국제 금융시장에서 엔화는 안전자산으로 대접받아 왔다. 전쟁이나 자연재해, 금융시장 위기 등으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투자가들의 심리가 강해지면 어김없이 가치가 올랐다.◆대외자산 30년째 세계 1위2001년 9월 미국 '9·11 테러' 직후 엔화 가치는 3.75엔 뛰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엔화 환율이 4개월만에 110엔대에서 80엔대로 떨어졌다.(엔화 가치 상승). 2011년 동일본대지진이 일어났을 때도 80엔대에서 움직이던 엔화 환율이 75.32엔으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안전자산 엔화'의 신화를 만든 주역은 일본을 대표하는 수출 제조업체들이었다. 도요타자동차와 소니 등은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팔고 엔화를 샀다. 무역흑자가 쌓이면서 2020년말 일본의 대외순자산은 356조9700억엔(약 3746조5786억원)으로 30년 연속 세계 1위를 기록했다.우에노 다이사쿠 미쓰비시UFJ모건스탠리증권 수석 전략가는 "지정학적 위기로 금융시장이 저조해도 일본의 무역흑자 덕분에 엔화 가치는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설명했다.엔 캐리 트레이드도 '위기 때는 엔화 매수' 공식이 굳어지게 했다. 엔 캐리 트레이드는 이자율이 '제로(0)'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이자율이 높은 해외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거래를 말한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 엔 캐리 트레이드를 청산하고, 엔화를 매수함으로써 엔화 가치를 끌어올리는 주체로 변신했다.막대한 무역흑자와 엔 캐리 트레이드는 '안전자산 엔화'를 지탱한 양대 축으로 분석된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기존의 공식이 안 통한건 엔화 가치를 지탱하던 양대 축이 무너졌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일본의 제조업체들은 '엔고(高)'를 피해 해외로 진출했다. 일본의 수출 규모 역시 크게 줄었다. 반대로 동일본대지진 이후 원전 비중을 급격히 줄이기 위해 화력발전 의존도를 대폭 늘린 결과 석유와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은 급증했다. 일본 경제가 에너지 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는 체질로 변한 것이다.◆에너지價 영향 받는 체질로 변해때마침 불어닥친 국제 원자재값 급등으로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하면서 엔화 하락은 더욱 가팔라졌다. 지난 1월 일본의 경상수지는 1조1887억엔 적자였다. 통계비교가 가능한 1985년 이후 2번째로 큰 폭이었다.위기 때마다 엔화를 사들이던 엔 캐리 청산 수요도 예전같지 않았다.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코로나19의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0 수준까지 낮추면서 엔화의 인기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대신 미국 달러를 빌려 다른 나라 자산에 투자하는 '달러 캐리 트레이드'가 유행했다.전문가들은 '엔저(低)'가 장기화하면서 또다른 엔화 가치 하락을 유발하는 악순환을 우려했다. 가라카마 다이스케 미즈호은행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상품가격이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가 정착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경상적자가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고 엔화 가치 하락이 적자폭을 키우는 악순환을 낳는다는 것이다.달러당 125엔인 구로다 라인이 붕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구로다 라인은 외환시장이 일본은행의 최후방어선으로 받아들이는 환율이다. 달러당 엔화 가치가 125엔 수준까지 떨어졌던 2015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가 "엔저가 더욱 진행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발언해 시장을 안정시킨 이후 생겨났다.노지 마코토 SMBC닛코증권 수석 전략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10~120달러 수준을 유지할 경우 경상적자가 굳어지면서 엔화 가치가 125엔~130엔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일본은행은 오는 17~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노 류타로 BNP파리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설사 일본은행이 정책을 수정하더라도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이미 출구전략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엔화 가치 하락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작년 12월9일 일본의 최신 유행을 선도하는 도쿄 하라주쿠에 ‘세계에서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가게’를 콘셉트로 내건 회전초밥집이 등장했다. 