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불확실성이 사라진 증시에 ‘허니문 랠리’가 찾아올까. 5년간 대한민국을 이끌 새로운 정부가 모습을 드러내면서 투자자들의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걷히고 새 정부가 쏟아내는 경기 부양책에 증시가 상승세를 타는 허니문 효과가 찾아올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과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정부 출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란 엇갈린 관측을 내놓고 있다.

변곡점 아닌 이정표

"새 정부 허니문 랠리" vs "출범효과 제한적"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탄핵 이후 인수위원회 없이 곧장 출범한 문재인 정부 첫 1년간 코스피지수는 7.66% 상승했다. 당시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대북관계 등 불확실한 요인이 남아 있었지만 탄핵 정국을 끝낸 새 정부가 내수 부양에 힘을 쏟을 것이란 기대가 곳곳에서 흘러나왔다. 이른바 허니문 랠리다. 허니문 랠리는 새 정부가 출범한 이후 그 기대감에 단기적으로 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말한다.

역대 정부에선 대부분 허니문 효과가 통했다. 노태우 정부 출범 후 1년간 코스피지수는 40.1%나 뛰었다. 이후 대권을 잡은 김영삼 정부에서도 1년간 40% 넘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김대중(11.3%), 노무현(52.6%) 정부 때도 코스피 상승률이 두 자릿수에 달했다.

다만 허니문 랠리가 매번 반복됐던 것은 아니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대형 악재에 새 정부 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코스피지수가 37.8%나 고꾸라졌다. 이번 대선 역시 큰 폭의 반등을 이뤄내는 변곡점보단 하나의 이정표에 불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치솟는 물가로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고 있는 만큼 호재보단 악재가 크다는 이유에서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대선 이후 시장의 방향이 크게 바뀔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라며 “주식시장은 지금까지 진행돼온 궤적을 따라갈 것이고 대선은 변곡점이 아닌, 이정표로 활용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이벤트보단 공약에 초점 둬야”

코스닥지수는 허니문 효과를 누리지 못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1997년 대선을 포함한 다섯 번의 사례에서 대선 1년 후 코스닥지수가 오른 경우는 두 번밖에 없었다. 그마저도 박근혜 정부 당시 1년 상승률이 0.2%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에서 유일하게 상승한 셈이다.

새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정책이 증시에 마중물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김영삼 대통령 이후 지난 여섯 번의 대선 이후 1~2년차 정부지출 증가 속도가 GDP(국내총생산)를 넘어섰다”며 “정부투자 증가율이 민간투자를 넘어서는 현상은 이번에도 비슷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가 완화되는 시점(코로나19 확진자 수 정점 이후)과 추경 집행 시점이 겹치는 2~3분기 국내 성장률은 견고하게 유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부연했다.

새 정부가 2년 차에 접어들면 주식시장이 상승 흐름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성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임기 1년차 수익률은 보수와 진보 구분 없이 들쑥날쑥한 모습이지만 내각이 완전히 구성돼 정부가 안정적으로 정책을 시행할 수 있는 2년차엔 주식시장이 대개 긍정적으로 반응한다”고 했다. 다만 “선거 이벤트 자체가 시장 흐름을 결정한다는 확신을 하기 어렵다”며 “새로운 행정부가 관심을 두고 지원하고자 하는 산업은 전체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나타냈던 만큼 핵심 공약에 이목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