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發 미국의 '천기누설'…중국·북한만 웃는다 [정인설의 워싱턴나우]
'대전환'의 시기입니다. 대내적으론 새 정부를 맞이할 채비를 해야 하고 대외적으론 제로금리와 이별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입과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울 수밖에 없는 때입니다.

그 와중에 '게임 체인저'가 아닌 '게임 스포일러'로 등극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도 주시해야 합니다. 푸틴의 손에 달린 이란 핵협상과 러시아 디폴트(채무 불이행)는 메가톤급 변수입니다. 푸틴이 폴란드 국경으로도 공격을 확대해 확전 여부도 중대 기로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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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을 제외한 변수의 방향은 대부분 정해져 있습니다. 제로금리는 끝날 수밖에 없고 러시아는 디폴트에 빠질 가능성이 큽니다. 시간과 정도의 문제일 뿐입니다. 때문에 방향보다 디테일이 중요합니다. 구체적으로 미국 제로금리의 종언보다는 올해 금리인상 속도와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됩니다. 러시아의 디폴트 여부도 중요하지만 신흥국으로 그 파장이 확산되느냐가 더 중요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키이우(키예프)의 운명입니다. 총공세를 공언하고 있는 러시아와 결사항전을 예고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누구도 어느 쪽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 와중에 키이우에서 미국 언론인이 사망하고 우크라이나 서쪽 르비우 쪽으로 확전돼 긴장 수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란 미사일이 이라크에 떨어지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시기상으로는 현지시간 16일, 한국시간으로 17일이 분수령입니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오고 러시아 디폴트 여부가 가려집니다. 그 전에 우크라이나 상황이 돌변하면 모든 전망이 무색해집니다. 이란 핵협상도 타결되면 새로운 전기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14일 열리는 미국과 중국의 고위급 회담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화상 회담의 결과도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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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금의 모든 상황이 중국과 북한엔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러시아에 하는 제재를 보고 대만이나 한반도에서 어떻게 제재를 피해갈 지를 궁리할 수 있습니다. 어찌 보면 미국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통해 북한과 중국에 '천기누설'을 하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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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이고도 이례적인 FO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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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5~16일 열리는 3월 FOMC는 여러 면에서 역사적 이벤트입니다. 2020년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으로 기준금리를 0%로 내린 뒤 2년만에 제로금리에서 벗어납니다. 동시에 2018년 12월 이후 3년4개월 만에 금리를 올리는 시기입니다.

40년 만의 최고치인 물가상승률을 보면서 금리를 인상하는 회의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빅스텝'으로 가야할 것 같지만 '베이비 스텝'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실제 파월 의장도 지난달 2일 의회 증언에서 "0.25%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지지한다"고 밝혔습니다. Fed 의장이 FOMC 이전에 구체적인 기준금리 인상 폭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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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례적인 건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FOMC를 자세히 보면 독특한 게 한 둘이 아닙니다. FOMC의 통화정책을 결정하는 표결권 멤버는 12명입니다. Fed 이사진 7명과 지역 연은 총재 5명으로 구성됩니다. 지역 연은 총재 5명이 짬짜미를 해도 Fed 이사들이 힘을 합하면 이길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이번은 다릅니다. 참여하는 Fed 이사 수가 4명에 불과합니다. 아직 3명의 신임 이사가 미 상원 인준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해 결원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공화당 반대로 부의장 지명자인 새라 블룸 래스킨 전 재무부 부장관은 낙마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베이비 스텝을 지지한다고 했지만 지역 연은 총재들이 더 매파적으로 흐른다면 의외의 결정이 나올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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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FOMC 상임직인 뉴욕 연은 총재는 늘 Fed 이사 주류 의견에 동조했습니다. '뉴욕은 Fed 편'이 아니라 'Fed가 뉴욕 편'이라는 얘기까지 있으니까요. 뉴욕을 빼더라도 올해 FOMC에 매파적 인사가 포진해 있어 최소한 0.25%포인트 인상이 만장일치로 내려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례적인 FOMC 구성으로 역사적인 정책 결정을 하는 모습도 이번 FOMC의 진기록 중 하나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관전포인트는 점도표와 경기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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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간으로 16일 오후 2시, 한국시간으로 17일 새벽 3시에 나오는 FOMC 결과에서 가장 주목할 사항은 점도표입니다. 전체 Fed 위원 19명 중 결원인 3명의 Fed 이사를 뺀 16명의 금리 전망이 점으로 표시됩니다.

지난해 12월 점도표 상엔 중간값이 올해 말까지 0.25%포인트씩 3회 올리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엔 당연히 중간값이 올라갈 공산이 큽니다. 블룸버그가 조사한 전문가 예상치는 4회 인상인데요. 6~7회로 전망하는 월가 금융사들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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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d의 경제전망이 어떻게 바뀔 지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당연히 지난해 12월보다 성장률 전망치는 낮아지고 인플레이션 예상치는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이 집계한 전문가들의 올해 성장률 예상치는 3.3%입니다. 작년 12월에 내놓은 올해 전망치 4.0%보다 0.7%포인트 떨어졌습니다. 2022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12월 2.6%에서 3.9%로 높아질 것으로 봤습니다. 이 예상보다 성장률이 내려가고 물가상승률이 올라간다면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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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시간으로 16일 2시30분에 열리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도 관심사입니다. 시장은 파월 의장의 발언에서 오는 5월 FOMC에서 0.5%포인트 올릴 가능성과 대차대조표를 축소하는 양적긴축의 개시 시점에 대해 힌트를 얻으려 할 것입니다.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러시아의 디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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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디폴트 여부도 16일에 판가름 납니다. 미국 경제지 포천은 러시아가 오는 16일 2건의 외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700만달러의 이자를 내야 합니다. 또 이달 중 7억달러의 외화 표시 국채를 상환해야 합니다.