일본 2위 회전초밥 프랜차이즈인 구라스시가 하라주쿠점을 연 것이다.코로나19 장기화로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외식업계는 구라스시의 확장을 ‘사건’으로 평가했다. 2가지 점에서 기존 회전초밥 체인의 공식을 깼기 때문이다. 첫째는 입지다. 보통 회전초밥집은 임대료가 싸고 주차공간이 넓은 교외에 들어선다. 그런데 구라스시는 도쿄 도심 한복판에 떡 하니 매장을 열었다. 구라스시 뿐 아니라 스시로 등 일본 대형 회전초밥 프랜차이즈들이 잇따라 도심에 매장을 내고 도쿄 중심가로 속속 진출하고 있다. 또 하나는 주고객이다. 일반적으로 회전초밥집은 가족 단위 고객을 타깃으로 삼는다. 구라스시 하라주쿠점은 위치에서 알 수 있듯 젊은 여성을 주고객으로 했다. 지난달 16일 구라스시 본사의 취재허가를 얻어 찾은 하라주쿠점은 언뜻 봐선 초밥집 같지 않았다. 하라주쿠의 명물인 크레페 가게를 더 닮았다. 실제로 구라스시는 하라주쿠점 한정 '크레페 스시(380엔)'를 내놓고 있다. 로봇이 자동으로 크레페를 굽고 까만색과 핑크색 T셔츠 유니폼을 착용한 점원이 고객 앞에서 초밥을 만드는 '크레페 포장마차'를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구라스시는 '세계에서 인스타그램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가게'를 하라주쿠점의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인테리어는 물론 하라주쿠의 거리를 보면서 식사할 수 있는 카운터나 테라스석도 마련해 '인스타갬성'을 돋게 했다.고사다 히로유키 구라스시 매니저는 "하라주쿠점은 일본문화 발신의 글로벌 기반점으로서 2021년 12월 오픈했다. 일본의 전통문화와 도쿄의 팝 컬처의 융합이 인테리어 콘셉트다."라고 설명했다.고사위기를 맞고 있는 일본 외식업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성장하는 영역이 프랜차이즈 회전초밥이다. 일본 프랜차이즈 회전초밥은 스시로(운영사 푸드앤라이프컴퍼니즈)와 구라스시, 하마스시(규동 체인 스키야 등을 보유한 젠쇼홀딩스 계열), 갓파스시(운영사 갓파크리에이트) 등 4개 회사가 '빅4'를 형성하고 있다. 모두 도쿄증시 상장사다. 업계 1위 스시로의 매출은 2020년 2049억엔(약 2조1474억원), 2021년 2408억엔으로 2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3000억엔을 넘을 전망이다. 2020년 65억엔이었던 순이익도 두배 이상 늘었다. 2위 구라스시의 매출도 2020년 1358억엔, 2021년 1476억엔으로 최고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적자였지만 올해는 29억엔의 순이익을 올릴 전망이다. 하마스시, 갓파스시까지 포함해 4대 프랜차이츠 초밥 모두 코로나19 이전보다 주가가 크게 올랐다. 세계 최초의 회전초밥집은 1958년 오사카에 문을 연 겐로쿠스시(元禄寿司)다. 기업형 회전초밥은 갓파스시가 1979년 나가노현에서 처음 시작했다. ‘1접시 전부 100엔’ 마케팅으로 일본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에도시대에 저렴한 패스트푸드로 시작된 초밥(니기리스시)이 지금은 1인분에 4만엔(약 42만원)이 넘는 곳이 있을 정도로 고급 일본 음식문화를 상징하는 존재가 됐다. 그런 초밥 2관(2점)이 놓인 1접시가 100엔, 우리돈으로 1000원이 조금 넘는다는 건 엄청난 파격이었다. 일본 물가가 얼마나 안올랐는지 1979년 1접시 100엔으로 시작한 가격이 아직도 참치, 연어, 계란말이 같은 인기 메뉴는 100엔(소비세 포함 110엔)을 유지하고 있다. 임대료가 비싼 도심 점포도 120엔(소비세 포함 132엔)으로 10엔 더 비쌀 뿐이다.일본에서 100엔인 초밥이 해외에서는 훨씬 비싸진다. 한국은 160엔(1700원), 미국은 360엔(3.15달러), 중국은 267엔(15위안)이다. 해외의 수익성이 더 높다보니 회전초밥 프랜차이즈들은 해외 진출에 적극적이다. 구라스시는 미국 25곳, 대만 29곳등 54곳의 해외점포를 가지고 있다. 미국과 대만 현지법인 모두 현지 증시에 별도로 상장했다. 스시로와 갓파스시는 한국에도 체인점이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시대에 회전초밥집이 더 잘 되는 이유를 ‘초밥은 초밥집에서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초밥이 일본의 대표음식이지만 일본인도 집에서 만들어 먹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백화점과 슈퍼마켓에 다양한 포장 초밥을 팔지만 일본인들에게 초밥은 초밥집에서 사먹는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뿌리깊다는 설명이다. 