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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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 넷플릭스 주가는 지난 1월 21일 21.79% 하락했다. 신규 가입자 수가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돈 영향이었다. 넷플릭스는 “OTT 시장의 경쟁 심화로 지배력이 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OTT 업체가 콘텐츠 확보 경쟁에 나서자 국내 영화·드라마 제작사 몸값이 뛰고 있다. ‘오징어게임’을 비롯해 ‘마이네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이 세계 시장 순위표 맨 윗자리에 오르자 ‘K콘텐츠’는 흥행 보증수표가 됐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중소형 제작사 주가가 재평가받는 원년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소형 제작사 강세

K드라마에 꽂힌 OTT…키이스트 등 몸값 '쑥쑥'
삼화네트웍스는 2일 0.79% 오른 4465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2월 한 달 동안 25.85% 상승했다. 같은 기간 키이스트(16.20%), 에이스토리(16.24%), 쇼박스(10.75%), 초록뱀미디어(8.10%) 등 다른 중소형 제작사 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콘텐츠주 주가는 지난해 9~10월 정점을 찍었다. ‘D.P’와 ‘오징어게임’의 연이은 흥행으로 기대감이 치솟으며 국내 증시 주도주로 자리잡는 듯했다. 하지만 후속작이 ‘오징어게임’ 흥행에 크게 못 미치자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대부분 종목이 30% 이상 조정받았다.

반등의 계기가 된 것은 실적 개선 기대다. 스튜디오드래곤, 제이콘텐트리 등 대형 제작사뿐만 아니라 중소형 제작사까지 올해 사상 최대 라인업을 공개했다. 지상파·종합편성채널부터 글로벌 OTT까지 고객사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한국 콘텐츠에 5500억원을 투자한 넷플릭스는 올해 1조원까지 늘릴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등 글로벌 OTT뿐만 아니라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등 토종 OTT도 독점 콘텐츠 확보에 나서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는 제작 편수(Q) 증가와 가격(P) 상승을 동시에 누리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지상파 방송사가 갑이고 드라마 제작사가 을이었다면 최근 흐름이 정반대로 바뀌고 있다”며 “한국 콘텐츠는 낮은 제작 비용, 높은 다양성, 아시아권의 강력한 팬덤 등의 장점이 있어 글로벌 OTT 입장에서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 전환 기업 ‘주목’

중소형 제작사의 경우 비즈니스 모델이 단순 외주제작에서 지식재산권(IP) 확보로 바뀌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외주제작은 제작 원가를 방송사 또는 OTT가 70~100% 부담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지만 작품에 대한 IP를 보유하지 못한다. 반면 IP 비즈니스 모델은 제작 원가를 제작사가 모두 부담하지만 IP를 활용해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한 작품을 방송사, 넷플릭스 등 다수의 채널에 판매하고 중국 등지에 수출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과거 지상파 외주제작사였던 삼화네트웍스는 작년 11월 100% 자체 IP로 제작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선보였다. 작년 3분기까지 누적 23억원 적자였던 실적은 4분기 호실적에 힘입어 연간 67억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삼화네트웍스의 연간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17.8% 급증한 147억원으로 예상된다.

지인해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동일한 제작진이 같은 제작비로 만든 작품이라도 방송사 외주제작, 글로벌 OTT 외주제작, IP 모델에 따라 수익이 천차만별”이라며 “단순 실적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수익 모델이 개선되고 있는 콘텐츠주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삼화네트웍스, 키이스트, 쇼박스, 팬엔터테인먼트, 키다리스튜디오를 유망 기업으로 꼽았다. 키이스트와 팬엔터테인먼트는 제작 편수 증가와 IP 모델 전환으로 실적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키다리스튜디오는 웹툰 IP를 활용한 드라마 제작이 증가하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서형교 기자 seogyo@hankyung.com