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보 DAO 홈페이지
사진=국보 DAO 홈페이지
지난 1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경매에 내놓은 국보 2점을 낙찰하기 위해 설립된 클레이튼(KLAY) 기반의 탈중앙화 자율조직(DAO, 다오) '국보DAO'가 목표액 달성에 실패하며 경매에 참여하지도 못한 채 막을 내렸다.

'국보DAO'는 아직 이렇다 할 DAO 프로젝트가 없는 한국에서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가 직접 진행시킨 국내 최초 DAO 프로젝트인 만큼 업계의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었다. 그럼에도 실패로 돌아간 원인은 무엇일까.

○ 토큰 보유자에게 권한 부여…美 '헌법DAO' 대표적 사례

DAO는 미리 약속된 프로토콜을 토대로 운영되는 조직이다. 참여자들에게 토큰을 발행해 거버넌스에 참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한다. 토큰을 보유한 참여자들은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안건을 제안하고 투표할 수 있다. 이렇게 통과된 안건은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스마트컨트랙트를 통해 실행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미국 헌법 초판 인쇄본 경매를 위해 만들어졌던 헌법DAO다. 이 조직은 이더리움(ETH)을 모금하고 거버넌스 토큰 '피플(PEOPLE)'을 발행해 초판본의 관리 및 사용 방법 등을 투자자들에게 직접 결정케 했다. 이를 통해 초판본을 박물관에 전시하고 대체불가토큰(NFT)화 해 판매한 뒤 수익을 투자자들에게 배분할 예정이었다. 비록 이 역시 무위에 그쳤지만 목적부터 계획, 실행까지 DAO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 국내, 토큰 발행 못 해…NFT로 대체해도 문제 소지 있어

국보DAO 또한 이같은 방식으로 참여자들을 모집해 국보 경매에 참여하려 했으나 국내 상황은 더욱 여의치 않았다. 가상자산공개(ICO)가 사실상 금지돼 있어 토큰 발행을 NFT로 대체했으며 그 역할은 기부 증서로 한정했다. 한재선 대표는 "NTD 토큰을 발행하려 했으나 ICO로 오해 받을 수 있어 NFT로 대체하게 됐다"며 "우리나라에서는 DAO를 운영하기가 힘들다"고 밝히기도 했다.

권국현 간송미술문화재단 감사는 "ICO가 사실상 금지돼 투자자에게 NFT를 지급하는 형식을 택했지만 이마저도 유가증권, 기부금품 모집 등으로 비춰지는 논란이 있을 수 있었다"며 "이를 피하려 NFT의 역할을 증서로 한정하면서 투자자 입장에서는 의미가 너무 없지 않았나 싶다"라고 설명했다. 법률상 문제가 될 만한 요소들을 다 제거하고 나니 투자 매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는 것.

권 감사는 설립부터 경매까지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는 의견도 내놨다. 케이옥션에서 열리는 국보 경매 참여를 위해 국보DAO에 주어진 시간은 9일 남짓이었다. 결국 목표액의 절반 가량인 약 25억원(154만3500 KLAY)을 모금하는 데 그쳐 환불 절차를 밟게 됐다.

그는 "50억원을 모금하기에 9일이라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라며 "시간만 더 있었다면 목표액을 달성해 경매에 참여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 법적 지위 불명확 등 생태계 미비…"투자 리스크 커"

설령 국보DAO가 경매 참여와 낙찰에 성공했다 할지라도 법적 지위가 명확하지 않아 문화재 수탁자로 지정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었다. 국보 DAO라는 조합을 입찰 참가자로 인정해 줄 것인지 여부와 법인이 아닌 조합이 문화재 등록의 주체가 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

권 감사는 "'도대체 DAO는 무엇인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DAO의 법률적 지위는 불명확하다"라며 "대표자, 수탁자의 부재 등 DAO 설립 당시에는 고려할 필요가 없었던 문제들이 각종 법률과 충돌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보는 동산에 해당해 명의신탁 법리가 적용되지 않아 조합장, 법무법인 등록을 하더라도 증여세, 법인세 문제가 추가로 따라오게 된다. 그는 "이러한 점에서 국보DAO는 국보의 소유권, 보관 방식과 따라올 문제점에 대한 해결책 등을 정확하게 제시하지 못했다"며 "후발 주자들은 국보 DAO의 실패 원인을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더불어 국내 DAO 생태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진행된 프로젝트인 만큼 투자자들이 감수해야 할 리스크가 많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성준 동국대 블록체인연구센터장은 "한국 내 DAO 생태계가 구축조차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프로젝트였기에 아쉬움이 남는다"며 "한국에서 DAO를 시작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본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박 센터장은 DAO의 법적 지위를 어디까지 인정해줄 것인가에 대한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법으로 DAO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자들이 리스크를 안고 참여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며 "고객신원인증(KYC) 등 개인정보 제공이 부담스럽거나 DAO 투자 시 책임져야 하는 부분, 과세 요인 등이 확실치 않아 투자를 꺼릴 수 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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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두현 블루밍비트 기자 cow5361@bloomingbit.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