따로따로 앉아서 한 접시씩 나오는 요리를 바로바로 먹는 업태가 ‘사회적 거리두기(소셜 디스턴스)’의 시대에 들어맞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회전초밥집이 코로나의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던 이유가 소셜 디스턴스에 최적화된 업태 때문만은 아니다. 4대 프랜차이즈 모두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차별화에 목숨을 건다. 스시로는 집적회로(IC)칩을 초밥 접시에 심어 빅데이터 분석을 한다. 구라스시는 우동과 라면, 닭튀김, 디저트 등 초밥 이외의 메뉴가 다양하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족 단위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요괴워치, 귀멸의 칼날 등 인기 애니메이션과의 협업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3위 하마스시는 평일 초밥 1접시 가격을 90엔까지 내리기도 한다. 코로나19 대응 전략도 한층 진화했다. 가게에 들어와서 계산을 하고 나갈 때까지 종업원과 한 번도 마주치지 않는게 가능하다. 구라스시는 각자의 핸드폰으로 매장의 터치패널 메뉴판을 사용하는 것과 똑같이 주문할 수 있는 스마트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앱을 다운로드할 필요없이 QR코드만 찍으면 된다. 4명이 방문한다면 제각각 4대의 스마트폰으로 주문할 수 있다. 불특정다수가 사용하는 터치패널을 꺼리는 고객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연인끼리도 더치페이를 하는 일본에서는 특히 유용한 주문방식이다.고객이 다 먹은 접시를 테이블 옆의 틈으로 집어넣으면 흐르는 물로 주방까지 옮기는 워터슬라이스 방식도 개발했다. 테이블마다 얼마치를 먹었는지까지 자동으로 계산된다. 접시 5장을 넣으면 게임이 시작되고 맞추면 테이블 위의 구멍을 통해 장난감이 나온다. 어린이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직원이 일일이 접시를 세어 가격표를 계산하고, 치우는 시간과 수고를 덜어줬다. 고객은 종업원과 접촉을 피할 수 있고 테이블에 접시를 수북히 쌓아두지 않아도 된다. 셀프 계산 시스템은 기본이다. 앞뒤 테이블의 손님들이 보이지 않도록 칸막이의 높이를 높이고, 아크릴판이 주는 딱딱함을 없애기 위해 일본 전통의 천으로 프라이빗 공간을 보장한 것 등도 코로나시대를 맞아 진화한 회전초밥집의 고객응대법이다.쓰지 아키히로 구라스시 매니저는 "회전초밥집이 싸고 맛있는 초밥을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공간인 것은 당연해 졌다. 이제는 고객이 가게에 오고 싶게 만드는 즐거움까지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인스타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초밥집을 콘셉트로 한 하라주쿠점 역시 이자카야 프랜차이즈의 눈물겨운 차별화 전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다.얼마나 경쟁이 심한지 사장이 직접 상대방의 매출 정보를 훔치는 일까지 있었다. 하마스시는 작년 6월 다나베 고키 갓파스시 사장이 자사의 매출 데이터 등을 부정입수했다며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다나베 사장은 7개월 전 경쟁사인 하마스시의 모회사인 젠쇼홀딩스에서 갓파스시로 이적한 인물인데 전 직장 동료로부터 내부 정보를 몰래 입수해 왔다는 것이다.코로나 이후 경쟁업체들이 급성장하는 가운데 기업형 회전초밥의 원조인 갓파스시만 실적이 지지 부진하다. 이 때문에 2014년 이후 거의 매년 사장이 교체되고 있다. 다나카 사장도 어떻게든 결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친정을 배신한게 아닐까 업계 사람들은 추측하고 있다.초밥의 인기에 다른 외식업체들도 군침을 흘리고 있다. 일본 최대 이자카야 프랜차이즈 가운데 하나인 와타미는 12월9일 도쿄 긴시초에 1호점을 내고 초밥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와타미는 초밥 전문점을 5년내 100호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와타나베 미키 와타미 사장은 “회전초밥 시장의 규모는 7000억엔을 넘는다”며 “회전초밥 고객을 3번에 1번만 와타미의 초밥집으로 모셔와도 2000억엔의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와타미가 초밥시장을 넘보는 이유가 있다. 이자카야는 코로나19의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외식업이다. 도쿄상공리서치에 따르면 14대 프랜차이즈 이자카야의 점포수는 코로나 직전인 2019년 12월 7200개에서 2021년 12월 5844개로 18.9% 줄었다. 휴업 명령, 영업시간 규제 등으로 생존이 어려워지자 이자카야 체인들은 닭꼬치 전문점, 야키니쿠(일본식 고기구이) 전문점, 햄버거 프랜차이즈로 변신을 시도했다. 와타미는 이자카야가 다양한 해산물을 전문적으로 취급하고, 매장과 종업원의 운영 노하우가 풍부하다는 점에 착안했다. 기존의 자산을 결합하면 초밥 전문점으로 변신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자카야의 객단가가 2500엔인 반면 초밥집은 3000엔이라는 점도 와타미가 초밥 시장을 눈독 들이는 이유다. 