현재 러시아가 보유한 외화표시 국채 규모는 390억달러(48조원)로 러시아의 외환보유액(6430억달러) 대비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서방의 제재로 해외에 금이나 달러로 보유한 외환보유고의 절반 이상이 동결됐습니다.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많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이 때문에 러시아 재무부도 대응책을 찾았습니다. 안톤 실루아노프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16일 "러시아에 비우호적 태도를 취하면서 외환보유고 사용을 제한한 국가들에 대한 채무는 루블화로 갚겠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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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채권자들이 계속해서 러시아의 몽니를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치솟고 있는 달러 대신 폭락 중인 루블화를 반길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입니다. 포천도 러시아 국채 계약상 루블로는 지급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가 바로 디폴트에 빠지는 건 아닙니다. 30일의 유예기간이 있습니다. 러시아가 유예기간이 끝나는 다음달 15일까지 밀린 돈을 갚으면 디폴트를 피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시간의 문제일 뿐" 이미 러시아의 디폴트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이미 러시아 국채 등급을 정크본드나 디폴트 직전 단계로 강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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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는 1998년에 아시아 외환위기와 맞물려 자국 내 루블화 국채를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은 다릅니다. 당시엔 루블화 표시 국채였고 이번엔 달러화 표시 국채입니다. 1998년 러시아의 위기는 어디까지나 러시아 내부 금융위기였다는 얘기입니다. 반면 이번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때에 비해 러시아가 글로벌 시장에 깊숙이 편입돼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유럽 은행들이 러시아에 많이 물려 있습니다. 이탈리아 은행들의 러시아 여신 규모는 253억 달러입니다.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은행들의 여신도 각각 252억 달러, 175억 달러 수준입니다.

러시아 정부가 디폴트를 선언하면 유럽 은행들이 신흥국을 중심으로 여신을 회수하려 할 겁니다. 그러면 허약한 순서대로 엑소더스를 견디지 못한 신흥국들이 연쇄적으로 금융위기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란 핵협상이라도 타결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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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시장에선 유가 변동이 가장 큰 관심사입니다.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할 곳을 찾고 있습니다.

그 후보는 사우디, 베네수엘라, 이란 등입니다. 하지만 사우디는 의지 부족이고 베네수엘라는 함량 미달입니다.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미국 편에 서지 않으려 하고 있습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쌍수들어 환영하고 있지만 투자 부족으로 단기간 내 원유를 생산하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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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유일한 희망이 이란입니다. 그런데 이것도 푸틴의 몽니로 쉽지 않습니다. 이란 핵 협상 당사국 중 하나인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와 이란 핵협상을 연계하려 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경제 제재'에서 대(對)이란 교역과 투자를 예외로 해달라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은 러시아 요구를 들어주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란 핵협상은 최종 타결 직전 단계에서 교착상태지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은 사실상 시작도 하지 못했습니다. 인도주의적 민간인 대피로 마련을 위한 협상 정도만 있었지 휴전을 위한 대화까지 나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예루살렘에서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이밖에 미국과 프랑스, 독일, 이스라엘, 터키 등이 중재를 위해 뛰고 있습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우크라이나 문제와 관련해 1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회동합니다. 같은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협상도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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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는 이어지고 있지만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로부터 많은 것을 얻어내지 않는 한 키이우 교전을 그만둘 생각은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안전지대로 알려진 우크라이나 서쪽 폴란드 국경 쪽으로 공격을 확대해 확전이 우려됩니다. 이런 가운데 벼랑끝 전술의 원조인 북한까지 도발을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과 북한이 우크라이나 사태의 최대 수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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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우크라이나에서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가고 있습니다. 과거 우크라이나에서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을 빼낸 북한은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큰 교훈을 얻고 있습니다. 도발을 일으킨 러시아에 대해 서방 세계가 어떤 제재를 하는 지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북한 뿐 아니라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 미국과 서방세계가 보여준 건 크게 세 가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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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는 군사적 개입은 최소화한다는 것입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이 아닌 우크라이나에 병력을 투입하지 않은 것처럼 우방이 아니면 직접 참전은 안한다는 점입니다.

둘째는 '내 손 안에 있는 금이 최고'라는 점입니다. 이번에 러시아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외환보유고를 급격히 늘렸습니다. 제재에 대비해 달러 자산 비중을 줄였지만 이번엔 무용지물이었습니다. 미국과 서방세계는 전방위적 제재를 통해 러시아의 모든 자산을 동결시켰습니다. 거기엔 러시아가 런던 등에 보관한 금도 포함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 외환보유액 중 절반 이상이 묶였습니다.

셋째는 자립하거나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에너지와 제조업에서 특히 그렇습니다. 최악의 경우 에너지와 각종 물자를 스스로 생산하면 좋고 안되면 뒤를 받쳐줄 든든한 우방이 있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중국이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돕지는 못하더라도 대만 사태에 대비해 보험 차원에서라도 러시아를 완전히 모른 척은 힘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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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 더. 역시 전쟁은 군산 복합체의 부활을 가져온다는 점입니다. 이번에 미국 러시아 모두 재래식 무기를 소진하고 있습니다. 그 와중에 탈냉전 후 금기시된 군비증강이 유럽과 중국을 중심으로 다시 시작되고 있습니다. 대만과 한반도 내 긴장도가 높아지면 한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로 군비증강이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미국과 러시아 등 강대국의 방위산업이 또다시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습니다.

전쟁과 평화, 혼란과 안정, 갈등과 화해의 분기점에 있습니다. 강대강 대치 속이라도 외교적 협상이 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이번 주를 비롯해 대전환의 시기의 운명은 대화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