회전 초밥 프랜차이즈들은 이자카야 운영 노하우만으로 ‘1접시 100엔’의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렵다고 예상한다, 와타미도 처음에는 회전초밥집을 검토했지만 컨베이어 벨트 대신 종업원이 직접 초밥을 나르는 일반 초밥 전문점으로 업태를 바꿨다. 살아남기 위해 초밥 시장에 뛰어든 이자카야 프랜차이즈와 100엔 짜리 초밥 한 접시를 놓고 극한의 고객유치 경쟁을 벌이는 4대 회전초밥 전문점의 승부가 시작됐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1주일을 넘기면서 세계 경제도 탈이 나기 시작했다. 이 지역 의존도가 높은 자원 공급과 글로벌 물류망이 멈춰서면서 세계 경제에 코로나19보다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왔다. ◆코로나보다 더 큰 악재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우크라이나 침공이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을 누르고 세계 공급망 생태계의 최대 악재가 됐다"고 4일 분석했다. 무디스는 "전쟁이 장기화하면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현상이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자동차, 전자, 휴대폰 업체에 상당한 위험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은 희소금속은 벌써부터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반도체 제조장비의 필수원료인 네온은 세계 수요 약 7억ℓ 가운데 70%를 우크라이나가 생산한다. 대부분 우크라이나 남부의 항구도시 오데사를 통해 수출하는데 러시아의 침공 이후 공급이 중단됐다. 현지 정제공장의 가동이 중단됐고, 오데사항이 폐쇄됐기 때문이다. 공급이 중단된 여파로 중국에서는 네온 현물 가격이 연초보다 65% 급등했다. 모건스탠리는 대만 반도체 기업의 네온 재고를 6개월치로 분석하며 전쟁이 장기화하면 반도체 공급 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배기가스 저감장치에 사용되는 팔라듐은 2020년 세계 수요 311t 가운데 43%를 러시아가 생산한다. 러시아로부터의 공급이 줄면서 지난 3일 현물 가격이 7개월 반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 뿐 아니라 일본 기업들은 액화천연가스(LNG)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2020년 일본이 수입한 LNG 7450만t 가운데 8.2%가 러시아산이었다.러시아는 호주, 말레이시아, 카타르에 이어 일본의 4대 LNG 수입국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러시아로부터 수입이 중단될 경우 다른 수입처를 찾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력회사와 가스회사는 LNG를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장기계약을 맺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히로시마 지역에 가스를 공급하는 히로시마가스는 장기계약 물량의 절반 이상을 러시아와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항공·해운 물류망도 끊겨국제 항공 및 해운 물류시장도 우크라이나 침공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다. 일본 해운 3사의 컨테이너 부문 합작회사인 오션네트워크익스프레스(ONE)는 지난달 28일부터 러시아 서부 상트페테르부르크항과 노보로시스크항을 운항하는 화물 수송을 중단했다. ONE 관계자는 요미우리신문에 "항구가 갑자기 봉쇄돼 화물 운송이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도 이달 1일부터 인도적인 지원물자를 제외한 러시아행 운송을 중단했다. 바닷길이 막히면서 국제 해상운임 지표인 발틱해운지수는 최근 2000선을 넘어섰다. 침공 전인 2월초보다 40% 급등했다. 미국과 일본, 유럽 항공사들의 러시아와 유럽 노선 결항도 잇따르고 있다. 3일 일본 양대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와 일본항공(JAL)의 유럽 노선 항공편은 모두 결항했다. 4일부터는 러시아 영공을 통과하던 항공편의 노선이 변경됐다. ANA는 도쿄 나리타와 브뤼셀 노선의 항로를 중앙아시아 경유로 바꿨다. JAL도 도쿄 하네다와 런던 노선의 항로를 미국 알래스카 상공을 지나는 쪽으로 바꿨다. ANA와 JAL 관계자는 "러시아 영공 비행이 금지돼 있지는 않지만 안전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러시아를 우회함에 따라 나리타~브뤼셀의 비행시간은 15시간30분으로 30% 늘었다. 하네다~런던의 비행시간도 20% 증가했다. 비행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항공사들의 비용 부담도 증가한다. 항공 물류망이 정체를 빚으면서 일본~유럽의 항공화물요금은 1㎏ 당 1000엔을 넘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2배로 급등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